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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식동물인 '우리집 냥이'가 풀을 뜯어먹고 토하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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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키우는 고양이가 풀을 뜯어 먹는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는가.‘개 풀 뜯어 먹는 소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잡식동물인 개가 풀을 뜯어먹는 것도 황당하게 여겨지지만, 육식동물인 고양이가 잔디와 같은 풀을 뜯어먹는 것은 더 이상하게 여겨진다. 하지만, 애완고양이 동호회 사이트나 유투브 등 소셜미디어를 보면 고양이가 풀을 뜯어먹는다는 글과 영상을 적잖게 볼 수 있다.


과학자들이 그 해답을 찾아냈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이 온라인 사이트는 최근 ‘고양이가 풀을 뜯어먹는 이유’라는 제목의 글에서 미국 학자들의 연구를 소개했다. 결론은 애완 고양이의 먼 조상인 야생 고양이 시절 몸 속 기생충을 없애기 위한 행동이 유전적으로 전해진 것이라는 내용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데이비스캠퍼스 수의학과의 벤자민 하트 교수 연구팀은 애완동물로 고양이를 기르는 사람 1021명을 대상으로 고양이의 생태를 조사했다. 그 결과 고양이가 풀을 뜯어 먹는 것은 일반적인 행동이었다. 1000명 중 72%가 최소 6차례는 자신의 고양이가 풀을 뜯는 것을 목격했다고 답했다. 10차례 이상 봤다는 응답자도 11%에 달했다. 풀을 뜯는 모습을 전혀 보지 못했다는 응답자는 11%에 불과했다.


속설처럼 고양이가 어딘가 속이 불편하고 몸이 아플 때 풀을 뜯어먹는 것도 아니었다. 연구팀은 고양이가 풀을 뜯어먹는 것을 최소 10차례는 봤다고 말한 응답자들에게“풀을 뜯어먹기 전 고양이의 상태가 어땠느냐”고 물어봤다. 응답자의 91%는“고양이는 평소처럼 이상이 없었다”고 답했다.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이 가끔 목격하는 것처럼 풀을 뜯어먹은 뒤 토하는 것 또한 그리 이상한 것은 아니었다. 응답자의 27%는 고양이가 풀을 먹은 뒤 종종 토했다고 답했다. 연구진은 고양이는 물론 개도 무언가를 잘못 먹어 몸이 아플 경우 풀을 뜯어먹고 토하며, 이후 편안해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생각에는 과학적 근거거 없다고 결론을 지었다.


연구진은 침팬지와 다른 야생 동물처럼 고양이도 풀을 뜯어 먹음으로써 풀 뭉치가 소화관에서 근육 활동을 증가시키고, 이로 인해 장내 기생충을 쫓아내는 데 도움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이런 고양이 조상의 행태가 진화를 통해 오늘날 애완 고양이에게까지 이어졌다는 얘기다.


연구팀은 오늘날 실내에서 키우는 고양이는 대부분 기생충에 감염돼있지 않아 풀을 뜯어먹을 필요가 없지만, 자칫 외부에서 독성이 있는 식물을 먹고 탈이 날 수 있는 만큼 실내에 고양이를 위한 무독성의 안전한 식물을 기르거나 사서 먹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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