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불편한' 기술, 그래서 한 개에 10억원 대인 이 시계
F1 챔피언 카레이서는 왜 자전거 시계를 만들었나
자전거 매니어 알랭 프로스트 아이디어로
리차드밀과 'RM70-01 투르비용' 제작
한 시즌 달린 거리 합산하는 기술 등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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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럭셔리 시계 브랜드 리차드밀(Richard Mille)의 12월 신제품 출시 예고는 그런 면에서는 놀라운 뉴스가 아닐 수도 있다. 협업 파트너가 자동차 경주 포뮬러1(F1)에서 4번이나 우승한 알랭 프로스트(62·Alain Prost)라니. 수퍼카에 어울리는 수퍼와치라는 그림이 단박에 그려졌다. 하지만 10월 9일 열린 글로벌 론칭 행사에서 모습을 드러낸 신제품 'RM70-01 투르비용'은 반전 그 자체였다. 차가 아니라 자전거가 얽혀 있었다. 글(라 카스텔레)=이도은 기자 dangdol@joongang.co.kr 사진=리차드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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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시계'답게 이번 신제품은 기술뿐만이 아니라 디자인 면에서도 자전거에서 영감을 받았다. 시계를 옆에서 보자면 용두는 자전거 바퀴를, 양쪽 누름장치는 폐달을 닮아 있다. 브릿지는 물론 브릿지를 고정하는 볼트 역시 자전거의 체인링과 바퀴살을 연상시킨다. 또 실제 자전거를 타고 있다는 가정 하에 손목이 꺾인 채 시간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토너 형태의 케이스를 살짝 휘게 만들었다. 바람의 저항을 고려해 케이스 두께 역시 비스듬하게 깎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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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장에 참석한 리차드밀의 리샤르 밀(66·브랜드 명으로는 리차드밀, 이름은 리샤르 밀로 표기) 회장은 사업가다운 설명을 보탰다. "협업 파트너의 요구를 전적으로 반영하는 리차드밀의 원칙도 중요하지만 서프라이즈 효과를 노렸다"고 말했다. F1 챔피언과 손을 잡았으니 당연히 차와 관련된 물건을 내놓으리라는 세간의 예측에 깨며 '지루한 건 죄'라는 럭셔리 분야에서 선방을 날린 셈이었다. 그는 또 시계 사업을 하면서도 다른 분야에 눈을 돌릴 수 있는 오픈 마인드를 강조했다. "자동차 경주-폴로-테니스-골프에 이어 이제는 사이클링이 주목 받는 스포츠"라면서 "가장 성장할 만한 스포츠·라이프스타일 분야에 시계를 접목하는 게 리차드 밀의 강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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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차드밀은 1999년 창립 이후 "어떤 것과도 타협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해오고 있다. 그래서 투르비용 하나 만드는 데만 6개월이 넘게 걸리다보니 고객을 무한정 기다리게 할 수는 없다는 이유로 한정판 수량을 결정한다. 가격 역시 개발 비용을 수량으로 나눠 책정하는 식이다. 장기의 개발 기간에다 완성될 때까지 부품의 40%가 버려지다보니 비용이 늘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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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럭셔리 브랜드와 달리 기술력에 집착하는 데는 르샤르 밀 회장의 개인적 스토리가 있다. 1974년 시계제조업체 핀호르(finhor)에서 수출 담당 매니저로 일하며 업계에 발을 들인 리샤르 밀은 프랑스 주얼리 브랜드 모부생(Mouboussin)에 합류, 시계 설계와 제작에 몸소 관여하기도 했다. 당시 스위스 최고 무브먼트 제조사들과도 인연을 맺었다. 이 과정에서 투자 비용과 마케팅 전략에 따라 어떤 제품을 만들것인가가 결정되는 사업 구조에 절망하면서 시간과 비용에 신경쓰지 않는 시계를 직접 만들기로 한다. 스스로 클래식카의 엔진을 설계할 정도의 모터 스포츠 매니어인 그는 F1 레이싱을 모티브로 한 RM 001을 처음 선보였다. 놀랍게도 이 제품에 수백 개의 주문이 몰리며 대성공을 거둔다.
그에게 "조만간 리차드밀과 비슷한 브랜드가 나오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물었다. 그의 대답은 짧지만 단호했다. "결코 그럴 수 없다. 만들고 싶은 것을 제대로 만드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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