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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함브라' 현빈도, '남자친구' 박보검도 신는 신발의 정체

스니커즈의 전설, 반스 vs 컨버스

명품 부럽지 않은 6만원대 운동화

어떤 옷에도 잘 어울리는 게 매력

뉴트로·복고 트렌드 타고 더 인기


스페인 그라나다 지역에 기차가 진입하자 부상으로 절뚝이던 걸음걸이가 언제 그랬냐는 듯 정상으로 돌아왔다. 이를 신기해하며 물끄러미 자신의 발을 쳐다보는 배우 현빈. 그가 신고 있는 신발은 6만원 대 하늘색 캔버스 천으로 만든 운동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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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의 한 장면. 스페인 그라나다 기차역에 앉아있는 현빈의 운동화가 눈에 띈다. [사진 현빈 인스타그램 팬 계정]

tvN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중 한 장면이다. 드라마 인기가 높아지며 주인공 '유진우' 역을 맡은 현빈의 패션 또한 주목받고 있다. 그가 입은 카키색 야상은 몇 해 전 사그라든 야상의 인기를 다시 불붙이고, 신고 나온 신발 역시 관심이 쏠린다.


극 중 성공한 사업가로 나오는 현빈은 5만~6만원대의 스니커즈를 자주 신고 나온다. 드라마 '남자친구'에서 풋풋한 매력을 발산 중인 배우 박보검도 같은 스니커즈를 신는다. 이들뿐만이 아니다. 패션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이들이 신은 스니커즈가 신발장에 하나쯤은 있다. 오랜 역사를 가진 스니커즈 '반스'와 '컨버스' 이야기다.


반항아 기질 가진 젊음의 상징 '반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의 또 다른 장면을 살펴보자. 한 시골 학교 운동장에서 현빈이 가상의 적들과 칼싸움을 벌인다. 피투성이가 된 채 모든 적을 해치우고 레벨 90으로 등업된 순간, 하늘에서 독수리가 내려와 마스터의 지령을 전한다. 이 장면에서 현빈이 신고 있던 검정 운동화는 반스 '어센틱'이다. 튀지 않아 잘 눈에 안 들어오지만, 그 모습을 언뜻 보기만 해도 아는 사람은 다 알 만큼 유명한 스니커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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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스는 1966년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에 사는 폴 반 도런이 만든 운동화 브랜드로 그 역사만 해도 40년이 훌쩍 넘는다. 당시 회사 이름은 폴 반 도런의 이름을 따 '반 도런 러버 컴퍼니'(Van Doren Rubber Company)였다. 그는 저렴한 신발을 만들어 팔기 위해 신발공장 바로 앞에 작은 신발가게를 열었다. 원래는 데크슈즈(배 갑판 위에서 신는 신발)로 바닥에 고무창을 대 잘 미끄러지지 않게 만들었는데, 의도와 다르게 스케이트보드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당시는 미국 사회 전체가 베트남 전쟁의 후유증으로 젊은 층에서 히피 문화와스트리트 문화가 급속도로 번진 시기다. 이들은 주로 거리에서 스케이트보더를 즐겼는데, 반 도런이 만든 튼튼한 캔버스와 단단한 고무 밑창의 신발이 눈에 띄었던 것. 곧 반 도런의 신발은 스케이트 보더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반스는 아예 '스케이드보더를 위한 신발'로 컨셉트를 잡고 그들의 의견을 반영해 제품을 개선해 나갔다.


스케이트보드를 즐기는 젊은이들의 이미지와 함께 반스는 미국 전역에 '반항적이고 독창적인 개성을 표현하는 사람의 신발'이란 이미지를 가지게 됐다. 세계적으로는 82년 영화 '리치몬드 연애 소동'에서 배우 숀 펜이 이들의 신발을 신고 나오면서 알려졌다. 국내에는 90년대 일부 신발 편집매장을 통해 소개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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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스 올드스쿨을 신은 GD. [사진 GD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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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빈이 신고 나온 어센틱은 66년 창립 당시 만들어진 초기 모델로 출시 당시 모델명은 '반스#44'였다. 단순한 디자인으로 어떤 패션에도 무난하게 잘 어울려 공유·류승범 등 패션니스타로 꼽히는 스타들이 즐겨 신는다.

반스의 또 다른 인기 모델인 '올드스쿨'은 GD·송민호·아이유 등 웬만한 스타들은 모두 신는 것으로 유명하다. 온라인 패션몰 '무신사'가 집계한 결과 2018년 스니커즈 중 가장 많이 팔린 것 또한 이 올드스쿨(블랙 컬러)이다. 77년 처음 출시한 모델로, 어센틱처럼 심플한 디자인이지만 신발 옆면에 반스를 상징하는 하얀색 줄이 들어가 있다.


천 스니커즈의 대명사 '컨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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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속 현빈과 찬열(엑소), '남자친구' 박보검에게 선택을 받은 스니커즈는 '컨버스 척70'이다. 반스와 함께 스니커즈계의 고전으로 어떤 옷에나 잘 어울린다는 공통점이 있다.

컨버스는 1908년 만들어진 110년 역사의 미국 스포츠 웨어 브랜드다. 브랜드 명은 창립자 마르키스 밀 컨버스의 이름을 땄다. 신발공장 관리자로 일하던 그는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따뜻하게 신을 수 있는 방한용 신발을 만들고 싶어 신발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은 번창해 1910년엔 매일 4000개씩 신발을 생산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고, 1915년엔 테니스화에 도전했다. 1917년엔 미국 전역에서 농구가 큰 인기를 끌면서 세계 최초의 농구화 '올스타'를 출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스타 농구선수였던 척 테일러가 이 농구화를 신고 코트를 누비는 모습에서 영감을 얻어 그를 홍보대사로 임명하며 운동화 발목 부분에 그의 싸인이 들어간 고무패치를 붙여 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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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에 등장한 척 70은 1970년대 모델을 재현한 빈티지 모델이다. 일반 모델은 고무 패치 색이 하얀색인데 반해 척70은 검은색 고무 패치가 달린다. 또 미드솔을 35mm로 더욱 두툼하고 견고하게 만들고 배색 스티치를 넣어 빈티지한 느낌을 살린 게 특징이다.


글=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사진=각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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