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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바다 집안에 놓고 '물멍'…이상이 "하루 2시간씩 본다"

내 집에 작은 바다를…아쿠아테리어 인기

고양이·강아지 대신 '반려어' 키우는 사람도 늘어


힐링을 위한 방법으로 '물멍'이 인기다. 모닥불 바라보는 ‘불멍’, 산을 바라보는 ‘산멍’과 함께 아무 생각 없이 물을 오래 바라보며 마음의 편안함을 느낀다는 사람이 많다. 직접 바다로 강으로 나가보는 것도 좋지만 요즘 2030세대는 집 안에 작은 바다를 들여놓고 물멍을 즐긴다. 최근 예능 프로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한 배우 이상이가 “반려어와 수족관을 하루 2시간씩 그냥 쳐다본다”고 물멍을 예찬하면서 관심이 더 커졌다. 이상이는 방송에서 물고기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뽐내며 직접 집 안에 거대한 어항을 설치하고, 수족관을 찾아가 반려어를 사고, 수초수조를 만드는 등 물멍 작업의 기초과정을 자세히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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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멍의 장점은 마음이 차분하게 정화되면서 명상 효과가 난다는 것. 서교동의 한 수족관에서 만난 20대 직장인 김예슬씨는 "혼자 사는 게 쓸쓸해 반려동물 키우기를 고민하다 수조의 아름다운 모습에 반해 작은 물고기 몇 마리를 키우러 왔다"며 "준비 작업만으로도 힐링이 된다"고 했다. 2013년부터 수족관을 운영해온 홍산수족관의 정현교 대표는 “종전에는 소비수준이 높은 40대가 수조에 관심을 가졌다면, 최근엔 아이가 있는 30대부터 반려어를 키우고 싶어하는 20대까지 연령층이 낮아졌다”고 했다.



작은 어항? 지금은 아쿠아 스케이프


요즘은 물고기 집 수준의 어항을 넘어, 수조를 아름답게 꾸미는 ‘아쿠아테리어(아쿠아+인테리어)’가 대세다. 수초·산호·돌·나무 등을 이용해 수조 안에 계곡과 폭포 등 자연경관을 꾸미는 수중 조경 ‘아쿠아 스케이프’가 대표적이다. 물고기의 성질과 특성, 서식지에 대한 이해를 기본으로 수조를 아름답게 꾸미는 게 핵심인데 아쿠아리스트의 미술적 감각이 그대로 드러나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도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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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로 아쿠아 스케이프를 시작해 퇴직 후 전문숍까지 차리게 됐다는 박기민 아쿠아리스모 대표는 “인조 수초나 파란 백스크린에 의존하던 기존의 수조 장식을 자연물로 바꿔 실제로 물고기가 사는 환경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며 “이 과정을 통해 수조가 아름다워질 뿐 아니라 물고기 역시 건강하게 지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핫플로 뜨는 ‘물멍’ 명소들


서울 마포구에 있는 홍산수족관은 홍대 인근 주민들에게 유명한 물멍 장소다. 금융업계에서 일했던 정 대표는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직접 낚은 토종 물고기를 어항에서 키우다 아예 아쿠아리스트를 생업으로 택했다고 한다. 해가 지면 이곳은 산호와 수초로 꾸민 수족관 풍경이 더 신비로워져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잡는다. 구피·복어 등 일반적인 어종부터 한 마리에 수천만원인 희귀 어종까지 없는 게 없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취급을 잠시 멈췄지만 호주에서 들여오는 오색찬란한 산호로 꾸민 수조는 이곳의 백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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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아테리어 컨셉트의 카페도 최근 인기 있는 물멍 장소다. 대표적인 곳은 광교 갤러리아백화점 지하를 비롯해 여러 지점을 운영하는 수족관 카페 ‘아쿠아가든’이다. 특히 기흥 파워리빙센터에 위치한 아쿠아가든은 수천 종의 물고기를 구경할 수 있는 거대한 수족관과 아쿠아 스케이프 작품때문에 평일·주말 할 것 없이 사람들이 몰려든다. 방송에서 이상이가 찾았던 수족관 역시 이곳이다. 특히 커다란 나무를 중심으로 만든 카페 중심부는 판타지 영화에 나올법한 신비로운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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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자라면 ‘구피’부터


집에 수조를 들이려면 미리 공부할 게 많다. 물고기가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위해 수조 외에 물을 정화해주는 여과기, 수온을 맞출 수 있는 히터, 수조를 빛낼 수 있는 조명은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수조도 너무 작은 것보다 50~100ℓ의 물을 담을 수 있는 가로 45cm 이상의 크기를 권한다. 수조가 너무 작으면 수질 관리가 어렵기 때문이다.


수조는 담기는 물에 따라 크게 해수와 담수(민물) 수조로 나뉜다. 아름답기로는 바닷속 풍경을 만들고 열대어를 기르는 해수 수조가 좋지만, 일반적으로는 담수 어종을 기르는 담수 수조가 관리가 쉽다. 아쿠아리스모의 박 대표는 “초보자라면 열대어보다는 담수 어종이 기르기 쉽고, 그 중에서도 구피·플래티·몰리 등의 난태생 어종이 쉽다”며 "난태생 어종은 뱃속에 알을 품은 뒤 부화시켜 출산하는 종으로 출산율이 높아 잘 키우면 많은 물고기를 받아 키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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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태생 어종 중에서도 가장 키우기 쉬운 건 구피류다. 구피는 단색과 줄무늬 등 종류도 다양하고 수질에도 크게 민감하지 않아 키우기가 좋다. 만약 여러 종의 물고기를 한 수조에서 키운다면 함께 살 수 있는 어종을 잘 알아보고 합사해야 한다.


어떤 수조를 택하든지 부지런한 관리는 필수. 정 대표는 “적어도 1주일에 한 번은 수조 물의 3분의 1을 갈아주고, 어종에 맞는 pH도 조절하고, 물속 박테리아가 증식하지 않도록 세심한 관리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글·기획=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영상·사진=장진영 기자, 편집=황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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