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2대로 공항 간 부모···'접촉자 0명' 만든 슬기로운 격리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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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기도 군포시 한 부부는 자가격리 기간 이를 무시하고 미술관 등에 갔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비판받았다. 이처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자가격리자로 분류됐는데도 지침을 어기고 밖으로 나가 물의를 빚은 사례가 잇따르지만 지침을 지키는 이들도 곳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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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나온 부모도 안 만나고 ‘셀프 격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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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때문에 청정 울진을 못 지키게 돼 죄송하다. 저희 정보와 내용을 주위에 전해달라.”
지난달 29일 경북 울진에서는 군민들이 주로 가입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 같은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여기엔 글쓴이가 운영하는 채소가게 이름과 딸 A씨(25·여) 동선이 함께 담겨 있었다. 프랑스에 요리를 배우러 떠났다가 지난달 21일 귀국한 A씨는 부모가 글을 올린 날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울진 첫 확진자다.
A씨는 비행기를 타는 순간부터 인천국제공항·동서울터미널·울진터미널을 거쳐 집으로 올 때까지 마스크를 항상 썼다. 집에 와서도 가족을 만나지 않았다. 자택 2층으로 바로 갔으며 가족들은 1층에서 지냈다. A씨는 아버지에게 도착을 알리는 연락만 했고, 이후 이들은 영상 통화로 대화를 나눴다. 부모는 딸을 위해 생필품과 세탁기·가스버너·전자레인지 등을 방안에 미리 준비했다.
귀국한 자녀를 만나지 않아 접촉을 막은 사례는 또 있다. 경기도 용인시에 사는 영국 유학생 B씨(29)다. B씨는 지난달 25일 입국 당시 인천공항에서 부모가 가져온 차 2대 가운데 1대를 혼자 몰고 집으로 갔다. 부모가 각각 차 1대씩을 끌고 공항으로 와 돌아갈 땐 차 1대는 아들이 타게 하고, 나머지 1대로는 자신들이 이동한 것이다. 이들은 공항에서도 아예 만나지 않았고 B씨는 본인 집에서 혼자 있다가 검사 후 확진 판정을 받았다.
울진군과 용인시 관계자는 모두 “이 같은 노력 덕분에 가족들이 접촉자로 분류되지 않아 가족 간 감염을 차단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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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용 안면보호대까지 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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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격리에 들어간 이들도 있다. 제자 3명과 유럽을 갔던 서울 발레학원 강사 C씨(35·여)는 지난달 26일 귀국했을 때 아버지가 미리 준비한 차를 타고 제자들과 함께 움직였다. 이들은 각자 집으로 가지 않고 경기도 김포시 한 전원주택으로 향했다. 사는 지역이 각각 달라 이동 과정에서 접촉자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 주택은 C씨 제자 1명의 부모님이 미리 마련해뒀다. 방 4개, 화장실 3개로 서로 접촉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한다. C씨는 귀국 다음 날 받은 진단검사에서 확진 판정을 받아 경기도의료원 파주병원으로 옮겨졌다. 제자 3명은 모두 음성이 나왔다. 이들 일행의 동선 조사 결과 접촉자는 없었다고 김포시는 밝혔다.
이밖에 영국을 방문했다가 지난달 15일 돌아온 서울 송파구민(35)은 선별진료소를 오가며 마스크와 감염방지용 안면 보호대 역할을 하는 의료용 ‘페이스 실드’를 썼다. 그는 집에서 나온 이후 엘리베이터나 대중교통은 이용하지 않고 30여분 걸리는 거리를 걸어갔다. 그는 지난달 18일 진단검사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
7일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지금까지 무단이탈 등으로 자가격리 지침을 어겨 감염병예방법 혹은 검역법 위반으로 사법처리 절차가 진행 중인 사람은 75명(67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6명은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중대본은 전했다.
자가격리 이탈자를 경찰에 고발한 한 지자체 관계자는 “자가격리 중인 분은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생활수칙을 꼭 지켜달라”고 말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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