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왜 韓키트 수입 안했어요?" 딸들에 한방 먹은 쿠오모
메릴랜드 한국산 진단키트 50만개 수입에
딸들 "현명한 발상"...쿠오모 "면목이 없었다"
콜로라도주도 한국산 키트 10만개 들여와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가 한국으로부터 코로나 검사 키트 50만개를 수입한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에게 찬사를 보냈다. 그가 이 말을 꺼내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딸의 질문이었다.
23일 더 힐과 CNN 등에 따르면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딸들과 함께 저녁 뉴스를 보던 중 메릴랜드가 한국으로부터 검사 키트를 들여온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딸이 내게 '왜 메릴랜드처럼 한국으로부터 진단 키트를 사지 않았냐'고 질문했다"고 말했다. 딸들이 '창의적이고 현명한 발상'이라고 칭찬할 때 쿠오모 주지사는 "볼 면목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주지사로서 정말 작아지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나보다 더 나은 주지사"라고 덧붙였다.
‘싱글 대디’인 쿠오모 주지사는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조카 겸 로버트 케네디 전 법무장관의 딸인 인권운동가 케리와 1990년부터 15년간 결혼생활을 했다. 케리와 이혼한 뒤에는 세 딸을 자신이 맡아 키웠다. 미국 언론들은 "쿠오모의 딸들은 정치적으로 목소리를 내는데 두려움이 없으며 정의 구현과 평등 이슈에 관심이 많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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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오모 주지사가 딸에게 한 방 먹은 일화까지 언급하며 진단키트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뉴욕주의 코로나19 상황이 그만큼 엄중하기 때문이다. 22일 기준 뉴욕주의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는 각각 25만8500여명과 1만5000여명을 돌파했다. 전 세계적으로도 국가가 아닌 지역으로 사망자가 1만명을 돌파한 지역은 드물다. 뉴욕주 역시 각종 검사장비를 제때 확보하지 못해 큰 어려움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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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메릴랜드에 이어 미국 콜로라도주도 한국산 진단 키트를 수입했다. 콜로라도주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코리 가드너 공화당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시아태평양 소위원장은 한국산 코로나19 검사 진단키트를 확보했다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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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드너 소위원장은 22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10만회 이상 분량의 한국산 코로나19 검사 진단키트가 조만간 콜로라도에 도착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광범위한 검사가 (코로나19 방역의) 핵심"이라며 "콜로라도 주민들은 외교부와 이수혁 주미 대사, 재러드 폴리스 콜로라도 주지사가 대유행을 함께 물리치기 위해 한 일에 감사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한미 동맹은 어느 때보다 강력하며 우리의 지속적인 우정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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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각 주가 이렇게 자구책 마련에 나선 가운데, 정작 한국산 진단키트를 들여와 호평을 받은 호건은 트럼프 대통령과 때아닌 '신경전'을 벌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메릴랜드의 진단 키트 도입에 "한국과 접촉할 필요는 없었다"면서 못마땅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호건 주지사는 21일(현지시간) MSNBC에 출연해 "(한국산 진단키트 구매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에게 하라고 이야기한 것"이라며 "그는 '주지사들이 책임을 갖고 일을 완수해야 한다'고 말해왔다"고 언급했다. 그는 CNN에 출연해서는 "대통령이 뭘 언급하는지 잘 모르겠다"면서 "나는 무엇이 일어나는지 잘 이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공화당 소속인 호건 주지사는 앞서 19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검사 능력이 충분하고 주지사들이 일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고 언급한 트윗에 대해 '절대적인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서유진·이민정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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