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엄마 안마의자 놔드려야겠네...'광고 맹신' 효녀 뼈때린 통계
집에서 건강을 챙긴다며 흔하게 의료기기를 쓰는 시대다. 안마의자·부항기·온구기(뜸)·마사지기·전기자극기·파라핀 욕조 같은 걸 갖춘 집도 있다. 하지만 자신의 건강 상태를 고려하지 않거나 효과를 맹신해 의료기기를 과하게 쓰다 탈이 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집에서 의료기기를 쓰는데 별 효과가 없고 오히려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원인을 짚어본다.
1. 몸 상태와 질병 고려하지 않고 사용
안마 의자 이미지. 사진 언플레쉬 |
의료기기를 잘못 사용하는 원인의 하나는 본인의 몸 상태나 질병 유무를 고려하지 않고 사용해서다. 예컨대 고령자나 뼈가 약한 사람에게 안마의자는 위험할 수 있다. 진동·압력 때문에 근육·신경이 손상되거나 골절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중증 골다공증 환자, 목의 인대·근육이 손상된 급성 경추염좌, 협착증 등 척추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안마의자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18~2021년) 안마의자 사용 중 부작용이나 상해가 발생한 72건을 분석한 결과, ‘통증’이 29.2%(21건)로 가장 많았고, 척추·갈비뼈 등의 ‘골절’과 ‘염좌’ 등이 26.4%(19건)를 차지했다.
심장 질환자는 가정용 저주파 의료기기 등을 사용하기 전에 의료진과 상담해야 한다. 심장은 전류가 흐르는 장기다. 목·어깨·발바닥 등에 붙여 근육 마사지나 통증 완화 효과를 얻는 저주파 치료기의 전기 자극이 영향을 줄 수 있다. 신경 질환자와 신체 부위 저림 환자는 말초신경 감각이 떨어져 있어서 전기 자극으로 인한 이상 반응을 잘 인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피부색이 어두운 사람은 가정용 레이저 제모기(IPL) 사용 시 자칫 화상을 입어 색소가 침착되거나 흉이 남는 부작용이 생길 우려가 크다. 본인의 피부 특성에 맞게 쓰려면 피부 유형을 정확히 진단받은 뒤 구입하는 게 안전하다.
2. 강도 셀수록 효과 좋다고 여겨 과용
적정 강도·횟수를 지키지 않고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사고로 이어진다. 매트·방석·침대 형태의 다양한 개인용 온열기구 화상은 흔한 편이다. 온열기는 인체에 일정한 열을 가해 근육통을 완화하거나 체온이 저하된 환자에게 열을 공급하는 의료기기다. 그런데 뜨겁거나 통증이 있는데도 효과를 기대하며 참고 사용하면 화상을 입는다. 찜질하다 화상이 생기는 경우가 빈번하다. 사마귀를 치료하고 소화불량을 완화하려고 뜸을 뜨다 화상을 많이 입기도 한다. 대부분 과한 횟수·시간으로 사용한 경우다.
온열기구를 쓰다 피부가 가렵고 붉어지면 저온 화상의 신호이므로 사용을 중지해야 한다. 고령자일수록 감각이 떨어져 저온에서도 화상을 입을 우려가 크다. 적정 시간, 횟수를 지켜야 한다. 집에서 뜸 치료를 하려면 처음에는 한의사의 지도를 받고 표시한 곳에 뜸을 뜨는 게 좋다.
저주파 자극기를 강한 자극으로 매일 사용할 경우 효과에 내성이 생긴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내성을 예방하려면 강도를 서서히 올리고 사용량을 조절하는 것이 도움된다. 안마의자 같은 의료용 진동기는 약한 강도로 시작해 몸의 상태를 봐 가면서 강도를 조절해야 한다.
