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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하는 사람은 없다'는 가사 도우미 서비스 만든 아들 셋 워킹맘

남다름으로 판 바꾼 게임체인저

⑬ ‘청소연구소’ 연현주 대표


"별일을 다 겪었어요. 퇴근해서 집에 갔더니 아이를 돌봐주던 이모님(가사도우미)이 아이들만 놔두고 그냥 가버린 적도 있고, 한 번은 '아이를 때린다'는 지인의 전화를 받고 그대로 회사를 박차고 나와 울면서 집에 갔던 적도 있어요. 아이를 둔 워킹맘에게 이모님은 꼭 필요한 사람인데, 그분이 아이를 학대한다니 아이에게 미안해서 눈물이 저절로 나왔죠. 다음날 바로 사표를 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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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 도우미 서비스 플랫폼 '청소연구소'를 운영하는 연현주 대표(회사명은 생활연구소)의 말이다. 그는 13살 쌍둥이와 9살 세 아들을 둔 엄마인 동시에 다음·엔씨소프트·카카오에서 일했던 전략·프로젝트 기획자였다. 위의 이야기는 엔씨소프트를 다닐 당시의 일이다. 당시 그가 낸 사표는 직장 상사의 만류로 수리되지 않았지만, 이후 "믿을 수 있는 가사 도우미 구인 서비스에 대한 열망을 지울 수 없었다"고 했다.


가사 도우미 절실했던 워킹맘의 마음


워킹맘에게 아이와 집안일을 도와주는 가사도우미는 필수다. 오죽하면 '좋은 이모님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말이 생겼을까. 청소연구소는 연 대표가 믿을 수 있는 가사도우미 구하기에 어려움을 직접 겪고 론칭한 O2O 서비스다. 쉽게 말하면 모바일 앱으로 가사도우미와 사용자를 연결해주는 매칭 서비스다.


"2015년 카카오에서 이를 실현할 기회가 생겼었어요. 신규 프로젝트로 가사도우미 온디맨드 서비스를 기획·설계했는데, 안타깝게도 사업화되지 못했죠. 꿈의 직장이라는 회사에서 나올 땐 지인들이 "미쳤다"고 했어요. 다들 말렸지만, 워킹맘인 제 경험을 통해 '이건 된다'는 확신이 있었던 터라 퇴사하고 바로 창업했습니다."


카카오에서 함께하던 팀원 4명과 함께 창업한 그는 퇴사한 다음 해인 2017년 초 바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가 주목한 것은 생활 청소. 서울의 66㎡(20평) 미만의 아파트는 3시간 30분 청소에 4만6200원, 20~33평까지는 5만2800원(4시간)이다. '매니저'라 불리는 가사도우미가 그 집을 깔끔하게 청소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환산해 산정한 금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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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비결은 도우미 대접하기


"모든 것은 매니저님(도우미)에게 달렸어요."


성공 비결을 묻자 연 대표가 한 대답이다. 2017년 초 청소연구소 서비스를 시작할 당시만 해도 이미 대리주부·미소·당신의집사 등 5~6개의 선발 업체가 경쟁하고 있었다. 겉으로는 비슷비슷해 보이는 가사도우미 소개 서비스였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조금씩 차이가 있었다. 매칭 방법이나 매니저를 섭외하고 관리하는 방법에서다. 기술적인 운영 시스템 측면에선 이미 업계 최고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었던 그는 매니저 교육과 인간적인 관리에 주력했다.


"처음엔 30명 이상의 베테랑 매니저들을 모아 평수별로 해야 하는 일 위주로 매뉴얼을 만들었어요. 다음엔 고객의 불만 사항을 모아 다시 한 번 매뉴얼을 꼼꼼하게 수정했죠. 이를 자료로 5시간의 서비스 교육을 하는데, 고객 응대 매너나 태도에 대해 알려드리기만 했는데도 서비스 품질이 확 올라갔어요. 매니저들이 나쁜 분이 아니라 어떻게 해야 하는건지를 몰랐던 거예요."


여성인력개발센터와 연계해 매일 열고 있는 청소연구소 교육장엔 20~30명의 새로운 매니저들이 와서 교육을 받는다. 여기서는 도어락 문 여는 법, 다이슨 청소기 사용하는 법, 처음에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확인해야 하는 일 등을 자세하게 알려준다.


동시에 사용자와 도우미 사이에서 벌어질 수 있는 분쟁을 최소화하기 위한 고객용 매뉴얼도 만들었다. 예컨대 침실 이불 정리와 가구·화장대 위 먼지 닦기, 현관 바닥 닦기 및 신발 정리 등으로 도우미가 하는 기본 업무를 명시하고, '무릎 꿇고 앉아 하는 걸레질이나 손빨래, 의자 위로 올라가서 해야 하는 높은 선반·냉장고 위 닦기 같은 것은 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만들었다. 바닥 걸레질은 반드시 밀대로, 빨래는 세탁기를 돌리게 하고, 창틀·가스후드·베란다 바닥 등 시간이 오래 걸리는 청소는 한 가지만 선택할 수 있다. '도우미가 하는 일'에 대한 기준을 만들어 사용자와 도우미 간의 간극을 줄이는 동시에, 사용자가 과도한 요구로 도우미를 괴롭히지 못하도록 가이드를 만들었다.


현재 청소연구소에서 활동하고 있는 매니저는 1만5000여 명이다. 좋은 매니저들이 확보되면서 매출은 매월 20% 이상씩 성장하고 있고, 서비스 론칭 3년 만에 업계 2위로 치고 올라갔다. 사용자 반응도 좋아 누적 고객 수는 30만명을 넘어섰고, 한 번 사용한 고객이 다시 청소 주문을 하는 재주문율 또한 85%가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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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연 대표가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현장에 나가기도 한다. 매니저들이 관리할 수 없을 만큼 상태가 안 좋은 집의 주문이 들어왔을 때다.


"매니저님이 가셨는데 도저히 처리할 수 없는 경우엔 제가 직접 가요. 보통 그런 경우 환불 처리를 하는데, 청소를 신청한 고객이 '그래도 해 달라'고 고집하는 경우죠. 그런 집의 청소를 한 뒤엔 며칠 동안 몸살에 시달리는데 청소연구소 고객과 매니저, 양쪽 다 우리에겐 고객이니 그런 문제가 생기면 직접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통상 스타트업의 성패는 3년 차에서 결정된다. 3년을 무사히 보내고 성장했다면 앞으로도 큰 문제 없이 지속될 수 있다. 청소연구소는 올해 그 '3년 차'를 좋은 성적으로 겪어냈다. 연 대표의 소회는 어떨까.


"처음 서비스를 설계할 때는 사용자 중심이었어요. 그런데 3년을 지나고 보니 가장 큰 성과는 우리 매출의 대부분을 매니저님들이 가져가셨다는 거예요.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우리를 찾은 여성도 있고, 경력 단절 후 할 일을 못 찾았던 여성들도 있죠. 이런 분들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냈다는 게 가장 큰 보람으로 남습니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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