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완치 커플 "얼굴 공개해도 좋다, 내 피로 치료제 개발"
수도권을 중심으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집단 감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치료제 개발을 위한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방역 당국이 치료제 개발을 위해 모집하고 있는 혈장 기증 참여자가 조금씩 늘고 있어서다.
혈장 기증에 참여한 사연의 주인공은 오는 27일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 김지선(31)씨와 김창연(35)씨다.
창연 씨는 지난 2월 23일, 지선 씨는 2월 24일에 확진 판정을 받았다. 무증상이었던 지선 씨는 입원한 후 14일 만에 퇴원했지만, 창연 씨는 심한 감기몸살 증세를 보여 20일 넘게 치료를 받았다. 현재는 둘 다 완치 판정을 받고 건강을 회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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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 부부가 혈장 기증을 결심한 이유는 질병관리본부의 호소 때문이다.
지선 씨는 “입원했을 때 고글에 김이 잔뜩 서린 채로 치료해주는 의료진의 모습에 크게 감동했다”며 “완치 후 치료제 개발을 위한 혈장이 부족하다는 질병관리본부의 호소를 듣고 의료진의 은혜를 혈장 공여로 갚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부산의 한 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는 창연씨는 누구보다 의료진의 노력을 잘 알 수 있었다. 그는 “간호사로 환자를 대할 때는 몰랐는데 막상 환자로 입원해보니 죽음의 공포가 생각보다 컸다”며 “온몸에 열이 펄펄 나는데 코로나 치료제가 없어 에이즈 치료제로 치료받았다. 이러다가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밤잠을 설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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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장은 혈액 가운데 적혈구와 백혈구, 혈소판 등이 빠진 액체 성분을 뜻한다.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장에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항체가 들어있다. 혈장 치료제는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장을 채취해 농축하는 방식으로 만든다.
기증을 결심한 이들은 김씨부부뿐만이 아니다. 부부를 포함해 부산 온천교회 신도 21명이 혈장 기증에 참여했다. 이 교회에서는 지난 2월 부산에서 처음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감염 뒤 완치된 32명 중 21명이 지난 8일 혈장 기증에 참여했다. 단체 혈장 기증은 국내 최초 사례다.
정부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위해 혈장 기증을 독려하고 있지만 9일 기준 혈장 공여자는 온천교회 포함 62명이다. 치료제 개발을 위해서는 100명 이상의 혈장이 필요하다고 한다.
글·나래이션=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영상=공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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