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엄마‧이모 옷장 속 그 옷...‘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레트로 패션

1995년을 배경으로 전자 대기업 말단 여사원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삼진그룹 영어 토익반(이하 삼토반)’ 속 복고 패션이 화제다. 30여년의 세월을 뛰어넘은 듯 절묘하게 재현된 90년대 커리어 우먼 패션 스타일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최근 패션계에 부는 90년대 복고 스타일 열풍과도 맞닿아 있어 눈길을 끈다.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990년대 패션의 유쾌한 소환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푸른빛이 오묘하게 감도는 검정 머리, 일명 ‘블루블랙’으로 염색한 헤어 스타일은 90년대의 상징이다. 극 중 유나 역의 배우 이솜은 블루블랙 컬러에 뽕을 넣은 머리를 하고 과장된 어깨의 재킷, 롱 트렌치코트, 꽈배기 니트 등을 입고 스카프와 금 액세서리 등을 걸쳐 마치 90년대 잡지에서 걸어나온 듯한 패션을 선보인다. 생산관리 3부 사원 이자영 역의 고아성은 시스루 뱅 스타일의 앞머리에 ‘곱창 밴드’로 불리는 스크런치로 머리를 묶고, 고풍스러운 느낌의 헤링본 재킷과 아가일 체크(마름모꼴 패턴)가 돋보이는 니트 조끼, 버클이 큰 벨트와 펑퍼짐한 팬츠로 당시 커리어 우먼의 세미 정장 스타일을 완성했다. 반면 수학 올림피아드 우승 출신 보람 역의 박혜수는 시대를 초월한 ‘너드’ 패션을 선보인다. 지금도 흔한 후드와 맨투맨 셔츠, 꽃무늬 패턴의 원피스, 무심한 긴 재킷과 둥근 안경 등을 걸치고 나온다. 물론 숱 정리를 안 한 것 같은 풍성한 버섯 머리, 미묘하게 크고 벙벙한 코트 핏이 은근히 90년대를 은유한다.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주요 등장인물뿐만이 아니다. 지금보다 훨씬 큰 사이즈의 정장을 입었던 남자 직원들의 수트 핏, 눈이 아플 정도로 화려한 패턴의 블라우스를 입고 금색 체인 목걸이를 걸친 마케팅부 여자 부장(배해선), 90년대 화장품 광고 속 이영애는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짙은 아이 섀도와 컨투어링 메이크업을 선보인 전략기획실 사원 송소라(이주영) 등 조연들의 스타일 역시 온통 90년대다.



지금 봐도 세련된 영화 속 90‘s 스타일


옛날 스타일이지만 예쁘다. 영화 ’삼토반‘의 의상과 헤어, 메이크업이 흥미로운 이유다. 영화를 보는 내내 등장하는 넉넉한 핏의 트렌치코트와 앞코가 네모난 스퀘어 토 구두, 스크런치와 헤링본 재킷, 버클이 큰 벨트는 지금 당장 걸치고 거리에 나가도 무방할 만큼 정확히 2020년 가을과 통하는 스타일이다.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영화 ‘삼토반’ 의상을 디렉팅한 윤정희 의상 실장은 “90년대 의상을 100% 고증하기보다 요즘 사람들이 생각하는 90년대 스타일을 연출하려 애썼다”고 말했다. 윤 실장에 따르면 실제 90년대 사람들이 입었던 옷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어깨 부분이 크고 사이즈도 지나치게 커 입었을 때 우스꽝스러운 느낌이 들 정도라는 것. 때문에 전체적 형태와 스타일은 90년대를 따르되 실루엣은 수위 조절을 했다. 그래서일까. 정확히 30년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갔지만, 지금 봐도 어색하거나 촌스럽지 않은 90년대 스타일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때문에 의상은 80% 이상 제작했다. 동묘 구제 시장 등에서 구한 90년대 옷을 샘플 삼아 비슷한 형태로 재단해 만들었다. 물론 실제 90년대 옷을 활용한 경우도 있다. 윤 실장의 어머니, 이모 옷장에서 발견한 화려한 블라우스는 마케팅 부장의 옷으로 등장했다.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 시대만의 ‘모던’, 자꾸 소환되는 이유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왜 90년대일까. 단지 과거를 추억하는 ‘향수’만으로 해석하기 힘든 90년대만의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영화 ‘삼토반’은 말단 사원이지만 거대한 부조리에 맞서 싸우는 당찬 여사원들의 이야기다. 판타지처럼 보일 만큼 이들은 영화 내내 자신감 넘친다. 패션도 마찬가지다. 90년대 스타일에는 감추거나 부끄러워하는 기색 없이, 지금 보면 과하다 싶은 패션도 과감하게 시도하고 각자의 개성을 마음껏 드러내는 진취적 기상이 있다.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뚜렷한 이목구비와 도회적 이미지를 강조하는 메이크업에도 이런 기상은 반영된다. 일명 ‘트윈 케이크’라 불리는 꾸덕꾸덕한 파운데이션으로 대리석 같은 피부 결을 만들고, 입술은 원래 입술보다 ‘오버’해 크게 그린다. 광대뼈와 얼굴 윤곽을 도드라지게 살리는 ‘컨투어링’ 메이크업도 필수다. 색도 짙은 팥죽색이나 보랏빛으로 고혹적인 아름다움을 강조한다. 영화에서 헤어와 메이크업을 담당한 김서영 분장 실장은 “90년대 ‘트로이카’로 불리는 여배우들의 메이크업과 헤어를 참고했다”며 “무엇보다 당당한 커리어 우먼의 스타일을 살리기 위해 이목구비를 또렷하게, 헤어에도 뽕으로 힘을 줬다”고 했다. 그러면서 “90년대 특유의 자신감 넘치는 스타일이 요즘 사람들이 보기에도 매력적으로 비치기 때문에 계속 소환되는 것 같다”고 했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실시간
BEST
joongang
채널명
중앙일보
소개글
신뢰할 수 있는 뉴스,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