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이거나 이 갈리는 '원수'거나···통합당에게 윤석열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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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만 생각하면 이가 바득바득 갈린다.”
더불어민주당의 반응이 아니다. 미래통합당의 한 중진 의원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두고 최근 기자에게 한 말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등 여권 인사들이 연일 ‘윤석열 때리기’에 나서자 통합당이 ‘엄호 모드’를 펴고 있지만 그 대오가 강고하지만은 않은 듯하다. 팔짱을 낀 채 상황을 지켜보는 통합당 내 일부 인사들은 윤 총장에게 앙금이 남아있는 이들이다.
이들의 불편한 시선은 어디서 비롯됐을까. 통합당 소속 한 의원 보좌관은 “본디 윤 총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의 일등공신 아니었느냐”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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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이 “마음 속 남을 것 같다” 한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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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당은 당초 윤 총장을 민주당과 가까운 인사라고 여기는 시각이 훨씬 많았다. 지난해 8월 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기 전까지 그랬다.
윤 총장이 전국민적 유명세를 치르게 된 계기는 2013년 10월 서울고검 국정감사에서다. 당시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특별수사팀장’이던 그는 이 자리에서 “수사 과정에서 외압을 받은 적이 있다”는 폭탄선언을 했다.
이에 당시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이 “수사하지 말라고 한 적 없다”고 반박하며 공방이 벌어졌다. 잘 알려진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 총장 발언은 이때 나온 말이다. 당시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트위터에 “윤석열 검사의 오늘 발언, 두고두고 내 마음 속에 남을 것 같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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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정부 출범 뒤 ‘적폐수사’ 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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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야당이던 민주당계 인사들의 응원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권 정통성을 공격한 대가는 컸다. 윤 총장은 이후 지방 고검 등 한직을 전전했다.
반전은 박근혜 정부 후반기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지며 찾아왔다. 특검팀 수사팀장을 맡은 뒤 사건 연루 인사들이 줄줄이 사법처리됐고, 윤 총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엔 검찰 핵심 요직인 서울중앙지검장을 꿰찼다. 정부는 고검 검사급인 윤 총장을 이 자리에 앉히기 위해 고검장이 가던 자리를 검사장급으로 격하하는 파격 조치까지 취했다. 윤 총장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있는 동안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의 이른바 ‘적폐청산’ 수사를 진두지휘했다.
당시 분위기와 관련해 김재원 전 통합당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2년 전 이맘 때 제 딸이 수능시험 치는 날 저는 서울중앙지검에 가서 조사를 받았다. 수없이 이어지는 조사와 재판을 받으며 영혼이 탈탈 털리는 기분이었다. 너무 힘들고 괴로워서 혼절하기도 했다. 노끈을 욕실에 넣어두고 언제든지 죽을 때는 망설이지 않으려고 했다.”(2019년 12월 자유한국당 의원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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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인물난, 여당 공세…윤석열 주가 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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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랜 악연이 있지만 최근 통합당에선 윤 총장을 부르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통합당의 인물난이다. 지난 1월 말 세계일보가 실시한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윤 총장은 1위 이낙연 민주당 의원(32.2%)에 이어 10.8%의 지지율로 2위를 기록했다. 당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10.1%, 전체 3위)보다 0.8%포인트 앞선 수치였다.
윤 총장을 최근 다시 ‘소환’한 건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다. 그는 지난 4월 21대 총선 직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윤 총장을 두고 “소신대로 검찰총장직을 유지한다는 게 대한민국을 위해서도,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결과적으로 가장 충성스러운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장외에서 ‘킹메이커’ 역할을 하겠다고 선언한 김무성 전 통합당 의원도 윤 총장에 대해 호의적 반응을 보였다. 그는 지난 14일 보도된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평생 소신으로 인기를 얻었는데 정치인으로 변신이 가능하면 대선 출마도 가능한 이야기다. 이 사회에 영웅이 탄생하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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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윤 총장은 최근 추미애 장관 등 여권과 깊은 갈등을 겪고 있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을 겨냥해 “내 지시 절반을 잘라먹었다” “법 기술을 부린다”는 등 연일 원색적인 비난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대립 구도가 오히려 윤 총장의 ‘주가’를 띄우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 검찰 출신의 한 통합당 의원은 “추 장관이 자기 정치를 위해 여권 지지층을 겨냥한 발언을 잇달아 내뱉으면서 거꾸로 윤 총장에 대한 야권의 기대치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23일 오마이뉴스 의뢰로 리얼미터가 실시한 윤 총장 직무수행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45.5%는 ‘잘한다’고 답했다. 윤 총장이 ‘잘 못한다’는 답변은 0.1%포인트 높은 45.6%로 찬반이 엇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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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점진적 변화 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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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윤 총장을 현 단계에서 야권 대선 주자로 분류할 수는 없다. 본인 스스로 정치를 하겠다고 밝힌 적이 없고, 야당 영입 여부도 아직은 불투명해서다.
다만 인사청문회 당시 윤 총장이 국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서에 정치 성향을 추정케 할 만한 대목은 있다. 당시 그는 정치적 성향을 묻는 질의에 “검사로서 법을 집행하는 업무의 특성상 급진적 변화보다는 사회의 점진적 변화를 중시한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우리나라의 주적은 어디인가’라는 질문에는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북한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하는 등 보수적 안보관을 드러냈다.
윤 총장은 또 ‘본인의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책’으로 밀턴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Free to Choose)』를 꼽았다. 미국의 대표적 자유주의 경제학자인 프리드먼은 이 책에서 “자유보다 평등을 앞세우는 사회는 평등과 자유, 어느 쪽도 얻지 못한다”고 적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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