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금 붓듯 스타벅스 0.01주…'김여사'가 원화값 흔든다
외국주식 매입 달러 수요 늘어
원화 약세 부추기는 원인 중 하나
저금리 등 영향 해외로 눈돌려
올들어 4개월간 24조원 증가
“아마존 0.04주, 스타벅스 0.01주”
직장인 해외 주식 쪼개 매입 확산
달러 매입 가세, 원화 약세 부추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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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투자자의 해외 증권 투자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국내 증권사를 통한 직접투자와 해외투자 펀드를 활용한 간접투자의 규모는 지난 3일 기준으로 199조1300억원에 이른다.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이달 중으로 200조원 돌파는 확실해 보인다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전망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해외 투자펀드의 순자산 총액은 153조300억원(지난 3일 기준)이었다. 한국예탁결제원이 보관 중인 해외 증권의 규모는 394억 달러(약 46조1000억원, 지난 3일 기준)어치로 집계됐다. 외국환 거래 규정에 따라 국내 투자자가 해외에서 주식이나 채권을 산 뒤 예탁결제원에 보관을 맡긴 물량이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해외 투자펀드는 18조8700억원, 해외증권 직접투자는 5조6200억원이 늘었다. 올해 들어 4개월여 동안 해외 투자 증가액(24조4900억원)이 이미 지난해 연간 증가액(20조9900억원)을 넘어섰다. 2015년 말(86조3700억원)과 비교하면 112조원 넘게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 부진과 장기적인 저금리를 해외 증권 투자 확대의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으로 불리는 경기 불황기에 ‘와타나베 부인’이 전성기를 누렸던 것과 비슷한 이유다.
와타나베 부인은 특정 인물이 아니라 저금리의 엔화 자산을 팔고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해외 자산에 투자했던 일본의 주부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국내에선 투자자의 남녀 구분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에서 ‘김선생과 김여사’로 불린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해 네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도 김선생과 김여사의 해외 투자를 부추기는 요인이 됐다. 한국(연 1.75%)과 미국(연 2.25~2.5%)의 기준금리가 역전되면서 해외 채권 등의 투자 매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원화 약세 변수 ‘김여사’…홍남기는 환율 구두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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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익 KB자산운용 이사는 “현재 국내에선 투자할 곳을 찾는 자금의 유동성은 풍부하지만 기대수익률은 매우 낮아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다”며 “고수익을 추구하는 자금은 물론 퇴직연금 같은 노후자금까지도 해외 시장에 분산 투자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해외 자산에 투자하면서 원화 약세에 따른 환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국내 투자자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해외 주식은 미국의 아마존이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국내 투자자들이 아마존 주식을 사고판 금액은 7억6000만 달러에 이른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엔비디아·알파벳(구글의 모회사)·애플 등의 주식도 각각 2억 달러 이상 거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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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선생과 김 여사의 행보는 외환시장에서도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들이는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원화 약세의 요인으로 작용해서다. 반면에 외국인들은 국내 주식·채권 시장에서 꾸준히 순매수를 유지하면서 일부에서 우려했던 외국인 자금의 이탈 조짐은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가치는 전날보다 2.9원 하락(환율은 상승)한 달러당 1169.4원으로 마감했다. 이날 원화가치는 전날보다 5.6원 하락한 달러당 1172.1원에 거래를 시작했지만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구두개입성 발언이 나오면서 소폭 반등했다. 홍 부총리는 “환율은 시장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게 맞지만 특별한 쏠림 등 이상징후에 대해서는 늘 대비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서정훈 KEB하나은행 외환담당 수석연구위원은 “원화가 당분간 강세(환율은 약세)로 돌아서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국내 거시경제 지표 부진, 대북 리스크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정완 기자 jw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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