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기 “큰 그림 보는 법 배울 수 있어 예능 해요”
대만 배우 리우이하오와 함께 팬 찾는 ‘투게더’
넷플릭스 예능, 8개국서 ‘오늘의 톱 10’ 올라
코로나19로 막힌 여행길 대리만족 기회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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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막이나 편집, 감성 모두 한국 예능이다. 하지만 뜯어보면 세계 시장에 어필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쇼다.”
미국 리뷰 전문 매체 디사이더는 지난달 26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투게더(Twogether)’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한국 제작사 컴퍼니상상이 만든 프로그램이지만, 한국 가수 겸 배우 이승기(33)와 대만 배우 리우이하오(劉以豪·류이호·34)가 팬을 찾아 인도네시아·태국·네팔 등으로 떠나는 여행 예능으로 아시아 시장 전체를 아우르는 덕분이다. “아시아 예능이 처음이라면 입문하기 딱 좋은 콘텐트”라는 온라인 입소문에 힘입어 8개국에서 ‘오늘의 톱 10 콘텐트’에 올랐다.
3일 화상으로 만난 이승기는 “국적도, 언어도, 문화도 다른 두 사람이 만나 걱정이 앞섰는데 많이들 좋아해 주셔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서로의 언어에 익숙하지 않은 두 사람은 간단한 영어에 손짓 발짓을 섞어 소통했다. “말이 잘 안 통하니까 사람이 더 순수해지고 에너지가 넘치는 것 같아요. 제스처나 액션으로도 다 설명이 되는 게 너무 신기하더라고요. 결국 중요한 건 공감이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됐죠.” 두 차례의 여행을 통해 두 사람의 한국어와 중국어 실력도 쑥쑥 늘었다.
혹독하게 한국식 예능을 배운 ‘예능 꿈나무’ 리우이하오의 메모장에는 “승기씨 나빠요” 같은 문장이 추가됐다. 예능 첫 출연인 그는 베테랑 이승기를 만나 힘든 미션을 도맡았다. 미션에 성공해야 팬의 위치 정보가 담긴 힌트를 얻을 수 있는데, 이승기는 두 가지 미션 중 여유로운 선상 낚시를 택하고 리우이하오는 물속으로 들어가 작살 낚시를 하는 등 고된 수행을 이어가는 식이다. 리우이하오는 “왜 나만 고생하는 느낌이 들지”라고 의아해하면서도 점차 이승기보다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기 위해 오토바이 키를 숨기는 등 빠르게 적응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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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기는 “한국 예능은 정말 하드코어다. 다른 나라 예능은 토크 위주여서 스타가 스튜디오 밖으로 나가 격렬하게 야외 활동을 하는 것이 드문 편”이라며 “리우이하오가 다채로운 미션 수행을 힘들어하면서도 굉장히 재밌어했다. 그런 부분이 해외 시청자들에게 신선하고 매력적으로 다가간 것 같아 뿌듯하다”고 했다. 영화 ‘안녕, 나의 소녀’(2018) 등으로 청춘스타 반열에 오른 리우이하오는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에도 출연했다. 이승기는 “새로운 예능 원석을 발견한 기분”이라며 “한국에서 활동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것 같다”고 칭찬했다.
그동안 여행 예능이 한식 등 한국 문화를 알리는 데 집중했다면, ‘투게더’는 현지 문화를 받아들이는데 상당 부분을 할애한다. 팬들이 추천한 장소를 둘러보는 것을 넘어 인도네시아 전통 무용인 케착 댄스단과 함께 게임을 하고, 태국 시민들과 즉석 팀을 결성해 세팍타크로 대결을 펼친다. 도시마다 주어진 시간은 하루 남짓이지만, 관광보다 체험에 집중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문화 교류를 담아내는 것이다. 한류 요소는 언제 어떤 작품을 접하고 팬이 됐는지 등 대화를 통해 간접적으로 활용한다.
이승기는 SBS ‘X맨 일요일이 좋다’(2006~2007)로 처음 만나 넷플릭스 ‘범인은 바로 너’(2018, 2019) 시즌 1, 2(2018, 2018)를 함께 한 조효진 PD에 대한 믿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PD님 예능 스타일이 ‘런닝맨’ 등 역동적이면서도 어드벤처가 많아 저랑 잘 맞는 편이에요. 여럿이서 하다가 둘이 하는 버디 여행은 처음이라 걱정됐는데 몰입이 빨리 되는 장점이 있더라고요.” 그는 “지난해 9월 촬영 때까지만 해도 코로나19로 쉽게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상황이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랜선여행으로 대리만족하는 분들도 많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승기의 차기작도 예능이다. 차태현과 함께 지방 출신 스타들의 고향을 찾아 떠나는 로컬 버라이어티 tvN ‘서울촌놈’. KBS2 ‘1박2일’ 시즌 3(2013~2016)를 이끈 유호진 PD의 작품으로 12일 첫 방송된다. ‘1박2일’ 시즌1(2007~2012)부터 tvN ‘신서유기’(2015)까지 강호동, 나영석 PD와 주로 호흡을 맞춘 이승기는 2017년 제대 이후 복귀작으로 SBS ‘집사부일체’ 등 독자노선을 택하면서 홀로서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그는 “의도한 것은 전혀 아니고 그동안 해보지 않은 일에 도전하고 한계를 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2018년 SBS 연예대상 수상 이후 “잦은 예능 출연으로 이미지가 소비된다”는 비판적인 시각에 대해선 이렇게 말했다. “제가 잘할 수 없거나 하고 싶지 않은 걸 하면 이미지가 소비될 수도 있지만, 제가 잘할 수 있고 하고 싶다면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예능을 하면서 큰 그림을 보는 법을 배웠어요. 가수는 혼자 무대에 서고 연기도 자기 역할 위주로 준비하게 되는데, 예능은 정해진 대본이 없으니 제작진은 뭘 원하는지, 멤버들은 뭘 잘하는지 계속 관찰하고 맞춰가야 하거든요. 그런 게 앞으로 나아가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에 꾸준히 계속할 생각입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g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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