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개인전만 3개 낸시랭 "버튼 하나로 낙인찍히는 여성 표현"
서울 이유갤러리, '스칼렛 판타지'
오는 11월 진산갤러리에서도 전시
"왜 아트와 방송 둘 다 하면 안되나?"
"SNS시대, 여성에게 낙인 쉽게 찍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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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 아티스트 낸시랭이 서울 논현동 이유갤러리에서 ‘스칼렛 판타지(Scarlet Fantasy)’라는 제목으로 개인전을 열고 있다. 대형 화폭에 화려한 꽃과 총과 기계 부속품 등이 어우러진 유화 신작들과 함께 그의 시그니처 작품인 터부 요기니(Taboo Yogini) 캔버스 혼합재료 작품 등 12점을 선보이고 있다. '스칼렛 판타지'는 올해 갤러리에서 열리는 그의 두 번째 전시. 앞서 그는 6월 여수 아트디오션갤러리에서 전시를 열었고, 이 전시를 마친 후 11월에는 서울 진산갤러리에서도 전시를 열 예정이다. 올 한 해 여는 전시만 세 차례다.
낸시랭은 지난해부터 캔버스에 극사실주의 유화 페인팅인 '스칼렛' 시리즈를 선보이며 터키 이스탄불, 싱가포르, 미국 마이애미 등에서 열린 아트페어에서 퍼포먼스도 활발하게 펼쳤다. 그는 "개인적으로 가정폭력과 리벤지 포르노 협박, 이혼 등을 겪으며 SNS시대에 버튼 하나로 낙인이 찍히는 여성들의 고통과 인권에 대해 돌아보게 됐다"며 "이를 바라보는 문화적 시각과 사회적 관점에 대해 질문을 던져보고 싶어 스칼렛 연작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스칼렛'은 롤랑 조페 감독의 영화 '주홍글씨'에서 차용했다. "여기서 '스칼렛'이란 '낙인 찍힌 여성'을 은유한다"며 "세상엔 사회적 낙인이 찍혀 고통받는 여성들이 많다. 내가 표현할 수 있는 시각예술로 이에 관해 얘기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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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극사실주의 기법으로 유화 작업을 했다.
A : "극사실 유화 페인팅은 특별한 기술은 아니다. 미술대학을 나온 작가라면 시간만 충분히 주어지면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기법이다. 요즘엔 발달한 기술로 캔버스 위에 그리고 싶은 이미지의 라인을 프린트할 수 있다. 저는 그래픽 어시스턴트와 함께 채도 등을 보정한 뒤 그 위에 그림을 그려나가기 시작한다. 이전에도 '낸시랭과 강남친구들' '내정간섭전' 등을 통해 이런 기법의 작품을 선보인 적 있다. 중요한 이번 연작 '스칼렛'은 채도가 높은 레드컬러라는 뜻인데, 꽃을 표현하며 채도를 한껏 끌어올리는 데 주력했다."
Q : 지난해 마이애미 아트페어에서 벌인 퍼포먼스 반응이 뜨거웠다고.
A : "페인팅과 퍼포먼스는 내 작업의 두 축이다. 하나는 정적이고, 하나는 동적이라는 게 다를 뿐이다. '스칼렛' 관련 퍼포먼스는 내 그림을 프린트해 가서 바닥에 놓고 펌핑건(물총)에 물감을 넣고 작품에 물감을 쏘아 프린트를 추상표현주의 작품으로 완성하는 식으로 했다. 즐거운 쇼처럼 벌이지만, 결국 '스칼렛'을 통해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페인팅과 마찬가지다."
Q : 낸시랭은 아티스트인데, 많은 사람에게 작품보다는 방송 활동, 또 최근에는 사생활 가십으로 더 많이 알려진 것 같다.
A : "그동안 기자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이 '당신은 아티스트냐, 연예인이냐'는 것이었다. 그때부터 준비한 대답이 있는데 '난 연예인형 아티스트'라는 거다. 요즘엔 의사나 셰프 등 다른 메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연예인처럼 방송 일도 겸하지 않나. 그런데 그들한테는 '셰프냐, 연예인이냐' '의사냐, 연예인이냐' 같은 질문을 하지 않더라. 나만 왜 이런 질문을 받아야 하고, 왜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라고 강요받아야 하나. 그런 생각 하면 좀 억울하고, 답답하고, 서운했다."
"왜 나만 그런가 곰곰이 생각했더니 미술계에서 방송에 출연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더라"는 그는 "그런 편견이 아쉽다. 하지만 어쩌겠나. 결국 삶과 창작은 마라톤 같은 거다. 포기하지 않고, 내가 좋아서 하는 작품 활동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홍익대 미대 서양화과를 졸업한 낸시랭은 2003년 베니스비엔날레가 열리는 이탈리아 베네치아 산마르코광장에서 붉은 속옷 바람으로 바이올린을 켜는 퍼포먼스로 주목받았다. 이후 다양한 TV 프로그램 출연과 기업 콜라보 프로젝트 등으로 대중에 얼굴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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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2017년 자신을 재벌가의 숨겨진 2세라고 자처한 왕진진(본명 전준주)과의 결혼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고, 2018년 가정폭력과 이혼 등으로 큰일을 겪었다.
A :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몸이 떨린다. 내가 상상하지 못한 고통을 겪었고, 큰 빚까지 떠안게 됐다. 다행히 그때 내 곁에서 가족처럼 나를 지켜준 지인이 있어 견딜 수 있었다. 그리고 내겐 믿음과 아트가 있다. 작업에 몰입하며 이 시간을 견뎌내고 있다. 아트가 나를 살아가게 하고 있다." 전시는 9월 5일까지.
이은주 문화선임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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