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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by 중앙일보

태국 길거리서 먹던 쌀국수·똠얌꿍·카오카무, 서울서 맛보려면

[송정의 심식당]

‘규슐랭가이드’ 하덕규 셰프 추천

태국 음식 전문점 ‘까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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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덕규 셰프.

하 셰프의 본업은 이탈리안 레스토랑 ‘옐로우보울’의 요리사지만 인스타그램에선 ‘규슐랭가이드’계정으로 유명하다. 그는 이곳에 매일 1~3곳씩 자신이 다녀온 맛집을 소개한다. 먹음직스러운 사진에, ‘직화로 구워 기름이 좔좔 흐르는 고등어’처럼 입맛을 돋우는 맛 평가를 보다보면 ‘저 식당에 가고싶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좋은 평가만 하는 건 아니다. 되려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깊은 맛이 부족하다’ 등 솔직한 평가를 더해 신뢰하며 찾는 사람이 만다. 실제로 팔로우 수는 1만1500여명. 그런 그는 마음속 최고의 식당 추천을 위해 여러 곳의 후보를 놓고 고민하다 까폼을 추천했다. 하 셰프는 “압구정 로데오 답지 않게 합리적인 가격에 태국 요리사가 직접 요리해 태국 현지의 맛을 즐길 수 있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그리고 또 하나, 바로 국산 소주를 판다는 것이다. 그는 “애주가라면 가장 환영할 만한 이유”라며 웃었다.
서울 강남 로데오거리는 과거의 화려함을 잊은 지 오래다. 특히 해가 진 저녁엔 사람의 발길이 뚝 끊겨 조용하다. 까폼은 이런 로데오골목, 그것도 지하 1층에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5월 까폼을 연 이현종(36) 대표는 태국 식당을 열기 위해 준비하던 중 고교 동창의 소개로 지금 가게 자리를 발견했다. 이태원·연남동 등 소위 장사가 잘된다는 동네도 모두 다녀봤지만 높은 임대료가 부담돼 선뜻 계약할 수 없었다. 이때문에 로데오거리의 저렴한 임대료는 이 대표에게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마음속으로는 '태국 현지의 맛을 그대로 재연해낸다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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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을 열기 전까지 그는 5년 넘게 보트 관련 무역 일을 하며 자주 태국을 오갔다. 태국 요리에 반해 태국 식당을 열기로 계획한 그는 운좋게 무역 파트너의 소개로 태국 현지인 셰프를 한국으로 데려올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쉽지 않았다. 태국인이 한국에서 요리사로 취업하기 위해선 태국 식당에서 5년 이상 근무한 것을 입증해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로웠기 때문이다. 처음엔 이 대표가 직접 현지에서 요리를 배워 주방을 맡았다. 가게 계약은 했는데 한국에 오기로 한 셰프가 한국 입국을 준비하는데 예상보다 3개월의 시간이 더 걸렸기 때문이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동생과 함께 매장을 직접 꾸몄다. 길거리 음식인 태국 음식의 느낌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입구 왼쪽 벽엔 태국 현지 시장을 찍은 네덜란드 작가의 사진 작품을 구입해 걸었다. 주방 입구엔 태국 사람들이 가장 존경하고 사랑하는 푸미폰 아둔야뎃 전 태국 국왕과 왕비 사진을 걸었다. 이 대표는 “태국 현지 식당엔 어디든지 푸미폰 국왕의 사진이 걸려있다”고 귀띔했다. 태국 현지 느낌을 더하기 위해 스테인리스 소재 식탁과 플라스틱 의자도 놓고 태국 음악을 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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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자신감과 달리 문을 열고 한동안 손님이 없었다. 그나마 점심엔 인근 직장인들이 찾아왔지만, 저녁엔 손님 구경하기 힘들 정도였다. 3개월 후 현지에서 온 셰프가 주방을 책임지면서 4개였던 메뉴가 다양해지고, 한 번 왔던 손님들이 지인들과 함께 다시 찾으면서 조금씩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언제 오더라도 현지에서 먹던 태국 요리 본연의 맛을 낼 수 있도록 2명의 태국 셰프를 더 영입했고 현재 3명의 태국 셰프가 근무 중이다.

식당에서 요리사만큼 중요한 게 식재료다. 특유의 향을 지닌 태국 음식의 특성상 현지 재료는 필수. 이 대표는 태국 사람들이 모여 사는 안산·김해의 식재료 상점을 비롯해 온라인을 통해 식재료를 가져온다. 태국 셰프의 손맛에, 태국 식재료까지 갖춘 만큼 이곳의 요리는 ‘태국에서 먹던 맛’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태국 음식을 생소하게 여긴 사람 중에 간혹 “맵다” “짜다”라고 말하는데 현지의 맛임을 강조하면 대부분 수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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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메뉴는 소고기 쌀국수. 이 대표는 “국물이 맑은 베트남식에 비해 태국 쌀국수는 아롱사태를 진하게 우려낸 육수에 태국 간장과 굴소스, 약재를 넣어 깊은 맛이 난다”고 소개했다. 똠얌꿍도 인기다. 레몬그라스와 갈랑가(태국 생강), 라임잎 3가지를 듬뿍 넣는다.

태국식 족발 덮밥인 카오카무는 서울의 다른 식당에서 맛보기 힘든 메뉴로, 태국 간장과 약재를 넣어 5시간 이상 졸여 부들부들한 식감이 특징이다. 메뉴판의 카오카무를 본 사람들은 “드디어 한국에서도 카오카무를 맛볼 수 있다”며 반겼다. 까폼의 단골은 주로 태국 음식을 좋아하는 한국인이지만 태국에서 살던 사람, 태국 사람의 수도 상당히 많다. 그들은 “고국에서 먹던 맛”이라며 좋아한다. 특히 태국 요리를 잘 아는 사람에게 까폼은 천국이다. 그도 그럴 것이, 메뉴판에 없는 태국 요리도 셰프에게 말하면 즉석에서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요즘도 셰프들에게 “한국인의 입맛에 타협하지 말고 태국 현지의 맛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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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지 않는 곳에 자리한 데다 옆자리에 앉은 사람들의 대화가 들릴 만큼 간격이 좁은데도 불구하고 까폼의 단골 중에 연예인이 꽤 있다. 동네 특성상 연예기획사가 많은 데다 연예인들이 즐겨 찾는 떡볶이집 바로 옆에 자리하고 있어 자연스럽게 연예인들도 즐겨 찾는단다. 특히 태국 출신인 2PM의 닉쿤과 갓세븐의 뱀뱀, 한류스타 장근석이 대표적이다.

평일은 정오부터 주말과 공휴일은 낮 2시부터 문을 열고 자정에 닫는다. 평일은 오후 2시 30분부터 6시까지 쉬는 시간이다. 모든 메뉴는 포장이 가능하다.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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