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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큰·화끈·개운… 미리 가본 ‘군산 짬뽕 로드’

올 가을 구도심에 짬뽕 특화거리 조성

중식당 163개, 짬뽕 맛 놓고 경쟁 돌입


전북 군산에서 짬뽕의 지위는 서울의 평양냉면과 비슷하다. 수십 년 내력의 중국집이 짬뽕 맛으로 자웅을 겨루고, 그 짬뽕 한 그릇 먹으려고 전국에서 식객들이 몰려든다. 유별난 짬뽕 열기에 고무된 군산시가 아예 짬뽕 특화거리를 조성하기로 했다. 근대문화유산을 둘러보는 ‘시간여행의 도시’ 군산이 ‘짬뽕의 성지(聖地)’로 거듭날 참이다. 오는 10월 개장할 예정인 군산 짬뽕 특화거리를 먼저 갔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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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시에 따르면, 군산에만 163개 중국집이 영업 중이다. 군산의 이름난 중국집은 대부분 배달을 하지 않는다. 밀려드는 손님을 받기도 벅차서다. 영업시간도 짧다. 점심 장사만 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저녁때도 오후 8시면 문을 닫는 곳이 허다하다. 메뉴도 많지 않다. 짜장면과 짬뽕만 파는 집이 주를 이루고, 요리라고 해봐야 탕수육이 전부다. 특히 짬뽕을 대표 메뉴로 내건 중식당이 많다. 전국에서 모여든 여행객도 한 끼는 꼭 짬뽕을 먹으니 식당끼리 짬뽕 맛 대결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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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군산은 짬뽕의 도시가 됐을까? 화교역사관에 가면 군산과 짬뽕의 깊고 진한 역사를 알 수 있다. 화교역사관은 1969~2005년 중국집 ‘용문각’을 운영하던 여건방(72)씨가 2017년 사재를 털어 개관했다. 아담한 개인박물관인데, 제법 흥미로운 내용이 많다. 특히 짬뽕에 대한 설명이 그렇다.


지금 우리가 먹는 빨간 짬뽕은 중국 산둥(山東) 요리 ‘초마(炒馬)’에서 유래했다. 여 관장은 “원래 군산에서도 국물이 거의 없는 초마를 먹다가 60년대 고춧가루를 넣었고 이때부터 초마가 아닌 짬뽕이라 부르기 시작했다”며 “초마가 일본 나가사키(長崎)를 거쳐 한국으로 왔다는 말도 있으나 군산 짬뽕은 산둥 출신 화교들이 만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화교 역사도 흥미로웠다. 1899년 군산항 개항 이전부터 군산에는 중국인이 많이 들어왔다. 대부분 산둥성 출신으로 장사나 농사를 하며 살았다. 기록상으론 화교 인구가 최대 780명에 달했다는데 여 관장은 1500명은 족히 넘었다고 한다. 1961년 ‘외국인토지법’ 제정으로 화교 공동체에 일대 변화가 일었다. 화교의 농지 소유가 금지되면서 중화요리 음식점이 급격히 늘었다. 현재는 화교가 운영하는 중국집이 크게 줄었다. 7~8곳으로 추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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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관장이 설명하는 오리지널 짬뽕은 이랬다. 센 불에 달군 웍에 돼지고기를 볶아 기름을 낸 뒤 각종 채소와 해산물을 넣는다. 군산이 해산물 풍부한 항구였으니 다른 지역보다 해산물을 듬뿍 넣었을 것이다. 그리고 돼지 뼈를 우린 육수를 부어 팔팔 끓인다.


요즘 군산 중국집은 원조 짬뽕을 다채로운 방식으로 변주한다. 군산에서 짬뽕으로 가장 유명한 ‘복성루’는 돼지고기를 따로 볶아 고명으로 얹고, 홍합·꼬막·오징어·대하 같은 해산물도 많이 넣는다. 정영덕 사장은 “예전엔 돼지 비계로 기름을 냈는데 요즘 젊은 사람은 깔끔한 맛을 좋아해 그 방식을 유지하는 집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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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죽과 바지락으로 육수를 내는 ‘쌍용반점’, 짬뽕에 달걀 프라이를 얹는 ‘영화원’, 콩나물을 듬뿍 넣는 ‘왕산중화요리’도 복성루에 뒤지지 않는다. 67년 역사를 자랑하는 군산 최고령 중식당 ‘빈해원’은 ‘별미고추초면’을 판다. 국물이 없는 볶음 짬뽕 같다. 짬뽕과 함께 다른 별미를 내세우는 중국집도 많다. 고추짜장으로 유명한 ‘지린성’, 잡채밥이 맛있는 ‘서원반점’, 물짜장이 인기인 ‘홍영장’ ‘영화원’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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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뽕 특화거리는 구도심 동령길과 장미길에 들어선다. 빈해원과 홍영장이 자리한 골목이다. 직접 가보니, 구도심인데도 관광객이 거의 눈에 띄지 않았고 문 닫은 점포가 즐비했다. 이 거리에 15억원(국비 7억5000만원+시비 7억5000만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군산시는 짬뽕을 주메뉴로 하는 식당 10여 곳을 모집해 입점을 돕는다. 기존에 군산에서 영업하던 식당이 옮겨올 수도 있고, 새로 창업할 수도 있다. 공간 임대는 각 점포가 직접하고, 기반 시설 확충·지도 제작·세금 감면·언론 홍보 등을 지원한다. 11월에는 짬뽕 페스티벌도 열 예정이다. 군산시 박완수 식품위생계장은 “짜장면박물관이 있는 인천 차이나타운처럼 군산도 짬뽕 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근대역사문화 관광지구와 연계해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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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기대는 다소 엇갈린다. 한 중식당 사장은 “관광객 없는 평일에도 사람이 많이 찾아야 식당이 생존한다”며 “쇠락한 구도심은 군산 시민의 발길이 뜸한 곳”이라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중식당 사장은 “짬뽕 특화거리에 있는 어느 식당을 가든 맛있다는 소문이 난다면 군산의 새로운 명물 거리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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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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