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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재벌 10여명 연루…'프로포폴 성지' 압구정 성형외과

서울 강남구 압구정 로데오거리의 한 성형외과. 100평 대지, 4층짜리 규모의 이 건물에는 예전부터 “재벌, 연예인들이 단골로 드나든다”는 소문이 많았다. 병원 원장은 평소 사회 유력인사들과의 친분을 자랑해온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병원은 지난해 말 돌연 폐업했다.



줄줄이 수사망 오른 유력인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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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 성형외과에 검찰이 주목하고 있다. 이 병원에서 유명 연예인, 재벌, 연예기획사 대표 등 10여명이 수면마취제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했다는 의심이 제기되면서다. 앞서 인터넷 언론사 '뉴스타파'는 이 병원 간호조무사의 남자친구 제보 내용을 토대로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017∼2018년 프로포폴을 투약한 정황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과거 병원에서 의사의 전문적 소견에 따라 치료를 받았고, 이후 개인적 사정 때문에 불가피하게 방문진료를 받은 적은 있지만 불법투약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는 입장을 냈다.



"사용량 너무 많아" 식약처가 수사 의뢰


‘프로포폴 사태’의 시작은 채승석(50) 전 애경개발 대표이사였다. 앞서 식약처는 “해당 병원의 프로포폴 사용량이 지나치게 많아 불법 투약이 의심된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는데, 채 전 대표가 검찰의 수사망에 걸려들었다. 검찰 처분 전이었지만 채 전 대표는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검찰이 압수수색을 통해 입수한 해당 병원 장부에는 실명 또는 차명으로 프로포폴을 투여받은 고객 명단이 빼곡하게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SBS 및 채널A 보도에 따르면 채 전 대표가 한 유명배우에게 이 성형외과를 소개해줬고, 두 사람은 유명배우 동생의 이름으로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받았다고 한다.



원장과 직원은 구속 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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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검찰 관계자는 “아직 수사중인 사안이고 장부 기록과 실제 투약 내용이 다를 수 있어 특정 인물의 이름이 거명되는 건 위험하다”고 말했다. 올해 1월 검찰은 병원 원장과 간호조무사를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했고, 이들은 현재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6일 첫 재판이 열릴 예정이었지만 연기됐다.


프로포폴은 정맥에 투여하는 수면마취제다. 하얀색 액체 형태 때문에 ‘우유주사’로도 불린다. 스트레스와 피로, 불면증 회복에 효과가 있어 연예인이나 재벌가 인사들이 프로포폴 유혹에 많이 노출되곤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오ㆍ남용시 중독에 시달릴 수 있어 지난 2011년 마약류로 분류됐다. 한 강력부 검사는 “프로포폴 투약 사건으로 조사받는 피의자들은 대부분 프로포폴을 마약이라는 생각보다는 피로 회복제 정도로 여기고 한두 번 시술을 받다가 중독됐다고 진술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한 병에 30만~50만원, '우유주사'로 불려


프로포폴은 강남 등지에서 통상 한 병에 30만~50만원 선에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식약처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시술을 빙자해 투약이 이뤄지고, 이 과정에서 진료기록부 조작이 병행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환자 10여명에게 약 5억 5000만원어치의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한 강남의 성형외과 원장에게 법원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를 선고됐다.


이 성형외과 원장은 재판에서 “단기간에 프로포폴 사용량이 급증했다는 이유만으로 불법 투약을 단정할 수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향후 비슷한 사건에서도 의사의 적절한 처방에 따른 투약인지가 아닌지가 처벌을 가르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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