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담당 회사원이 퇴사 후 고깃집 차리면 망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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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이준혁의 창업은 정글이다(25)
얼마 전 함께 근무했던 선배로부터 연락이 왔다. 그 선배는 대기업 인사부서에서 수십 년을 근무하고 임원으로 퇴임 후 고깃집을 차렸다. 창업할 때도 아무 소식이 없었고, 그동안 연락도 없기에 잘하고 있는 줄로만 알았다. 선배의 갑작스레 만나자는 말에 의아해하며 매장을 방문했다.
매장을 오픈한 지 3년이 지났지만 오픈 초기를 제외하곤 계속 하락세를 면치 못한다며, 왜 손님이 없는지 원인을 모르겠다고 진단을 의뢰했다. 선배의 식당은 입지도 좋은 편이었고 메뉴 선정이나 맛, 가격 모두 크게 문제 될 게 없을 만큼 안정적이었다. 그런데도 매출이 지속해서 꺾이는 원인이 뭘까 고민하면서 손님이 제일 많은 시간인 저녁을 골라 몇 시간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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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매장을 방문했을 때 느꼈던 첫인상은 근무하는 종업원들의 표정이 이상하리만큼 굳어있다는 느낌이었다. 몇 시간을 매장에 머물면서 지켜보니 매장에 손님이 있든 없든 선배가 계속해서 종업원들을 지적하고 야단을 치고 있었다. 상부에서 하부로 명령만 내리꽂는 대기업 임원 출신의 몸에 밴 톱다운 업무지시가 그대로 나타났다. 그러면서 정작 본인은 함께 움직이며 업무를 하는 것이 아니라, 손님이 조금 없으면 카운터에서 신문을 보거나 스마트폰을 보면서 직원들과는 동떨어져서 있었다.
진정한 리더십은 관리하지 않고 리드하는 것이다. 그 리드의 핵심은 먼저 솔선수범하고 배려하는 것이다. 선배는 인사 출신답게 종업원들을 관리하려고만 달려드니 직원들 얼굴에 수심이 가득했다. 그런 마음가짐으로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고객서비스가 나올 리가 만무했다. 직원들이 완전히 가라앉아있는 불편한 식당에 고객이 찾아올 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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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인력 아웃소싱회사인 삼구아이앤씨 구자관 회장은 50년 전 청소도구 하나로 사업을 시작해 직원 수 3만5000명, 연 매출 1조5000억원의 회사로 키워냈다. 회사에는 26개 계열사가 있는데 철저하게 공채 출신에 계열사 대표를 맡기고 책임 경영을 실천하며 한 번도 경영에 간섭하거나 지침을 주는 일은 없다고 했다. 이유는 신입사원부터 대표자리에까지 올라온 그들이 본인보다 더 디테일하고 치밀한 업무파악 능력과 위기대처 능력도 있는데, 회장이 잘 알지도 못하면서 명령을 계속 하달하면 그게 더 위험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대신 회장은 사람채용과 신규사업 결정 시에만 책임을 지고 사인했다. 이는 사람을 잘못 뽑아 문제가 나거나, 신사업 결정을 잘못해 회사에 손실을 냈을 때 그 일로 수십 년 키운 대표를 내보내는 결과를 초래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책임질 일은 자신이 맡고, 계열사 대표는 자기 전문 영역에서 소신껏 경영에만 몰두하게 한다는 것이다. 회장 명함도 대표 책임사원으로 되어 있고, 철저하리만큼 낮은 자세로 대표이사를 서포트하는 경영을 펼치고 있다.
교육사업을 하는 SY에듀 정상윤 대표는 천여명의 직원을 거느린 중견 기업으로 회사를 키워냈다. 정 대표는 전문 인력의 적재적소 영입과 그들에게 모든 권한을 위임하는 책임경영, 직원들 처우 개선에 주력한 결과가 회사를 발전시켰다고 얘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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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은 회사를 방문한 적이 있다. 본인이 오너지만 경영능력이 출중한 대기업 대표 출신을 회장으로 앉혀 본사의 가장 큰 방을 회장에게 내주고, 본인은 팀장석에 앉아 업무를 보고 있는 모습을 봤다. 또 영업 사원들에게 지급되는 수당을 업계 평균인 45%가 아닌 80%를 지급하고, 직원들이 퇴사 이후 살아갈 수 있는 대안을 찾아주려고 끝없이 연구하고 실천한다. 임직원이 똘똘 뭉친 그 회사가 업계에서 고속 성장한 것은 물론이다.
2003년 73세의 나이로 맥도널드 시니어 취업 알바생으로 입사한 임갑지 할아버지는 만 17년을 맥도널드에서 근무하고 91세인 지난달 퇴사를 했다는 보도를 접했다. 집에서 20㎞가 넘는 양주역에 위치한 직장을 다니면서 한 번도 지각이나 결근을 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 그에게 어떻게 오랜 시간 근무할 수 있었냐고 물으니,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이라는 명쾌한 대답을 내놓았다. 어느 곳에서나 주인이 되어 살면 그곳이 곧 진리의 자리라는 뜻이다. 매사에 주인처럼 일하면 즐겁다는 의미로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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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든 식당이든 좋은 직원을 데리고 있는 것은 큰 장점이다. 특히 서비스업에서는 직원 한 명 한 명이 주인처럼 매장을 관리하고 친절하게 고객을 맞이해야만 다시 그 고객이 재방문하고 또 다른 고객을 데리고 온다. 아무리 맛이 좋고 입지가 좋은 식당도 직원에게 받은 불쾌한 서비스 하나로 다시는 찾지 않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처럼 매사에 주인처럼 즐겁게 일하는 직원을 많이 갖기 위해서는 그들이 주인처럼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직원을 인격적으로 대하고 자신들이 대접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 만큼 먼저 배려해야 한다. 일하는 것이 의무가 아니라 신나서 일할 수 있게 해야만 고객서비스로 선순환되는 것이다.
주인이지만 한없이 낮은 자세로 함께 동화되고 같이 일해야 한다. 함께 상생하지 않고는 이 치열한 경쟁 구도 속에서 기업을 존속시킬 수 없다. 주인처럼 일하는 직원을 갖고 싶다면 직원을 주인처럼 대해야 한다. 그런 마음을 가져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성공과 실패는 그 누구도 아닌 본인에게 달려 있다.
(사)한국공유정책 일자리 위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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