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의 '냉장고 속 시신'···현관문 틈까지 청테이프로 막아놨다
냉장고 양쪽에 모자 숨진 채 누워 있어
외부 침입 흔적이나 특별한 외상 없어
경찰 "타살이나 강력범죄 가능성 낮아"
국과수 부검 통해 정확한 사인 밝히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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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 11일 충남 천안의 한 아파트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나 60대 어머니와 30대 아들이 숨졌다. 모자(母子)는 집 안 냉장고 안에 나란히 누운 채 발견됐다. 이 냉장고는 양문형으로 오른쪽에는 어머니 A씨(62)가 왼쪽에는 아들 B씨(34)가 누워 있었다. 모두 불에 그을렸다.
발견 당시 냉장고는 주방 바닥에 뉘어 있었다. 냉장고 위쪽 밑에 접이식 A형 알루미늄 사다리가 괴어 있어 비스듬한 상태였다. 냉장고는 양쪽 문이 열린 채 코드는 뽑혀 있었다. 경찰은 현장 감식 과정에서 주방 가스 밸브가 파손된 사실도 확인했다. 밸브 고무 부분이 잘려 가스가 조금씩 새어 나왔다고 한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천안 서북경찰서 관계자는 “냉장고 앞부분에 인화 물질이 뿌려져 있었고, 이것을 담았던 빈 통도 발견됐다. 발화 지점은 여러 곳이었다”며 “모자의 시신은 그을린 자국 외에 자상 등 특별한 외상이 없어 타살이나 강력범죄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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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감식 결과 외부 침입 흔적 없어
경찰은 집 안쪽 현관문 틈새부터 열쇠 구멍까지 꼼꼼히 청테이프가 발라진 점을 근거로 외부 침입은 없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현관문에 설치된 보조 잠금장치 3개도 모두 잠긴 상태였다고 한다. 이 때문에 119 소방대가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출입문을 강제로 열고 집 안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또 폐쇄회로TV(CCTV)를 분석한 결과 아들 B씨가 지난 10일 오후 6시16분쯤 귀가한 이후 외부인의 방문도 없었다. 귀가 당시 B씨는 한쪽 손에 플라스틱 통을 들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어머니 A씨가 집에 들어간 시기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화재 당시 들린 폭발음은 인화 물질에 불이 붙으면서 ‘펑’ 소리가 났거나 집 안에 있던 모기살충제(스프레이) 통이 터지면서 난 소리인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이들 모자가 불이 나기 전에 숨졌는지, 아니면 불이 난 이후에 숨졌는지 등 정확한 사망 시점과 사인을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전담팀도 꾸렸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17년 전부터 남편과 별거한 상태로 숨진 차남과 함께 살아 왔다. 큰아들은 2007년에 독립한 것으로 전해졌다. 어머니 A씨와 아들 B씨는 모두 직업이 없었고, A씨가 남편으로부터 매달 150만원의 생활비를 받아왔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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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전소해 유서나 휴대전화 발견 못 해
경찰은 화재로 집이 다 타면서 1차 감식에서 유서나 휴대전화 등은 발견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국과수가 현장 정밀 감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불이 난 흔적과 현장 상황을 고려할 때 숨진 모자 중 누군가가 인화성 물질에 불을 붙인 것으로 보인다”며 “외부 침입 흔적이 없는 점으로 미뤄 동반 자살이나 타살 후 자살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두고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화재는 오전 5시22분쯤 천안시 쌍용동 한 아파트 5층에서 폭발음과 함께 발생했다. 불은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 소방대원들이 40여분 만에 진화했다. 불이 나자 아파트 주민 수십명이 옥상으로 대피했지만,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경찰은 문틈에 청테이프가 붙어 있는 등 외부 공기 유입이 차단돼 산소 결핍 현상으로 불이 크게 번지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천안=김준희·박진호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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