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루과이는 거칠고 저돌적, 여기 약점 있다…韓 첫승하려면
2022 카타르월드컵 현장을 누비는 구자철(33) KBS 해설위원이 주요 상대 및 경기 분석을 중앙일보에 독점 연재한다. 2012 런던올림픽 축구 동메달리스트인 구 위원은 월드컵에 두 차례(2014 브라질, 2018 러시아) 출전했다. 또 파울루 벤투 감독과도 대표팀에서 함께했다. 런던올림픽 동메달 결정전 당시 주심의 석연찮은 판정에 “와이? 와이? 와이?(Why? Why? Why?)”라고 따져 물었던 구 위원이 궁금증, 즉 독자의 ‘와이(why)’를 풀어드린다. 이번에는 한국의 조별리그 H조 첫 경기(24일 오후 10시, 한국시간) 상대인 우루과이를 ‘현미경 분석’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
한국은 2002년과 2010년 월드컵에서 16강 이상의 성적을 냈다. 두 대회 공통점은 조별리그 1차전에서 승리했다는 거다. 우리가 ‘1승 상대’로 꼽았던 가나가 최근 평가전에서 스위스를 2-0으로 꺾는 등 만만치 않은 전력을 보여줬다. 가나도 쉽지 않다고 봤을 때 결국 우루과이와의 1차전에 무조건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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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루과이는 볼을 점유하면 변형 4-3-3 포메이션을 가동하고, 그렇지 않으면 미드필더 압박을 강조하는 매우 콤팩트한 4-3-3 포메이션을 쓴다. 우루과이는 볼을 많이 점유하기보다는 미드필드 지역에서 볼 경합을 벌이다가 뛰어난 피지컬을 바탕으로 빠른 역습을 시도한다. 우루과이의 거친 플레이는 상대로선 두렵다. 공격 때 우루과이 윙어들은 신속하게 페널티 박스 안의 루이스 수아레스(35·나시오날)와 다윈 누녜스(23·리버풀) 쪽으로 연결을 시도한다. 두 공격수도 상대 수비수를 압박하며 계속 전진한다.
우루과이는 수년간 디에고 포를란, 에딘손 카바니 같은 뛰어난 공격수를 보유했다. 현재 경계 대상 1호는 공격수 누녜스다. 저돌적으로 계속 전진하는 습성을 가졌다. 페널티 박스 안으로 연결되는 모든 공을 득점 기회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다. 한국에서는 수비진이 좀 빠르고 강하게 집중해 막아야 한다. 개인 통산 네 번째 월드컵에 참가하는 수아레스는 35세인데도 특유의 공격적인 플레이 스타일 때문에 상대로서는 수비하기 까다롭다. 수아레스와 누녜스 모두 공격적으로 경합해 볼을 빼앗은 뒤 득점 기회를 만들어내는 게 특징이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
우루과이는 볼 점유 능력과 다양한 콤비 플레이를 갖춘 상대에는 약점을 보인다. 이런 팀을 만나면 우루과이 선수들은 치열하고 거친 몸싸움을 줄이는 편이고, 대신 수동적으로 경기에 임한다. 특히 공격진은 볼을 빼앗긴 후 적극적으로 후방으로 내려가 수비에 임하지 않고 미드필더진에 지나치게 의존한다. 볼을 되찾기 위한 팀 전체의 게겐프레싱(전방압박)과 상대의 빌드업을 저지하려는 움직임이 부족하다. 상대에게 리드를 내줬을 경우 우루과이는 지나치다 싶게 거친 플레이를 펼칠 때도 있다.
우루과이의 공격적이고 과감한 세트피스도 조심해야 한다. 측면에서 올라오는 프리킥은 대부분 골문을 향해 매우 강하고 빠른 형태다. 이런 프리킥은 골문 앞에서 세컨드 볼이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수비로선 혼란스럽고 막아내기도 쉽지 않다. 또 얼마 전 캐나다 평가전에서 프리킥 골을 터뜨린 니콜라스 데 라 크루스(리버 플라테)의 직접슈팅도 위협적이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상대 골키퍼의 시야를 가리기 위해 우루과이 선수 한두 명이 종종 벽을 만든다. 한국이 코스타리카 평가전, 카메룬 평가전에서 프리킥 찬스 때 상대 수비벽 앞에 또 다른 벽을 세운 것과 비슷하다. 손흥민(30·토트넘)의 프리킥 순간, 벽을 만들었던 한국 선수가 일제히 몸을 움직여 골키퍼를 방해했다.
우루과이는 공격 성향이 강하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이를 역이용하는 전술이 해법이 될 수 있다. 우루과이는 앞으로 달려 나오는 압박이 강하고 거칠다. 이를 역이용해 상대 뒷공간을 찌르는 패스를 활용한다면 우리 선수들이 좀 더 여유 있게 플레이할 수 있다. 창의적인 공간 패스를 잘하는 선수를 활용할 필요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제안한다. 한국은 상대 압박과 빠른 템포를 콤비 플레이를 통해 풀어나간다. 한국에서는 지난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손흥민이 상대가 수비하기 어려운 공간을 찾아다니면서 지속해서 위협적인 마무리를 시도할 거다. 다만 손흥민의 경기력은 안면 부상 회복 경과에 달렸다.
한국과 우루과이 모두 공격에서는 강점을, 수비에서는 약점을 보이는 측면이 있다. 우루과이는 누녜스와 수아레스를, 한국은 손흥민을 각각 보유했다. 양팀 감독 모두 상대 수비라인의 약점을 파악한 만큼 월드클래스 공격수들에게 그쪽을 공략하도록 주문할 거다. 양팀 모두 미드필더의 압박을 강조한다. 미드필드의 공방 도중 아마도 득점으로 이어지는 빠른 공수전환의 순간이 나올 거다. 막상막하 경기를 예상한다. 아마도 선제골을 넣는 팀이 승리하게 될 거다.
구자철 해설위원, 전 국가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