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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 옆 창고의 신분상승…‘팬트리’로 플렉스하고 힐링까지

코로나 19시대 필수공간으로 떠오른 '팬트리'

좋아하는 물건으로 꽉 채운 ‘힐링 공간’으로도 인기

"종류별로 구획 나누고, 바구니에 담아 수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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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에 사는 주부 홍미경(30)씨는 최근 팬트리(pantry·식료품 보관장소) 정리에 푹 빠졌다. 지난 3월 새집으로 이사오면서 가장 먼저 설치한 것이 바로 팬트리 장이다. 신축 아파트처럼 짜인 팬트리가 없어 이케아 선반을 활용해 주방 한쪽에 세 칸짜리 팬트리를 만들었다. 각종 곡물과 시리얼은 물론 라면, 음료, 아기 간식 등을 가지런히 정리했다. 홍씨는 “주방 바로 옆에 필요한 물건들을 정리해두니 동선이 짧아져 무척 만족스럽다다”며 “무엇보다 모든 물건이 눈에 보이는 위치에 있어 중복 구매가 줄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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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인기 있는 예능 프로그램 ‘신박한 정리(tvN)’에도 팬트리는 자주 등장한다. 온갖 물건으로 가득 찬 연예인의 집 내부를 깔끔한 공간으로 변신시킬 때 팬트리는 구원투수 역할을 한다. 바닥부터 천장까지 선반 형태의 팬트리를 짜고 두루마리 화장지부터 주방에서 굴러다니는 영양제까지 각종 물건을 정리한다. 어지럽게 흩어져 있던 물건들이 종류별로 정리돼 팬트리에 가지런히 놓인 모습을 보면 시원한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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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선수 박세리의 남다른 팬트리 사랑이 화제가 된 적도 있다. 한 예능 프로에서 새집을 공개하면서 "가장 먼저 마련한 게 팬트리 공간"이라고 소개한 것. 박세리는 키 큰 선반 장을 주방 옆에 마련하고 좋아하는 스낵·햇반·라면 등을 편의점처럼 가지런히 정리해 둬 눈길을 끌었다. 이후 ‘팬트리 전문가’로 불리게 된 박 선수는 개그맨 김민경씨의 새집에 가서도 미니 팬트리를 제작하고 슈퍼마켓을 방불케 하는 남다른 진열 노하우로 웃음을 줬다. 온라인상에서는 “나도 박세리처럼 팬트리로 플렉스(부를 과시한다는 뜻) 했다”며 자신의 집 안 미니 진열장 등을 보여주는 게시물이 여럿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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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주택에선 주방 옆에 수납만을 위한 공간을 따로 마련해 선반을 짜 넣고 팬트리를 꾸민다.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비율이 높은 한국 가정에선 공간이 부족해 대부분 주방 한쪽에 가구를 활용한 작은 수납장을 마련한다. 생수·음료·스낵·시리얼 등 상온 보관이 가능한 식료품과 함께 최근엔 커피머신·토스터 등 각종 주방 집기 등을 진열하는 용도로도 쓰인다.


숨은 공간으로 머물렀던 이 팬트리가 요즘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 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집을 정리하고 싶은 욕구가 커졌기 때문이다. 집을 쾌적하게 만들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수납. 특히 자잘한 물건들이 많은 주방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데 팬트리만한 대안이 없다.


주방 시공을 할 때도 팬트리 공간을 반드시 설치하는 추세다. 인테리어 시공 회사 ‘아파트멘터리’에 따르면 큰 팬트리를 설치할 여유 공간이 충분치 않은 경우에도 최소한 스탠드형 김치 냉장고 사이즈 정도의 팬트리를 주방에 설치하고 싶어하는 고객들이 많다고 한다. 드물지만 베란다를 팬트리로 바꿔 시공하는 경우도 있다. 윤소연 아파트멘터리 대표는 “코로나 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외출을 꺼리다보니 집에 쌓아두는 식품이나 소모품들이 많아졌고 이를 수납하기 위한 팬트리의 필요성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며 “실용적이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꽉 채워진 팬트리는 바라만 봐도 마음이 풍성해지는 힐링 스폿”이라고 했다.


실제로 ‘힐링템’으로서 나만의 팬트리장을 연상시키는 상품이 등장해 화제가 됐다. 지난달 2일 식품업체 오뚜기와 이베이코리아의 온라인 쇼핑몰 지마켓·옥션이 함께 제작한 ‘비상식량 팬트리’ 기획상품이다. 선반처럼 짜인 2단 혹은 3단 종이 상자에 햇반·컵라면·3분카레 등의 간편식품을 진열한 형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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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털 인테리어 업체 ‘한샘’에 따르면 30평대 아파트의 경우 기본 싱크대 외에도 팬트리 역할의 키 큰 장을 한두 개씩은 꼭 설치하는 추세이고, 전체 인테리어 공사를 하는 경우에는 창고식 팬트리를 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한샘 윤혜진 기업문화팀 과장은 “과거보다 주방에 팬트리 역할을 하는 키 큰 장을 짜 넣으려는 수요가 많아졌다”며 “즉석식품이나 간편식을 선호하는 맞벌이 가정이 늘어난 데다 토스터·커피머신 등 자잘한 주방 집기들이 늘어난 것도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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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트리 관련 상품 매출도 호조세다. 지마켓에 따르면 올해 3월부터 11월까지 박스‧그릇장‧수납장 등은 지난해 동기 대비 판매량이 25% 신장했다. 바구니‧바스켓은 27%, 수납 정리함은 6%신장했다.


집 정리 전문 업체 ‘홈정리컨설팅’의 최희숙 대표는 “최근엔 인터넷이나 홈쇼핑에서 식품을 대량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 식료품만을 위한 팬트리 공간을 마련하는 집이 많다”며 “집 정리를 할 때도 팬트리를 활용해 물건을 종류별로 분류해 두면 집 안이 몰라볼 만큼 깔끔해진다”고 조언했다.


팬트리를 보다 잘 꾸밀 수 있는 노하우도 있을까. 최 대표는 “식품, 주방 관련 용품, 생활용품 등으로 구획을 나눈 뒤 바구니 등을 활용해 또 한 번 종류별로 구분해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안에 있는 물건을 구별할 수 있게 투명 용기나 반투명 용기를 사용하면 더 좋다”고 했다. 또한 가볍거나 잘 쓰지 않는 물건들은 위로 올리고, 무겁고 위험한 물건은 아래로, 자주 쓰는 물품은 허리부터 가슴라인에 진열해두는 것이 좋다.


유지연 기자 yoo.jo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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