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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리‧공효진의 그 모자…수수해서 더 매력적이네

양동이 뒤집어 쓴듯한 버킷햇

코로나19로 ‘원마일 웨어’ 유행

90년대 복고 패션 영향도


햇빛이 뜨거워지는 요즘 같은 계절에 꼭 필요한 패션 아이템을 하나 꼽으라면 바로 모자다. 멋스러움은 물론 실용적인 쓰임새까지 챙길 수 있다. 올여름에는 모자 중에서도 버킷햇(bucket hat)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버킷햇은 양동이(bucket)를 뒤집어쓴 모양을 내는 모자를 가리킨다. 흔히 벙거지로도 불린다. 벙거지는 조선 시대 군노나 하인이 쓰던 털로 만든 모자를 말한다. 주로 검은색 두꺼운 털로 만든 모자로 장식이 없어 수수한 느낌을 준다.


버킷햇의 매력은 바로 이 수수함에 있다. 머리에 쓰면 뭔가 과하다는 느낌을 주는 다른 모자들과 달리 오히려 전체 옷차림의 분위기를 차분하게 만들어준다. 게다가 모자 하나 무심하게 눌러 썼을 뿐인데, 왠지 모르게 멋스러워 보인다. 과하지 않게 멋을 내기 좋다는 얘기다. 꾸민 듯 안 꾸민 듯한 일명 ‘꾸안꾸’ 패션을 추구하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버킷햇 만한 모자가 없는 이유다. 전반적으로 튀기보다는 평범한 패션을 원하는 놈코어(normal+hardcore) 트렌드와도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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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는 주로 평범한 옷차림으로 대중에게 모습을 감추는 스타들에게 버킷햇은 친숙한 존재다. 왠지 모르게 신비해 보이는 효과는 덤이다. 최근 예능프로그램에서 댄스그룹 ‘싹쓰리’로 컴백해 화제의 주인공이 된 이효리도 버킷햇을 애용하는 스타다. 평소 주로 자연스러운 옷차림을 선호하는 그에게 버킷햇은 없어서는 안 될 필수 패션 아이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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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오랜만에 예능 프로그램에 나들이한 공효진의 버킷햇도 화제가 됐다. 무인도에서 펼쳐진 ‘삼시세끼5’에서 편안한 오버롤 팬츠(멜빵바지)와 함께 긴 레이스 끈이 달린 지사 소재 버킷햇을 써 특유의 소탈하면서도 사랑스러운 패션을 선보였다. 지사 소재는 종이나 대나무 등으로 만들어진 천연 소재로 모자나 가방 등에 주로 활용된다. 라피아, 리넨 등과 함께 여름 액세서리에 주로 활용되는 소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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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패션 트렌드를 엿볼 수 있는 주요 디자이너 브랜드의 2020 봄여름 컬렉션에서도 버킷햇은 자주 등장했다. 디올‧펜디‧프라다 등 럭셔리 브랜드부터, 빈폴레이디스‧구호 등 국내 브랜드에서도 다양한 버킷햇을 출시하고 나섰다. 자라‧앤아더스토리즈‧에잇세컨즈 등 SPA(제조‧유통 일괄형) 브랜드도 예외는 아니다. 특징은 검정, 베이지색에 면 소재의 기본 버킷햇뿐만 아니라 체크 패턴, 레이스, 플리츠(주름) 장식에 니트나 리넨, 데님 소재 등 다양한 스타일의 버킷햇이 출시되었다는 점이다. 이명혜 에잇세컨즈 프로는 “이번 여름에는 아이보리‧베이지 같은 밝은 색이나 레이스‧스트랩(끈 장식) 등 디테일을 더한 스타일이 특히 판매가 좋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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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온라인 패션 편집숍 무신사에서도버킷햇이 인기다. 5월 15일부터 6월 15일까지 지난 한 달간 무신사스토어 검색창에 ‘버킷햇’ 관련 키워드로 검색한 수는 3만 건 이상으로 집계됐다. 무신사에 따르면 모자 부문에서 ‘버킷/사파리’ 카테고리 상품 판매량은 같은 기간(5/15~6/15)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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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유난히 버킷햇이 주목받는 이유는 코로나 19와도 관련이 깊다. 주로 집 안에서 혹은 그 근방 약 1마일(약 1.6km) 반경 내로 가볍게 외출할 때 입기 좋은 옷을 의미하는 ‘원 마일 웨어(one-mile wear)가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그에 맞는 액세서리로 버킷햇이 낙점됐다. 집 근처에 외출하면서 머리 손질에 신경을 쓰지 못한 날 푹 눌러 쓰기 좋은 데다 가벼운 옷차림도 멋스럽게 보여주는 효과가 있어 인기다.


계속되는 스트리트 패션과 레트로 분위기의 인기도 한몫했다. 서양에서 주로 태양이나 비를 가리기 위한 노동자들의 모자로 활용됐던 버킷햇은 1990년대 들어 힙합 뮤지션들의 패션 아이템으로 급부상했다. 최근 1990년대 패션이 다시 주목받으면서 버킷햇 역시 유행의 첨단으로 되돌아 온 것.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 5월 인터넷 쇼핑몰 ‘이베이(eBay)’에서 버킷햇 검색량이 51% 증가했다. 가디언은 이런 버킷햇을 두고 “누구에게나 어울리는 버킷햇은 트렌드를 초월해 계속 돌아오는 영구적인 패션 아이템”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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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색이나 흰색 등 무채색과 감색, 베이지 등의 기본 색상 버킷햇은 깔끔하고 세련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어 하나쯤 있으면 활용도가 높다. 여름철 반소매 티셔츠나 반바지 등 가벼운 차림에 매치하기 좋고 깔끔한 수트 패션에도 제법 잘 어울린다. 수트 패션에 버킷햇을 매치할 때는 같은 색상의 운동화를 신으면 어색하지 않게 버킷햇을 소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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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 패턴이나 리넨, 니트 소재 등 패턴이나 소재에 변화를 준 버킷햇은 평범한 옷차림에 포인트를 주는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무신사 패션 MD는 “올 블랙 패션에는 패턴이나 로고 자수가 더해진 버킷햇을 쓰면 개성 있는 패션을 연출할 수 있다”고 추천한다.


버킷햇을 고를 때는 챙의 길이를 살피면 된다. 챙이 넓으면 상대적으로 얼굴이 작아 보이는 효과를, 챙이 짧으면 귀여운 느낌을 낼 수 있다. 임수현 빈폴레이디스 디자인 디렉터는 “챙이 넓고 끈이나 리본을 길게 늘어트린 버킷햇으로 여성스러운 느낌을 연출하거나 챙이 좁은 스타일로 젊은 레트로 감성을 표현해 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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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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