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뉴스] 검사가 꿈이던 전교 1등 중학생, 7명 살리고 하늘로 떠났다
중3 임헌태군 교통사고 후 뇌사 판정
가족 고심 끝 장기기증 결정, 수술대로
심장 등 장기, 피부 조직 다른 이 기증
"검사 돼 착한 사람 돕고 싶다" 꿈 남아
7명에게 새 생명 선물하고 하늘로 떠난 임헌태군. [사진 임성훈씨] |
“헌태야, 아빠는 네가 좋은 일하고 갔으니까 좋은 곳으로 갔으리라 믿는다. 누군가를 살리고 그 몸속에서 다시 살아 숨 쉰다는 걸 믿고 하루하루 살아갈게.” 부산에 사는 임성훈(44)씨는 지난 21일 하늘로 먼저 떠난 아들 임헌태(15)군이 너무 자랑스럽다고 했다. 그는 26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일주일 내내 울었는데 또 눈물이 난다. 사랑한다는 말도 못 해줘서 미안하다”면서도 자신의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중학교 3학년 임군은 폐와 간, 췌장, 신장, 심장 등을 기증해 7명의 생명을 살리고 먼 길을 떠났다.
임씨가 사랑하는 아들과 이별하게 된 건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이던 15일 발생한 교통사고 때문이다. 심정지가 온 임군을 119 구급대가 심폐소생술로 살렸지만 크게 다친 뇌는 수술 후에도 회복되지 않았다. 결국 임군은 뇌사 상태로 병상에 누워있게 됐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임씨 부부는 19일 최종적으로 뇌 CT(컴퓨터 단층 촬영)를 찍어봤지만 뇌사 판정엔 변함이 없었다.
7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하고 하늘로 떠난 임헌태군과 그 가족. [사진 임성훈씨] |
그러자 임성훈씨는 아들의 장기기증에 대해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그는 “처음엔 기증 같은 건 안 하려고 했다. 하지만 뇌 사진 찍고 나서 집사람과 가만히 앉아서 생각해보니 착한 아들 헌태가 착한 일하고 가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임군의 할아버지, 할머니 등 가족들과 논의를 거쳐 아들을 떠나보내 주기로 결정했다. 임씨는 “아버지에게 ‘헌태 장기는 누구 몸에 들어갈지 모르지만 살아 숨 쉬고 있을 거다. 그렇게 나도 위안 삼고 싶다’고 말했더니 ‘너 알아서 해라’고 해서 장기 기증을 결정했다”고 했다.
결국 임헌태 군은 21일 수술대에 올라 자신의 폐와 간(2명), 췌장, 신장(2명), 심장을 남들을 위해 나눠줬다. 장기뿐 아니라 피부 조직도 100명 넘게 기증했다. 임씨는 “병원 앞에서 수술이 끝나길 기다리는데 앰뷸런스들이 하나씩 들어와서 장기를 가져가는 것처럼 보였다. ‘힘들게 오래 수술하면 우리 헌태가 얼마나 힘들겠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좋은 일 했다고 생각하며 참았다”고 말했다. 임군은 23일 가족과 친구 50여명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부산추모공원에 안치됐다.
임군은 평소 임씨 가족에게 듬직하고 착한 아들이었다. 1남1녀 중 맏이로 전교 1~2등을 다퉜다. 격투기 사범을 했던 아버지를 닮아 농구, 축구 등 스포츠도 곧잘 했다.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고 가족들에게도 늘 살가운 존재였다. 임군은 "나중에 크면 검사가 돼서 나쁜 사람 잡고 착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다. 그래서 공부와 운동,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자 노력했다. 불의의 사고를 당해 검사의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착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던 꿈은 현실이 됐다.
조원현 한국장기조직기증원장은 "중학생이란 어린 나이에 가족과 이별하게 된 데 매우 안타까운 마음을 느낀다. 숭고한 생명 나눔을 실천해준 가족들에게도 감사하다"면서 "다른 이를 위해 장기기증과 조직기증 모두를 결심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임군이 다른 이들에게 선행을 베풀고 가는 사람으로 모두가 기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임씨도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다른 사람도 장기기증에 나서줬으면 하는 생각에 아들의 장기기증 사실을 알리게 됐다. 아빠 가슴에 있는 아들을 평생 잊지 못 할 테지만 많은 이를 살리고 떠났기 때문에 ‘괜찮다, 괜찮다’ 버틸 수 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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