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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 맞선 발레리나 용기···'호두까기 인형’ 안무 바꿨다

'중국 춤' 표현 위해 백인 얼굴에 노란 색칠

양갈래 수염 늘어뜨리고 손가락으로 젓가락 표시

인종차별 비판에 메이크업·안무 수정 나서

오페라·뮤지컬계도 자정 활동 벌인다



'호두까기 인형'을 아시나요?

1816년 발표된 독일의 동화 '호두까기 인형과 생쥐 대왕'을 토대로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을 입힌 클래식 발레의 고전인데요. 발레를 잘 모르는 분들도 호두까기 인형이나 백조의 호수에 대해서는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무용계의 스테디셀러로 불리는 '호두까기 인형'이 최근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다고 하는데요. 이번 알쓸신세 - [ 고보면 모있는 기한 계뉴스] 에서는 세계 각국의 무용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종차별 논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일단 사진 먼저 보고 가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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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 발레리노의 얼굴에 노란색 화장을 해놓은 모습이 우스꽝스러워 보이나요? 집게손가락을 위로 치켜든 손동작은 또 어떤가요? 좀 과장된 느낌을 주는 건 사실이죠.



공연 20일 앞두고 안무 바꾼 호주 발레단


최근 호주 발레단이 크리스마스를 불과 20일 앞두고 '호두까기 인형'의 안무를 수정했다고 합니다. '호두까기 인형'은 주인공 소녀 클라라가 크리스마스에 호두까기인형을 선물 받은 뒤 인형이 왕자로 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고전 발레 명작입니다. 극 중 배경이 크리스마스이다 보니 주요 발레단이 매년 이맘때쯤 관객에게 선보이는 스테디셀러가 됐죠. 발레 팬들 사이에선 '크리스마스=호두까기 인형' 이라는 등식도 있을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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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크리스마스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작품의 백미로 불리는 인형들의 안무가 수정됐습니다. 안무 수정은 무용수들에겐 치명적입니다. 아예 연습을 새로 다시 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대체 어떤 사연이 있었던 걸까요?



"옐로우 페이스는 인종차별"


문제는 왕자로 변한 호두까기 인형이 생쥐 대왕을 물리친 후, 승리에 감격한 인형들이 각국의 춤을 추는 장면에서 불거졌는데요. 인형들은 축하의 표시로 스페인 춤, 인도 춤, 중국 춤 등을 차례로 선보입니다.


문제는 중국 파트였습니다. 인종 차별 논란이 일어난 겁니다. 우스꽝스러운 수염과 과도하게 허리를 숙여 절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춤 동작, 백인 무용수들이 노랗게 얼굴을 칠하는 화장법 등이 문제가 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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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발레단은 최근 관객으로부터 이와 같은 퍼포먼스가 불쾌하다는 지적을 받고 공연 내용을 수정, 문제가 된 파트의 무용수들은 아예 아시아계로 교체했다고 밝혔습니다.



"옐로우 페이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필리핀계 출신인 뉴욕시티발레단 소속 솔로이스트 발레리나 조지아 파스코긴은 한 발 더 나아갔습니다. ‘옐로우 페이스에게 마지막 인사를(Last bow to yellow face)’라는 이름의 온라인 단체까지 만든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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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코긴은 현역 무용수로 활동하면서 무용계의 인종차별적 관습에 맞서는 운동을 펼치고 있는데요. 그 결과 미국 보스턴 발레단, 샌프란시스코 발레단 등 미국 유명 발레단이 발레 무대에서 ‘옐로우 페이스’를 근절하겠다는 내용의 서명에 동참하기도 했습니다.


아시아계라는 점을 표현하기 위해 노란색 메이크업을 한 것이 무슨 문제냐고요? 파스코긴은 무용 전문 잡지 '포인트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답을 내놨습니다.


"'호두까기 인형'에서 무용수들은 스페인, 인도, 중국 등 여러 나라의 춤을 선보입니다. 하지만 이 중 특정 인종을 나타내기 위해 얼굴 전면에 색칠을 하고 가발을 써야 하는 춤은 중국 춤이 유일합니다."


그러면서 우스꽝스러운 묘사 없이도 충분히 동양 문화를 전달할 수 있다며 샌프란시스코 발레단의 중국 춤을 그 예시로 꼽기도 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발레단 버전의 '호두까기 인형'에서는 중국 춤을 추는 무용수가 양갈래로 길게 늘어뜨린 수염을 달고 등장하지 않습니다. "젓가락을 형상화했다"며 집게손가락을 하늘로 치켜든 채 춤을 추지도 않죠. 대신 발레에 중국 전통 무술을 결합한 새로운 스타일의 안무를 만들었습니다. 또 대나무와 천으로 만든 용 모형 속에 무용수들이 들어가 중국 전통의 '용 춤'을 재현하기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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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에서 오페라까지…예술계 자정 활동


다양한 인종을 차별 없이 표현하기 위한 노력은 예술계 전반에서 진행 중입니다. 2015년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단은 동명의 셰익스피어 원작을 바탕으로 한 오페라 '오셀로'에서도 얼굴을 검게 칠하는 이른바 '블랙페이스' 화장을 없앴고, 뮤지컬 캣츠의 제작진은 중국인을 경멸조로 칭하는 속어 '칭크스(Chinks)'가 가사에 들어간 노래 '그라울타이거의 마지막 접전'을 삭제했습니다.


'호두까기 인형' 안무 개선 운동에 앞장서온 아시아계 전직 무용수 필 챈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백조 여왕을 꿈꾸는 어린 동양인 발레리나들에게 희망적인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예술계의 자정 노력이 서서히 빛을 발하고 있다는 사실 만은 확실해 보입니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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