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하다] 350억짜리 다빈치의 노트…빌 게이츠는 왜 그를 찾나
탐사J
『레오나르도 다빈치』 쓴 월터 아이작슨
스티브 잡스 전기 작가로 유명
지금 왜 다빈치인가
“예술·과학·인문학 교차점에 선
창조적 천재들의 정점에 선 인물
초인적 정신의 천재는 아냐”
다시 다빈치 나올까
“한 분야 전문가 되어야 한다지만
테크놀로지에 창조성 연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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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전 중에 다리를 놓을 수 있고 터널을 뚫을 수도 있다. 무기도 만들 수 있다. 평시엔 건축도 할 수 있다.”
10여 가지를 나열한 후엔 이런 말도 덧붙였다. “또한 그림도 그릴 수 있다.”
그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을 그린 이다(‘모나리자’). 어쩌면 두 번째로 유명한 그림(‘최후의 만찬’)도였다. 그는 해부학·광학·지질학·식물학·수리학 등도 넘나들며 당대의 광범위한 지식을 쌓았다. 7200쪽이 넘는 분량의 노트가 현존하는데 그 중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드로잉도 포함됐다(‘비트루비우스 인간’).
바로 레오나르도 다빈치다. 오는 5월 2일이면 그가 숨진 지 500주기이다. 이에 맞춰 세계 곳곳에서 전시가 열리고 출판이 이어지고 있다. 르네상스적 인간이라고 하면 그를 떠올릴 정도로, 500년 후에도 그는 여전히 영감을 주는 인물로 남아있다. 스티브 잡스는 자신의 영웅으로 꼽았고, 빌 게이츠는 그의 72쪽 분량 노트를 사는데 3080만 달러를 들였다(‘코덱스 레스터’). 왜일까. 근래 다빈치 관련 저작을 낸 세계적 학자, 작가와 연쇄 인터뷰를 두 차례 걸쳐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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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전기를 쓰는 일로부터 물러나고 싶다고 했는데 500년 전 인물인 다빈치에 관해 썼다.
A : “다빈치는 내가 그간 써왔던, 예술과 과학, 인문학이 교차하는 곳에 선 창조적 천재들의 정점에 있다. 그는 알 수 있는 법한 모든 것을 배우는데 흥미를 느꼈다. 모든 분야를 이해하려는 열망은 창조를 가로지르는 패턴을 볼 수 있게 도왔다. 이는 예술과 해부학, 수학을 통해 자연에 깊숙이 내재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게 했다. 내가 그에 관해 쓴 건 이런 호기심을 기리고 독자들에게 이를 장려하기 위해서다.”
아이작슨은 e메일 인터뷰에서 호기심을 강조했다. 그는 “다빈치의 호기심은 인간적인 것”이라며 “이는 우리도 열망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예술·과학·인문학의 교차점과 관련해서 아이작슨은 스티브 잡스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애플 신제품 공개 행사를 할 때 ‘LIBERAL ARTS(교양 학문)’과 ‘TECHNOLOGY(기술)’이란 표지판이 교차하는 장면을 배경으로 삼곤 한 데 대해 잡스는 “창의성이 발생하는 건 교차점이다. 다빈치는 그것의 궁극(ultimate)이었던 인물”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Q : 다빈치를 일종의 사회 부적응자라고 봤고 그의 천재성은 인간적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A : “그는 왼손잡이였고 동성애자이자 채식주의자였고 사생아였으며 (다른 일에) 주의를 빼앗기곤 했다. 또 국외자로서 세상을 봤다. 하지만 그는 피렌체에서도 밀라노에서도 사랑을 받았다. 이는 관용의 가치를 보여준다. 수학이나 과학 이론에서 그는 초인간적 정신의 천재는 아니었다. 그는 매우 호기심이 강했고 관찰력이 있었다. 그런 건 우리가 되고자 열망할 수 있는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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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호기심의 중요성을 강조하곤 한다.
A : “우리 모두 어린이일 때 모두 호기심으로 가득하다. 왜 하늘은 파랗지, 연못엔 왜 물결이 일까 물었다. 나이 들면서 관찰하길 그만둔다. 장성한 사람들이라면 어리석다고 할 만한 질문들을 더는 하지 않는다. 레오나르도의 위대한 재능은 그는 어린아이와 같은 궁금증, 호기심, 그리고 관찰력을 유지했다는 것이다.”
Q : 오늘날엔 다빈치와 같은 르네상스적 인간이 되기 불가능한 게 아닌가.
A : “우린 ‘사일로(분야·부문·전공 등 구획)’에 들어가는 경향이 있다. 한 분야에서 전문가가 돼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스티브 잡스 같은 사람들은 공학 못지않게 미(美)도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 미래엔 테크놀로지에 창조성을 연결할 수 있는 사람들이 가장 성공적일 것이다.”
Q : 그간 여러 명의 전기를 썼다. 이중 누가 당신을 가장 바꿔놓았는가.
A : “레오나르도다. 매일 매 순간 우리 세계 일상의 경이에 대해 관찰하고 질문을 던지려고 노력한다는 점에서다.”
고정애 기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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