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인가 조작인가 … 시청자 속이는 ‘악마의 편집’
‘둥지탈출’‘… 며느리’ 구설수 올라
출연자들 “과장됐다” 제작진 비판
연예인 넘어 일반인 피해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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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놀러 가는 수정에게 아빠는 남동생과 함께 나가도록 하고, 수정이 친구들과 카페에 있을 때도 아빠는 굳이 영상통화로 전화해 누구와 함께 어디에 있는지를 꼬치꼬치 캐물었다. 방송은 이를 빗대 ‘CCTV보다 숨 막히는 부자 감시단?!’이라고 칭하며 흥미를 부추겼다. 방송 이후 온라인에서 일반인인 아빠에 대한 비판이 이어진 건 당연했다. 김수정은 SNS를 통해 “제가 놀 때 동생이 따라온 적은 거의 없으며 영상통화도 극히 드문 일”이라며 해명했다. 방송에서 보여줬던 모습과는 상반된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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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에서 이런 조작 논란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녹화 내용을 정해진 분량·틀에 맞춰 편집해 재미를 만들어내야 하는 제작진의 욕심은 종종 선을 넘었다. 최근에는 ‘리얼’을 내세웠지만 실상은 ‘버라이어티’에 가까웠던 ‘리얼버라이어티’ 시대가 저물고, 일상에 카메라를 갖다놓고 ‘리얼리티’를 표방하는 관찰 프로그램이 대세가 되면서 조작 논란은 더 거세지고 있다. 특히 연예인 가족이나 일반인 관찰 예능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며 ‘악마의 편집’ 피해가 연예인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 악질적이기도 하다.
한 유료방송의 PD는 이런 프로그램에 대해 “모험은 하기 싫고, 화제는 되고 싶어 자극적인 설정을 담고 있다”며 “관찰 예능이 봇물 터지듯 나오고 경쟁도 심화되다보니 담백한 일상 속에서 새로운 볼거리를 찾는 어려운 길 대신 자극적인 장면을 설정해 찍는 편한 길로만 가려 한다”고 지적했다. 일부 프로그램은 방송의 생리를 잘 모르는 일반인을 내세워 논란을 일으키고, 이를 통해 화제를 끌려는 모습까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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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사전에 충분한 시간에 걸쳐 프로그램 컨셉트와 설정에 대해 설명을 하고 녹화 중에도 의도를 충분히 공유하는 기본 노력이 필요하다”며 “관찰 프로그램은 ‘다큐’처럼 실제 출연자 인격과 직결되는 것처럼 비쳐진다. 일반인 출연과 관찰 예능이 보편적인 요즘, 방송으로 인해 침해될 수 있는 인권에 대한 감수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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