3. 통증 원인 정확히 모른 채 기기에만 의존
질병 치료를 위한 목적으로 의료기기를 살 땐 자신의 진단명을 정확히 알고 구매해야 한다. 탈모 치료용 레이저 기기에는 사용 가능한 탈모 형태와 피부 유형을 명시하고 있다. 자신의 탈모 형태와 피부 유형을 먼저 진단받은 뒤 진단과 일치하는 가정용 탈모 치료기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탈모 치료용 레이저 기기의 효능 효과를 임상시험에서 확인한 제품에 의료기기 허가를 내준다. 임상시험에서는 동일한 탈모 부위에서의 기기 사용 전후 모발 수 개선율 등을 확인한다. 제품별로 사용하는 광원의 종류·출력이 다른다.
통증을 완화하는 목적일 땐 통증의 원인을 찾는 것이 먼저다. 통증이 왜 생긴 것인지 정확히 모르는 상태에서 의료기기에 의존하면 일시적인 시원함만 반복될 뿐이다. 근본 원인은 해결되지 않고 증상이 더 나빠질 수 있다.
목 통증과 함께 어깨·팔·손으로 뻗치는 방사통이 있으면 목 디스크를 의심할 수 있다. 허리 통증과 함께 골반통이 오는 것은 부인과적 문제일 수 있다. 통증 완화를 목적으로 한 의료기기는 근육통·신경통을 완화하는 보조적인 요법으로 사용해야 한다.
4. 치료 효과 무조건 보장하는 광고 맹신
의료기기의 효과를 맹신하는 건 주의해야 한다. 예컨대 진동·충격·압박 같은 자극을 주는 마사지기(안마의자 등)는 경미한 근육통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어 의료기기로 인정받는다. 적외선 조사기나 저주파 자극기 등은 통증 부위에 에너지를 쪼이거나 전기 자극을 줘 통증을 일부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그런데 단순한 통증 완화 효과의 저주파 자극기를 탈모·치주염에 효과 있는 것처럼 홍보하거나 온열기를 비염에 효과가 있는 것처럼 허위광고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피해를 예방하려면 ‘부작용이 전혀 없다’거나 ‘효과가 없으면 100% 환불을 보장’한다는 현란하고 과장된 문구에 속지 않아야 한다. 사용 전후를 비교하는 사진으로 치료 효과를 무조건 보장하거나 체험 후기를 나열한 광고, 한번에 여러 질병을 낫게 한다는 광고도 신뢰성이 떨어진다. 의료기기 사용에 따른 사람의 신체 현상은 제각각 다르기 때문에 측정이 어렵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
■ 공산품과 의료기기, 뭐가 다를까
비슷한 형태의 제품인데 어떤 기기는 공산품일 수도, 의료기기일 수도 있다. 예컨대 ‘파라핀 욕조’는 보습이 목적인 미용기기와 근골격계의 통증 완화가 목적인 의료기기로 나뉜다. ‘저주파 자극기’는 근육 마사지 목적의 공산품과 통증 완화가 목적인 의료기기로 나뉜다. ‘압박용 밴드’는 압력을 가해 혈액이 고이는 것을 방지하는 목적일 땐 의료기기에 해당한다. 하지만 보온이나 흘러내림 방지, 충격 완화가 목적인 스포츠용품은 의료기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효능·효과를 인정받은 항목을 살펴보고 증상·목적에 맞는 제품을 선택하면 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통증 완화나 질병에 좋다는 성능을 입증하면 의료기기로 허가해 준다. 식약처로부터 허가받은 의료기기의 제품 겉면에 ‘이 제품은 의료기기’라는 문구와 허가(신고)번호, 입증받은 효과가 적혀 있다. 각각의 특성에 맞는 까다로운 시험 규격을 통과해야 허가가 나므로 좀 더 안전하다. 의료기기로 허가받은 파라핀 욕조는 일정 온도에 이르면 전기가 차단돼 화상을 예방하는 안전장치가 있다. 식약처는 의료기기로 분류된 저주파 자극기를 정기적으로 수거해 최대 출력 전압과 출력 변동률, 출력의 정확성, 최대 주파수 등의 항목을 관리 감독한다.
도움말=식품의약품안전처 의료기기정보포털, 한국소비자원
이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