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유럽 어떤 곳도 한국 우대 안해, 이번에 특혜 없애겠다"
매일 ‘한국 폄하’ 강경 발언 이어가
NHK “한국 변화 없으면 품목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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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연일 ‘한국 의혹론’을 제기하는 선봉에 서고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 7일 후지TV의 시사 프로그램 ‘더 프라임(THE PRIME)’에 출연해 “한국은 (대북)제재를 잘 지키고 있다고, 무역관리를 확실히 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국가 사이의 청구권 협정을 어기고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게 명확한데 무역관리 규정도 제대로 안 지키고 있다고 생각하는 게 당연하다” “그들(한국)이 말하는 건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아베 총리는 또 “유럽 국가들은 어느 한 나라도 한국을 ‘화이트(백색) 국가’로 지정하고 있지 않으며, 일본이 아시아의 나라 중 ‘화이트 국가’로 지정한 곳도 한국뿐”이라며 “이런 특혜를 이번에 없애려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모든 나라가 (한국에 대해) 하고 있는 조치를 이 나라(일본)만이 그만두겠다고 하는 게 아니라, 역으로 아시아에서 한국만을 특별하게 대우해 왔던 일본이 (한국을) 다른 나라와 똑같이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도쿄의 한국 소식통은 “한국은 원래부터 안보우호국에 제공하는 외환관리법상 ‘화이트 국가’로서의 우대조치를 부여받을 자격이 없지만, 그동안은 일본이 특별하게 배려해 자격을 부여해 줬다는 뜻”이라며 “한국 입장에선 모욕적인 뉘앙스의 발언”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8일 아베 총리의 한국 불신론을 이어갔다.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관방 부장관은 오전 정례 브리핑에서 “이번 결정(수출규제)의 배경에 부적절한 사안이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가 전날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한국 측에 부적절한 사안이 있다’고 설명했고, 수출품이 북한에 흘러간 것 아니냐는 보도도 있었다”며 확인을 요청하는 산케이신문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니시무라 부장관은 그러나 ‘부적절한 사안’에 대해선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코멘트를 자제하겠다”고만 했다.
이어 “한국과의 사이에서 수출관리를 둘러싸고 최소한 3년 이상 충분한 의사소통, 의견교환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도 배경에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국 측 외교 소식통은 이날 “일본 측의 그런 문제제기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며 “‘부적절한 사안’이 무엇인지 일본 정부가 구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NHK는 8일 “일본 정부는 이번 조치를 계기로 한국 측에 원자재의 적절한 관리를 촉구할 생각”이라면서 “한국 측의 개선 움직임이 없을 경우 규제 강화의 대상을 다른 품목으로 확대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수출 관리상 우대조치를 제공하는 ‘화이트 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면 일부 공작기계와 탄소섬유 등 다른 수출품목으로 규제 강화 대상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입장이라고 NHK는 보도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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