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회장 "기업의 사회적 역할 새로 쓰겠다"
달라진 기업의 사회적 역할 강조
대한상의 회장 등 더 큰 역할 할지 주목
최태원(60) SK그룹 회장이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새로 쓰겠다”고 공언했다. 기업을 바라보는 일부 부정적인 시선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는 동시에, 사회가 기업과 기업인에게 요구하는 새로운 역할에 앞장서겠다는 각오를 밝힌 것이다.
최 회장은 30일 경북 안동시에 있는 전통리조트인 ‘구름에’에서 열린 ‘제7회 21세기 인문가치포럼’ 초청 연사로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우리 기업들이 덩치를 키우고 이윤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경제발전에 기여했다는 긍정적 시선도 있지만, 부정적 인식 역시 컸던 것이 사실”이라며 “기업인으로서 냉철하게 현실을 직시하고 있으며, 큰 책임감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저렴한 비용으로 최대한 많은 나무를 베어 비싸게 파는 것이 최고의 가치였다”면서 “그러나 필요한 가치만 추구하게 되면 삼림 보호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질 뿐 아니라 정부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오히려 사업환경이 악화해 존속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개발시대 기업이 보여준 행태에 대한 반감으로 다양한 요구와 규제 등이 쏟아지는 현실을 삼림 보호에 빗댄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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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제일주의 극복해야”
최 회장은 이런 현실에 대한 대안으로 “삼림 보호, 이산화탄소 감축, 안전한 근로 환경 조성과 같은 인류의 편의를 돕는 방식으로 사회가 원하는 가치를 함께 만들어야 기업이 살 수 있는 시대가 됐다”며 기업인의 근본적인 인식 전환을 촉구했다. 기업이 ‘성장 제일주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좋은 기업’, ‘착한 기업’이 돼야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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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으로서 더 큰 역할 나설까
최 회장의 이날 의지 표명은 ‘SK그룹’이란 개별 기업의 총수가 아닌 ‘기업인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과 역할을 다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그간 SK그룹 회장으로서 그룹 내에서 강조해 온 사회적 가치나 ESG(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 경영 등을 외부로 확산하겠다는 의지와도 맥이 닿아있다. 이와 관련 재계 관계자는 “SK그룹을 넘어 대한민국 재계와 기업들을 위해 더 많은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불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최 회장이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차기 회장 후보로 부상하는 상황에서, 그가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위해 나설 수도 있단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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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도 사회의 일원으로 새로운 역할 수행해야"
최 회장은 이날 기업 시민의 책임과 다양성도 강조했다. 그는 “기업도 이제는 사회의 일원으로 다양성과 공감을 바탕으로 새로운 역할을 수행해 나가야 한다”면서 “저 역시 기업인으로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책임과 역할을 다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은 물론 기업에 주어진 새로운 책임과 역할을 적극적으로 실천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한국정신문화재단이 ‘문화 다양성 시대의 사회적 가치’를 주제로 주관한 이 날 포럼에는 정세균 국무총리와 이철우 경북지사, 권영세 안동시장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다음달 1일까지 3일 동안 학술행사와 함께 콘서트, 영화제 등도 함께 진행된다.
최 회장은 이날 초청 강연을 마친 뒤 경북 영주 SK머티리얼즈 본사를 찾았다. SK머티리얼즈는 반도체 핵심 소재인 초고순도 불화수소 국산화에 성공한 기업이다. 지난 2016년 SK그룹에 편입된 이래 매년 20% 이상의 매출 증가를 기록 중이다. 이날 SK머티리얼즈의 고순도 불화수소 공장 등을 둘러본 최 회장은 “올해 초고순도 불화수소 생산에 성공한 것은 SK뿐 아니라 국가 경제를 위해서도 큰일을 한 것”이라며 “SK머티리얼즈가 보유한 분석 기술과 인프라를 활용해 국내 반도체 소재 생태계 발전에 기여하고 협력사와의 동반성장에도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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