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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저녁 먹여주고 반찬 20개… ‘강진 1주일 살기’ 대박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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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에서 1주일 살기.


전남 강진군이 올 5월 시작한 지역 체류형 관광사업이다. 이 사업이 이른바 ‘대박’을 쳤다. 목표 인원의 두 배가 넘었는데도 신청이 쇄도해 급하게 추가 예산을 마련했단다. 인구 3만5000명이 채 안 되는 남도의 작은 고장이 뭐 그리 좋다고 1주일 살아보겠다는 사람이 줄을 섰을까. 놀라운 건, 거리두기가 강화된 8월 24일∼9월 20일 4주간 사업을 중단했어도 이뤄낸 성과라는 사실이다.



푸소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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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에서 1주일 살기 사업을 이해하려면 우선 강진군의 농박(농촌민박) 브랜드 ‘푸소’를 알아야 한다. 푸소(FUSO)는 ‘Feeling-Up, Stress-Off’의 줄임말로 농박과 농촌체험을 결합한 여행 프로그램이다. 2015년 학생·공무원 단체를 대상으로 사업을 시작했고, 현재 115개 농가가 참여하고 있다.


푸소는 참가자에 하루 두 끼(아침, 저녁) 음식을 제공한다. 숙박업은 원래 아침 식사만 제공할 수 있는데, 푸소는 저녁 식사를 농촌 체험활동의 하나로 집어 넣었다. 농민과 텃밭 채소를 뜯고 밥상을 차리고 음식을 경험하는 활동을 농촌 체험활동에 포함했다. 이로써 1박2식이 기본인 일본 료칸(旅館)식 서비스 체계가 갖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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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에서 1주일 살기는 푸소 서비스를 문체부의 생활관광 공모사업에 적용한 사례다. 참가자가 6박7일간 푸소 농가에 머물면 모두 12끼가 제공된다(3박4일간 두 농가에서 머물 수도 있다). 참가비는 1인 15만원(2명 이상 최대 4명 신청). 농가엔 같은 액수의 지원금을 더해 1인 30만원씩 수익이 돌아간다. 여행자에겐 2인 30만원의 비용으로 1주일 숙박비와 12끼 식비가 해결되고, 농가는 주 60만원의 수익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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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에겐 강진군의 각종 관광시설 입장료와 체험료 할인 혜택이 제공된다. 청자 컵 만들기 체험과 나만의 음반 만들기 체험은 무료다. 고려청자박물관 체험관에서 진행하는 청자 컵 만들기 체험은 필수 프로그램이다. 체험관 직원 조진숙(45)씨는 “참가자의 70% 정도가 비용을 더 내고 추가 체험을 즐긴다”고 말했다.


10월 12일 현재 강진에서 1주일 살기 참가자는 803명이다. 예산 2억원(국비·군비 각 1억원)으로 계산한 목표 인원 350명의 두 배를 훌쩍 넘어섰다. 강진군은 추가 예산을 확보해 올해 사업이 끝나는 12월 20일까지 참가자 1000명을 채울 작정이다. 푸소 농가 115곳 중 강진에서 1주일 살기에 참여한 농가는 26곳이다. 26개 농가 대부분이 비는 날 없이 참가자를 받고 있다.


강진군 문화관광재단 임석 대표는 “코로나바이러스를 염려해 많은 농가가 신청하지 않았지만, 올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여 내년에는 참여 농가가 대폭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생활이 관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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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투정 없이 매끼 식사를 잘한 것이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아이들이 강진에 또 가자고 합니다. 주위에도 권하고 있습니다(김지훈(51)씨. 아내 임수정(45)씨, 두 아들 주원(11)·래원(8)군과 6월 22∼28일 참가).”


“농가 주인의 솜씨와 정성에 탄복했어요. 밭에서 막 딴 채소로 만든 음식이 나왔고, 오리백숙·닭백숙 같은 요리가 매일 차려졌어요(딸 채지형(49)씨, 어머니 이청희(81)씨, 어머니 친구 허달막(82)씨와 7월 23∼29일 참가).”


“여행을 와서 집밥을 먹다니요. 요즘엔 집에 손님이 와도 밥 해먹는 일이 없잖아요. 밖에서 사 먹거나 시켜 먹지. 여행을 자주 다니는데 이번 여행은 특별했어요(박미양(61)씨, 남편 구제민(64)씨와 10월 5∼11일 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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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들은 하나같이 농촌 밥상을 가장 소중한 추억으로 떠올렸다. 김옥환(66)·한영임(63)씨 부부의 ‘올바른 농원’, 김선화(60)·차명운(63)씨 부부의 ‘명선하우스’, 신오자(60)·김외남(65)씨 부부의 ‘힐링하우스’, 박미호(70)·윤정인(70)씨 부부의 ‘초당골한옥’ 등 농가 대부분이 손수 기른 농산물로 밥상을 차렸다. 저녁 반찬은 보통 20개가 넘었고, 간식도 수시로 넣어줬다. 강진달빛한옥마을 김영성(65) 이장이 농가의 속내를 털어놨다.


“솔직히 힘들지요. 남는 것도 별로 없어요. 밥상 보면 재료비를 알 수 있잖아요. 그래도 잘해야지요. 시골 인심이란 게 있는데…. 재미도 있고, 보람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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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엔 의외의 소득도 생겼다. 집으로 돌아간 참가자들이 농가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주문하고 있어서다. 올바른 농원의 무화과와 키위, 초당골한옥의 유기농 쌀은 이미 든든한 판로를 확보했다. 이승옥 강진군수의 말을 옮긴다.


“강진에서 1주일 살기는 여행자와 농가 모두를 위한 사업입니다. 참가자는 아무것도 안 해도 됩니다. 공기 좋고 경치 좋은 농촌에서 머무는 일과가 곧 여행이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시대에도 인기를 끈 건, 타인과 섞이지 않는 독립된 여정 때문일 것입니다. 관광 인프라나 여행정보 등 아직 부족한 게 많습니다. 그래도 강진의 시도가 농촌 여행의 한 모델을 제시했다고 믿습니다.”


강진=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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