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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재규어, 내일은 벤츠…카셰어링의 진화

고급 아파트 주민에 수입차 대여

네이비, 쏘카 요금 보다 70% 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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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오전 9시30분쯤 서울 성수동 트리마제 아파트. 유명 연예인도 머문다는 최고급 주거단지다. 이른 아침 집을 나선 주민 신혜수(27)씨는 지하주차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신씨는 한 주차장 기둥 앞에 멈춰섰다. 기둥에는 ‘카셰어링 네이비 전용 주차구역’이라는 표지판이 붙어 있었다. 줄지어 늘어선 메르세데스-벤츠·BMW·재규어 등 고급 수입차 옆에는 입주민 인증이 필요하다는 안내문이 세워져 있었다. 스마트폰을 꺼내 능숙하게 손가락을 움직이자 ‘미니 컨트리맨’이 불빛을 내며 열렸다.

차에 탑승한 신씨는 “기존 카셰어링이랑 달리 입주민 전용 서비스라서 차가 깔끔하게 관리되고 실수로 물건을 두고 내려도 없어지지 않는 편”이라며 “대학원이나 대형마트에 갈 때 지하주차장에서 간편하게 빌려 탈 수 있어 일주일에 두 세 번은 이용한다”고 말했다.


카셰어링 서비스가 한 단계 진화하고 있다. 기존 불특정 다수와 저렴한 차량을 공유하는 것에서 벗어나 고급 아파트 입주민이나 사무실 구성원 등 특정 집단끼리만 차량을 공유하는 서비스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스타트업 ‘링커블’이 2017년 선보인 ‘네이비’는 특정 고객을 대상으로 차량공유(카셰어링) 서비스를 제공한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수입차를 공유할 수 있다는 입소문이 돌며 인기를 끌고 있다. 네이비는 출시 직후 거점 3곳에서 23대의 차량만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올해 4월에는 거점 16곳, 차량 71대로 크게 늘었다.


이 회사는 상수동 트리마제,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등 최고급 아파트 입주자를 상대로 공유 차량을 운영한다. 네이비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서비스가 입주한 해당 아파트에 거주한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일반 직장인보다 상대적으로 시간적 여유가 있는 사업가나 고수익 프리랜서를 고객으로 확보하는 게 목표다. 특히 수입차 업체도 경제적 여력이 있는 입주민을 대상으로 일종의 ‘시승 프로모션’을 할 수 있어 네이비와의 협업에 적극적이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네이비와 제휴해 국내 최초로 아파트 단지 주민에게 테슬라 충전기 3대를 무상으로 설치해주기도 했다.


‘장소기반 서비스’를 하는 점도 중요한 특징이다. 네이비는 고급 아파트뿐만 아니라 공유오피스인 대치동 삼성역 위워크 2호점, 역삼동 메트라이프생명 본사 등에 입주했다. 고객과의 미팅이나 외근이 많아 교통수단이 필요한 사무실 직원의 특성을 노린 전략이다.


기존 카셰어링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고급 수입차를 빌릴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네이비는 일부 지점에 입주한 현대차 모델을 제외한 모든 대여 차량이 수입차 모델이다. 시간당 대여 비용은 다른 카셰어링 서비스보다 월등히 저렴하다. 쏘카의 ‘미니 클럽맨’은 오전 9시부터 1시간 빌릴 경우 이용요금이 1만2970원이지만, 네이비는 3480원으로 약 73% 저렴하다.


링커블 이유진 매니저는 “높은 이용요금으로 수익을 내는 것보다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고객의 수를 더욱 많이 확보하는 전략을 쓰고 있어 이용요금을 낮게 책정했다”고 말했다.


글·사진=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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