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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70명 정석기업, 이 작은 회사가 이명희·조원태 난 불렀다

그룹 부동산 관리 ‘알짜 중 알짜’

조원태 물러나고 조현민 경영 맡아

‘이 고문 입김 작용했다’ 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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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과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이 함께 사과문을 내며 사태를 표면적으로 봉합하긴 했지만, 지난 25일 터진 조 회장과 어머니간 가족 분쟁은 재계 총수 가족 내에선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수준이다.


어머니와 아들, 모자간 갈등은 정석기업 지배권을 놓고 시작된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조양호 전 회장 사망 직후 이어진 정석기업 경영권 갈등이 분쟁의 ‘씨앗’이란 해석이다.


정석기업은 그룹 내 부동산 매매·임대업과 건물 관리를 맡은 비상장 기업이다. 대한항공처럼 일반에 알려져 있지 않지만 정석기업은 한진그룹 내에서 '알짜 중의 알짜'로 꼽힌다. 서울 중구 소재 한진빌딩 본관·신관과 인하국제의료센터 등 그룹 내 주요 빌딩이 정석기업의 소유다. 감사보고서 등에 따르면 정석기업 임직원은 70여명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작은 회사다. 하지만 소유한 자산은 무시할 수 없는 규모다. 2018년 연말 기준으로 정석기업의 자산은 2619억원인데, 부채는 459억원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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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기업의 매출액은 426억원(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크지 않지만 주요 자산 중 하나인 한진빌딩에는 법무법인 광장을 비롯해 고려해운, 우리은행 등이 입주해 있다. 서울 중구 한진빌딩의 경우 최근 이어진 불경기에도 공실이 없을 정도다. 이 때문에 부동산 업계에선 정석기업이 소유한 부동산의 가치가 1조원은 족히 넘어설 것으로 보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정석기업은 한진그룹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재원 조달 창구가 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한진칼 지분 인수에 따른 2700억원 규모의 상속세를 내기 위해 오너 일가가 정석기업 지분 매각에 나설 것이란 관측은 여전히 유효하다. 실제로 지난 10월 조양호 회장이 보유한 주식회사 한진 주식을 처분하면서 얻은 현금(250억원) 일부가 이명희 고문과 삼남매의 정석기업 지분 인수에 쓰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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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과 재계를 종합하면 조양호 전 회장 사망에 따른 정석기업 상속은 지난 10월 29일 완료됐다. 이에 따라 이명희 고문 6.87%, 조현아·조원태·조현민이 각각 정석기업 지분 4.59%를 보유하고 있다. 4명의 지분을 더하면 20.64%다. 이 고문은 조양호 전 회장의 누나 조현숙씨의 남편인 이태희 변호사(8.07%)에 이어 정석기업 2대 개인주주다. 이 고문은 정석기업 사내이사도 맡고 있다. 대한항공 부사장 출신 원종승 정석기업 대표도 사내이사다.



5월 인사때 조원태 나가고 조현민 등장


정석기업 경영권을 놓고 이명희 고문과 조원태 회장이 갈등을 겪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 건 지난 5월 무렵이다. 정석기업 대표이사를 맡고 있던 조 전 회장이 사망한 직후 이 회사의 사내이사를 맡고 있던 조원태 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 과정에서 어머니 이명희 고문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란 얘기가 들렸다. 여기에 더해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경영에 복귀하면서 정석기업 부사장을 겸직하는 것으로 결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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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양새로 보면 조원태 회장이 정석기업에서 손을 떼고 조현민 전무가 이 회사 경영을 맡은 것이다. 재계에선 그간 이명희 고문이 정석기업을 통해 한진그룹 경영 전반에 대한 보고를 받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재계 관계자는 “모든 게 이명희 고문의 결심 없이는 이뤄지기 힘든 구도”라고 설명했다.


향후 한진그룹 분쟁에서도 정석기업은 갈등의 중심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원태 회장 등은 향후 5년간 6차례에 걸쳐 상속세를 분납하기로 국세청에 신고했다. 현재로썬 한진그룹에서 받는 소득을 제외하곤 정석기업 지분 매각이 상속세를 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조원태 회장도 지난 11월 미국 뉴욕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상속세 납부 질문에 “많이 어렵다. 1차분까지는 좀 넣었는데 저는 소득이라도 있지만 다른 사람은 소득도 없어서 힘들어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한진그룹은 “정석기업과 현재 불거진 그룹 이슈와는 무관하다”며 “조원태 회장이 정석기업 이사직을 그만 둔 건 항공 사업에만 집중하기 위한 본인의 의지”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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