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가리 10배 맹독 파란선 문어 , 피서철 부산 앞바다 습격
최근 기장 앞바다서 박모군 2차례 잡아
복어 독보다 1000배 강해 피서객 주의해야
수산과학원 “아열대로 접어 든 건 아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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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독성을 지닌 것으로 알려진 아열대성 파란선 문어가 부산 기장 앞바다에서 올해 들어 두 차례 발견되자 피서객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파란선 문어는 침샘 등에 청산가리보다 10배나 많은 독성을 지니고 있어 맨손으로 만지다가 물리면 자칫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은 이달 초 부산 기장군 일광면 갯바위에서 박모(15)군이 잡아 신고한 문어가 맹독성이 있는 파란선 문어로 확인됐다고 11일 밝혔다. 박군은 지난 6월에도 기장 앞바다 갯바위에서 잠자리채로 파란선 문어를 채집해 수산과학원에 신고했다.
수산과학원 연근해자원과 관계자는 “평소 수산 자원에 관심이 많았던 박군이 바다를 관찰하는 과정에서 파란선 문어를 두 차례 발견하게 됐다”며 “맨손으로 잡지 않고 잠자리채로 파란선 문어를 채집한 것만 보더라도 수산 자원에 기본적인 지식이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파란선 문어는 주로 호주와 인도네시아·필리핀 등 남태평양 아열대 해역에 서식한다. 10㎝ 안팎 작은 크기로 귀여운 모양을 하고 있다. 하지만 파란선 문어의 독은 복어보다 무려 1000배나 강해 불과 1㎎의 독으로도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부산 기장 바다를 찾은 피서객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파란선 문어 출몰 사실과 주의사항을 담은 안내문을 배포하고 있다.
국내 파란선 문어는 2012년 제주도에서 처음 발견됐다. 이후 2015년 6월 제주 협재해수욕장 인근 갯바위에서 김모(38)씨가 파란고리문어에 세 번째 손가락을 물려 응급처치를 받기도 했다. 최근엔 경남 거제를 비롯해 동해안인 울산과 경북 영덕에서도 목격되는 등 점점 북상하고 있다.
전문가는 파란선 문어의 유입 경로로 구로시오 난류를 꼽는다. 국립수산과학원 제주수산연구소 고준철 박사는 “기후변화로 북태평양 서부를 흐르는 구로시오 난류 중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는 대마 난류를 따라서 파란선 문어가 제주도 연안으로 유입됐다”며 “최근엔 대마 난류가 제주도 동쪽을 통해서 동해안으로 유입되는 것을 동해 난류라고 하는데, 이 난류를 따라 파란선 문어가 북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생(알을 포함 성체가 되기 전 상태) 단계에서 난류에 밀려왔다면 바닷속에서 발견되는 개체는 한두 마리 정도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미 토착화됐을 가능성도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아열대성 어종이 출현할 때마다 빈도수를 측정하며 자료를 모으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연근해자원과 관계자는 “수온 상승으로 국내에서 아열대 바다 생물이 자주 발견되기는 하지만 본격적인 아열대화로 접어들었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며 “자료를 축적해 의미 있는 수치가 나오면 본격적인 연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립수산과학원이 1968년부터 2015년까지 한반도 주변 표층 수온 변화를 분석한 결과 48년간 1.11도 상승했다. 동해는 1.39도, 서해는 1.20도, 남해는 0.91도로 같은 기간 전 세계 표층 수온이 0.43도 상승한 것과 비교할 때 두세 배 정도 높은 수준이다.
부산·춘천=이은지·박진호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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