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튀김 소리, 입과 귀를 감동시킨 키이로
한 끼 식사를 위해서 몇 달을 기다려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한 식당을 예약하기 위해 800통이 넘는 전화를 걸고, 10개월이 넘는 오랜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기도 하는, 누구보다 먹고 마시는 것에 진심인 푸드 콘텐트 에디터 김성현의 〈Find 다이닝〉을 시작합니다. 혀끝까지 행복하게 만드는 다이닝을 찾는(Find), 그가 추천하는 괜찮은(Fine) 식당을 소개할게요. 읽기만 해도 배가 부를 정도로 생생하고 맛있게 쓰여진 맛집을 만나보세요.
김성현의 Find 다이닝 ①키이로
단 하나의 메뉴, 오직 튀김만으로 맛과 재미를 모두 잡은 공간
튀김 오마카세 메뉴만 선보이는 '키이로'. 점심 예약은 올해 8월까지, 저녁 예약은 연말까지 마감됐을 정도로 인기다. 사진 김성현 |
Story
시끌벅적한 가로수길 골목 속 ‘이곳이 맞나?’라는 의문도 잠시, 문을 여는 순간 작고 아담한 공간에 8명이 나란히 앉을 수 있는 바 형식의 일본식 테이블이 모습을 보인다. 튀김 오마카세 전문점 ‘키이로’다. 일본어로 노란색을 뜻하는 ‘키이로(きいろ)’답게 이곳은 먹음직스러운 황금색 튀김을 연상케 하는 노란색으로 사방이 꾸며졌다. 눈으로 자극된 식욕은 이내 고소한 튀김향까지 이어지며 기대감을 끌어올린다.
황금색 튀김을 연상시키는 노란색으로 꾸며진 키이로 내부. 사진 김성현 |
튀김 오마카세라는 다소 낯선 장르의 음식을 선보이는 윤태호 셰프와 박영욱 셰프는 한국에서도 맛있는 제철 재료로 일식 튀김인 덴푸라의 매력을 알리고 싶다는 마음으로 지난해 11월 키이로를 열었다. “그저 신선한 재료를 튀겨드리는 것이 유일한 노하우”라고 말하는 이들의 노력은 매일 같이 바뀌는 메뉴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질 좋은 채소는 언제나 신선한 최상의 상태로 손님 앞에 놓인다. 커다란 붕장어 한 마리를 통째로 튀기는 붕장어도 인상적이지만, 두 셰프가 자신 있게 내놓는 대표 메뉴는 당근 튀김이다. 저온에서 튀겨진 미니 당근은 당근 특유의 향 대신 군고구마 같은 풍미를 뿜어낸다. 여기에 감칠맛과 기분 좋은 단맛이 어우러지며 당근을 싫어하는 이들 또한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다.
Eat
제철 신선한 재료를 즉석에서 손질해 튀겨내, 재료 본연의 맛을 즐기기 좋다. 사진은 두릅튀김, 사진 김성현 |
‘신발을 튀겨도 맛있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재료가 무엇이든 기름에 튀기기만 하면 맛있다는 뜻이지만, 키이로에서 그런 농담은 결례다. 오픈 키친 앞에서 이들이 튀김을 만드는 과정을 보고 있자면, 결코 튀김이라는 음식을 쉬이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채소와 해산물 위주로 구성된 코스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재료와 기름의 신선함이다. 아무리 좋은 원물도 관리되지 않은 기름 안에서는 본연의 맛을 잃는다. 물론 좋은 기름이 있을지라도 원물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키이로가 재료와 기름에 대해 철저하고 엄격하게 퀄리티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눈과 귀 그리고 마지막 입을 통해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당일 코스에 사용할 신선한 재료들. 사진 김성현 |
일본 현지의 고급 덴푸라야와 마찬가지로 키이로 역시 즉석에서 재료를 손질해 곧장 튀겨낸다. 칼이 닿는 순간 재료가 변하기 때문에, 이들은 재료를 미리 손질하지 않는다. 키이로의 윤태호 셰프는 “덴푸라는 튀김옷이 얇기 때문에 재료가 훤히 보인다. 또한 재료의 맛으로 먹기 때문에 좋은 재료가 아니면 티가 날 수밖에 없다”며 재료가 품고 있는 맛에서 모든 것이 출발한다고 강조했다. 그날 준비된 재료들은 손님 앞에서야 비로소 기름으로 들어갈 채비를 하게 된다. 이윽고 맑은 기름에 들어간 재료들은 기분 좋은 소리를 내며 튀김으로 거듭난다. 쏟아지는 비처럼 공간을 가득 메우는 튀김 소리는 어떤 음악보다도 흥겹고 아름답게 귀에 들어온다.
키이로가 선보이는 튀김은 굉장히 직관적이다. 같은 새우라도 각기 다른 조리 방식으로 새로운 풍미를 선보인다. 이를테면, 첫 번째 새우는 약간 덜 익혀 원물이 가진 달큰하면서도 풍부한 해산물의 맛을 살려낸다. 이어지는 두 번째 새우는 앞선 새우보다 조금 더 익혀내며 씹는 맛과 함께 고소함을 한층 더 끌어올리는 식이다. 이들의 마법은 연근, 두릅, 가지, 단감, 잎새버섯 등의 야채에서도 이어지는데 ‘튀긴다’라는 조리 방식을 통해 채소 본연의 맛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린다.
코스를 물리지 않게 만들어 주는 요소도 다양하다. 사진은 바질 토마토. 사진 김성현 |
물리지 않고 코스를 맛있게 완주할 수 있는 페이스 메이커 역할을 하는 요소도 주목할 만하다. 튀김과 곁들이는 텐쯔유 소스는 무를 곱게 갈아 넣어 입 안을 개운하게 만들며 자칫 느끼할 수 있는 튀김을 보완해준다. 코스 중간중간 바질 토마토를 비롯해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맛에도 익숙한 물회, 동치미 역시 클렌저의 역할로 깔끔하게 입 안을 정리해준다.
■ 키이로
·주소 : 서울특별시 강남구 논현로153길 51
·가격 : 4만원
·메뉴 : 튀김 오마카세(13시∙19시 각 한 타임. 주류 주문 필수)
·대표 메뉴 : 당일 재료 수급 상황에 따라 메뉴 구성 변화
·예약 안내 : 예약 플랫폼 ‘캐치테이블’ 이용
·주차 : 매장 옆 유료주차장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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