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트 사업가? 탐정?···이희진 부모 살해범 김다운은 누구
'청담동 주식 부자' 이희진(33·수감)씨의 부모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김다운(34)의 행적을 놓고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이씨 아버지(62)에게 빌려준 돈을 받기 위해 범행을 했다"는 김다운의 주장과 달리 경찰수사 막판까지 의심스러운 정황이 너무 많아서다. 경찰은 김다운 주장의 신빙성을 의심하며 26일 오후로 예정된 검찰 송치를 앞두고 막판 조사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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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없고, 재산도 없는 듯"
김은 다시 국내에서 요트임대사업을 하기 위해 투자자를 모집하는 과정에서 이씨의 아버지(62)를 만났다고 주장했다. 2017년 말 요트 임대 사업 투자자를 모집하기 위해 광고를 냈는데 이를 본 이씨의 아버지가 먼저 접근했다는 것이다. 그는 주식 투자를 권하는 이씨의 아버지에게 지난해 2월 직접 만나 2000만원을 건넸다고 했다.
경찰은 이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김다운은 그동안 별다른 직업 없이 지내왔고 재산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또다른 경찰 관계자는 "김다운이 이씨에게 돈을 빌려줬다는 차용증이나 계좌 이체 명세서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심지어 그가 이씨 아버지와 통화한 내역도 없고 요트 임대 사업 투자자를 모집하기 하려고 올렸다는 광고도 확인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씨 피해자들에 '탐정'이라며 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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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운이 이씨 아버지에게 투자금을 전달한 지 2개월 만에 이씨 사기 사건 피해자들에게 접근한 셈이 된다. 경찰 관계자는 "김다운은 이씨 아버지에게 빌려준 돈을 받기 위해 범행을 준비했다고 주장하지만, 정황을 보면 그가 이씨 부부의 금품을 노리고 범행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실제로 김다운은 이씨 아버지의 차량에 위치추적기를 부착해 이동 경로를 감시했다. 그는 "범행 1~2주 전에 위치추적기를 달았다"고 진술했다가 "수개월 전에 설치했다"고 번복했다. 김다운이 범행 준비를 위해 흥신소와 접촉한 사실도 확인됐다. 중국동포 3명을 고용하고 수사관으로 위장에 이씨 부부의 집 안으로 들어간 과정도 석연치 않다.
김다운은 "살인과 사체훼손은 공범인 중국동포들이 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직접 범행을 한, 다수의 중국동포가 이씨 부부가 가지고 있던 현금 5억원이 든 가방에서 6000만~7000만원만 가져갔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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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 동생 상대로 추가 범행 준비한 정황도
그는 범행 후 훔친 이씨 어머니(58)의 휴대전화를 통해 '어머니인 척' 이씨 동생과 만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당일 이씨 동생이 운전기사를 대동하고 나오자 범행 계획을 접고 밀항을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김다운은 부인하고 있지만, 그가 범행 전반을 계획하고 실행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25일 오후 신상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김다운의 신상을 공개했다. 이에 따라 김다운이 언론에 노출될 때 얼굴을 가리는 조치를 하지 않는다.
안양=최모란·김민욱 기자, 이후연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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