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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의 식당] 2 그때 그때 만들어주는 냄비밥에 비벼먹는 청국장 '광주식당'

올해 50대가 된 아재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남자다. 건강을 위해 피트니스 클럽도 열심히 가고, 하루에 1만보 이상을 걷지만 별로 날씬하진 않다. 먹는 걸 워낙 좋아하기 때문이다. 이런 아재의 최애 맛집은 가성비 좋은 노포다. “가격은 저렴한데 오랫동안 한 자리를 지킬 정도면 믿고 먹을 만한 맛집이 아닌가”라는 게 아재의 주장이다. 그래서 매주 목요일 아재와 점심을 같이 먹기로 했다. 아재의 식당을 과연 요즘 젊은층도 좋아할까. 그래서 25살의 뽀시래기 한 명이 아재의 식당에 동행하기로 했다.


아재의 식당, 두 번째 집은 청량리 청과물 시장 안에 있는 ‘광주식당’. 갓 지은 냄비밥에 청국장을 비벼 먹을 수 있는 집이다. 주말이면 아재가 아내와 함께 과일 등의 장을 보러 왔다가 한국식 브런치를 먹는 곳이다. 된장찌개, 순두부찌개, 동태찌개, 제육볶음 등 메뉴 종류는 여럿 있지만 이 집의 일등 메뉴는 청국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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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 :청국장(淸國醬)은 전국장(戰國醬)이라고도 하는데, 조선 시대 병자호란 무렵 청나라 군인의 군량으로 쓰던 장이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해. 전쟁 시에는 자주 이동해야 하니까 장이 익을 때까지 기다릴 수 없어서 만들어 바로 먹을 수 있는 부식품으로 생겨난 것 같아.


아재의 말에 설명을 덧붙이면 『증보산림경제』의 ‘치선(治膳)조’와 『오주연문장전산고』에는 ‘전국장(戰國醬)’으로 나와 있고, 빙허각 이씨가 쓴 『규합총서』에는 ‘청육장’으로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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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 : 여기서 파는 청국장은 꼬릿한 냄새가 안 나고 구수한 냄새가 나. 꼬릿한 냄새가 안 난다는 건 청국장을 잘 띄웠다는 얘기지. 냄새가 심한 건 안 좋은 균이 배양된 거야.


뽀시래기 : 저 집에서 엄마가 해준 것 말고, 밖에서 사 먹는 청국장은 이번이 처음이에요.


아재 : 헐!


뽀시래기 : 그런데 엄마가 해주신 것보다 더 맛있어요. ㅋㅋ. 사실 우리 엄마가 반찬을 조금 짜게 하시거든요. 그런데 이 청국장은 간이 더 잘 맞고, 콩 맛이 고소해요. ㅋㅋ.


아재 : 뽀시래기 어머니 의문의 1패. ㅋㅋ. 역시 음식은 사 먹는 게 제일 맛있어.


아재 : 어렸을 때 안방 아랫목에서 메주를 띄우고 나면, 내가 하는 일은 절구에 메주를 넣고 찧는 일이었어. 굵은 소금하고 찐 마늘을 넣고 찧어서, 냉동고에 넣어놨다가 청국장을 해주셨지.


뽀시래기 : 음…안방 아랫목에서…메주를….


아재 : 개인적으로는 허영만 화백의 만화 『식객』에 나오는 사직분식보다 난 여기 청국장이 더 맛있더라고.


뽀시래기 : 사직분식 청국장도 먹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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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아주머니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양은 냄비를 들고 와서 밥을 퍼주셨다. 작은 공기에 밥을 덜어주시기도 하는데, 아재는 처음부터 큰 대접에 밥을 가득 담아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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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시래기 : 이 냄비밥은 주문하면 그때그때 해주는 거예요?


아재 : 맞아. 부엌에 가면 양은냄비들이 불 위에 줄지어 올라가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이따 봐봐. 그런데 혼자 오면 이 냄비밥은 먹을 수 없어. 냄비밥은 2인 이상부터 주문이 가능하거든. 그런데 혼자 와서 꼭 냄비밥이 먹고 싶다면 2인분을 시킬 게 아니라 2000원을 더 내면 돼. 냄비바닥에 눌어붙은 누룽지에 뜨거운 물을 부어서 이따 숭늉을 먹을 거야. 너무 배불러서 누룽지를 지금 안 먹고 싸달라고 하면 또 싸주시지.


뽀시래기 : 아재, 밥이 너무 많은 거 아니에요?


아재 : 이걸 고봉밥이라고 하는데, 이 정도는 먹어줘야지. ㅋㅋ.


뽀시래기 : 고봉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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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는 대접에 산같이 쌓은 밥 위에 무생채, 콩나물을 듬뿍 올리고 청국장을 그득그득 담아 비비기 시작했다. 옆에서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돈다. 뽀시래기는 일단 아재가 하는 대로 따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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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시래기 : 원래 청국장집에 오면 다 이렇게 비벼먹어요?


아재 : 대부분 그렇지. 그런데 우리 집사람은 여기 오면 절대 비벼 먹지 않아. ㅋㅋㅋ. 다 각자의 취향대로 먹는 거지. 그런데 이렇게 비벼 먹는 게 한국인 특유의 식사법이기도 해. 마이클 잭슨도 한국에 왔을 때 비빔밥을 엄청 좋아했거든.


뽀시래기 : 마이클 잭슨이 한국에 왔었어요? 그가 비빔밥을 먹었다고요? 와, 신기하다.


뽀시래기 : 아재, 오늘은 소주보다 막걸리?


아재: 놉. 느낌 같은 느낌으론 막걸리가 어울리는데, 먹어보면 알 거야. 엄청 배불러서 막걸리처럼 배부른 술은 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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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 : 이 집 밥값이 6000원이야. 엄청나게 싸지. 그래서 아쉽게도 1인분은 카드 계산이 안 돼. ㅠㅠ. 1만원 이상부터만 되거든. 그래서 나는 혼자 오면 1인분은 먹고, 2인분은 포장해서 집에 가져가. 물만 부으면 끓일 수 있도록 청국장과 채소를 다 싸주시니까 집에 가서 또 끓여 먹을 수 있지. 눈누난나~.


아재 : 아주머니, 우리 누룽지 덜어먹게 밥 그릇 3개만 줘요.


뽀시래기 : 쉬지 않고 벌써 누룽지를 먹는다고요? 헐.


아재: 어제 새벽까지 술 마시고 늦게 일어나서 아침을 안 먹었단 말야.


뽀시래기 : 이 양은냄비, 볼수록 포스가 있네요.


아재 : 옛날에는 알루미늄이나 스텐 그릇이 귀했으니까. 양은은 가볍고 싸서 많이 썼지.


뽀시래기 : 그 정도는 저도 알아요. 아재 ‘안 봐도 비디오’라는 말, 요즘은 ‘안 봐도 유튜브’라고 하는 거 알아요? 유튜브 검색하면 다 나와요.


아재 : 안 봐도 유튜브? 쳇!


뽀시래기 : ㅋㅋㅋ.


아재 : 누룽지 더 먹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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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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