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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패션피플은 ‘낚시조끼’를 입는다

만약 지금 어깨와 가슴, 허리춤에 주머니가 잔뜩 달린 낚시 조끼를 입고 있다면, 당신은 최고의 패션 리더다. 산행용 등산복 바람막이 점퍼 역시 마찬가지다. ‘아재 패션’의 대명사로 꼽히던 이 옷들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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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강력한 패션 트렌드 중 하나가 ‘유틸리티 웨어’(Utility wear)다. 해석하면 ‘실용적인 옷’, 즉 입고 활동하기 편하도록 디자인된 옷이다. 물건을 많이 넣을 수 있도록 크고 작은 주머니를 달고, 체형과 상관없이 몸에 잘 맞는 신축성 원단 또는 가볍고 세탁이 쉬운 나일론이나 통기성·흡습성이 강조된 기능성 소재로 만든 게 유틸리티 웨어의 특징이다. 쉽게 설명하면 주머니가 많이 달린 군복이나 낚시·등산복을 떠올리면 된다.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디올’의 남성복 디자이너 킴 존스가 지난 5월 초 방탄소년단(BTS)의 월드 투어 의상으로 맞춤 제작한 옷도 바로 이 유틸리티 웨어다. 디올이 팝 가수를 위해 제작한 첫 번째 옷으로, 킴 존스는 봄버(밑단에 고무줄이 달린 짧은 점퍼)와 주머니가 달린 카고팬츠·조끼 등으로 구성한 의상 스케치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직접 올리며 “나는 물론이고 내가 아는 모든 사람이 방탄소년단을 사랑한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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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틸리티 웨어는 올해 럭셔리 브랜드부터 자라 등 SPA브랜드까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올해 초 또 다른 프랑스 브랜드 ‘루이비통’이 발표한 남성복 컬렉션 역시 주머니가 달린 얇은 바람막이 점퍼와 바지였다. ‘페라가모’가 선보인 기능성 소재의 바람막이 스타일 외투 또한 유틸리티 웨어의 인기를 그대로 보여준다. ‘펜디’ 역시 지난 시즌 선보인 다양한 형태의 주머니를 2020년 봄 시즌 컬렉션 쇼에선 등산복 우비 스타일의 긴 외투와 모자에 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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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패션계가 유틸리티 웨어에 주목하는 이유는 말 그대로 ‘실용적’이기 때문이다. 유럽 패션계의 샛별로 부상하고 있는 영국 패션 브랜드 ‘코트 와일러’의 듀오 디자이너 벤 코트렐·매튜 데인티 역시 지난 3월 서울 DDP에서 열린 쇼 현장에서 유틸리티 웨어를 선보였다. 이들은 “오버사이즈의 스트리트 웨어는 이미 한물갔다”며 “이젠 일상에서 입기 편하고 활용도가 높은 기능적인 디자인으로 트렌드가 옮겨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유틸리티 웨어로는 ‘낚시 조끼’를 꼽을 수 있다. 낚싯바늘·찌 등 여러 낚시용품을 구분해 넣을 수 있도록 다양한 크기의 주머니를 달아 놓은 조끼인 만큼 실용성을 충족시킨다. 미국 아웃도어 브랜드 ‘컬럼비아’의 회장인 거트 보일 여사가 1960년대에 낚시광인 남편을 위해 만든 조끼가 50년이 지난 지금 첨단 패션으로 주목 받게 된 것.


지난달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열린 세계 최대 남성복 박람회 ‘피티 워모’에서도 낚시 조끼를 입은 남성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거대 SPA브랜드 ‘자라’ ‘탑샵’에서도 올여름 트렌디한 아이템으로 낚시 조끼 스타일의 의상을 대거 선보였다. 국내에선 스포츠 브랜드 ‘휠라’가 5월 말 미국 스트리트 브랜드 ‘아웃도어 프로덕트’와의 협업을 통해 내놓은 낚시 조끼가 출시 1주일 만에 품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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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 조끼의 인기는 국내 낚시 붐과도 잘 맞아 떨어진다. 예능 프로그램 ‘도시어부’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낚시는 일부 매니어 층만 즐기던 스포츠에서 대중적인 여가 활동으로 자리잡았다. 덕분에 평소 보기 힘들었던 전문 낚시복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 2017년 ‘도시어부’ 제작 지원사인 ‘웨스트우드’와 ‘컬럼비아’가 먼저 낚시 의류를 출시했고, 올 상반기에는 ‘K2’와 ‘밀레’가 피싱웨어 라인을 론칭했다. 강선희 밀레 마케팅팀 과장은 “4~5년 전부터 등산뿐 아니라 캠핑·러닝 등 다양한 분야로 아웃도어 라이프가 확장됐고, 올해는 낚시에 집중하는 분위기”라며 “꼭 낚시를 하지 않더라도 패션 아이템으로 낚시 조끼를 선호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낚시 조끼를 일상복으로 소화하려면? 패션 스타일리스트 김윤미 실장은 “자신의 실제 사이즈보다 한두 사이즈 크게 입는 ‘맥시 아웃핏’ 스타일로 입을 것”을 추천했다. 조금 더 용기를 내 최근 유행하는 네온(형광) 컬러 또는 줄무늬 옷을 선택하면 한층 더 세련돼 보인다. 김 실장은 “유틸리티 웨어 하나에 힘을 주고 다른 옷에선 최대한 힘을 빼야 ‘아재 패션’처럼 보이지 않는다”며 “버킷햇이나 목에 거는 홀더백(카드 등 물건을 넣는 작은 가방)을 액세서리로 활용하면 최신 멋쟁이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낚시 조끼를 입었다면 바지는 주머니가 없는 깔끔한 조거팬츠(발목 부분이 좁은 바지)를 입고, 등산 점퍼를 입었다면 반바지·청바지 등 깔끔한 디자인의 하의를 선택하는 식이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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