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식의 레츠 고 9988] 동네주민처럼 맥주 즐기고 쇼핑…네덜란드 치매 환자 천국
치매마을 호흐벡 가보니
169명이 23개 가정 꾸려 거주
수퍼마켓·미용실·극장·음악실
전에 살던 동네처럼 환경 조성
환자 아내 “남편에겐 최고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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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지나자 혼란스러울 정도로 여기저기서 노인들이 왔다갔다 했다. 건물을 돌며 산책하거나 카트를 끌고 장보러 가고, 카페에서 차를 마신다. 옥상 정원 길을 오가거나 휠체어를 타고 산책을 한다. 어떤 할머니는 한국 기자 두 명의 팔짱을 낀 채 1시간 가량 따라다녔다.
인터뷰 도중에 한 할아버지가 불쑥 들어와서 혼잣말을 했다. 그러더니 한국 기자단임을 알고는 "내가 해양전문가다.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고 말한다. 인터뷰를 방해할 정도였으나 제지하지 않는다. 한 노인은 "살 게 있다"며 카트를 끌고 수퍼마켓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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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삶을 분석해 7개 유형으로 나눠 한 식구를 이룬다. 네덜란드 전통형, 문화 친화형, 수공·목공 애호형, 고급스런 클래식형, 인도네시아(옛 네덜란드 식민지)형 등으로 나뉜다. 유형별로 대기자를 받는데, 문화 친화형이 가장 많다. 가정마다 1~2명의 직원이 같이 살면서 요리 등을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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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노인들이 행복할까. 아메롱헨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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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거주자가 만족하나.
A : "2년마다 만족도를 조사하는데, 매우 높다. 치매를 낫게 하지는 못하지만 정상적 생활을 하면서 삶의 질이 더 나빠지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하다. 직원들이 다른 방식으로 사고해야 한다. 부모처럼 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격성 있는 거주자는 치료한다."
Q : 공짜인가.
A : "법에 따라 소득에 맞게 최소 500(약 64만원)~2500유로(322만원)를 거주자가 낸다. 나머지는 정부(장기요양보험을 지칭)가 부담한다."(네덜란드의 1인당 월 수가는 6000유로(774만원)이다)
Q : 대기자가 많나.
A : "그렇다. 중증도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해 받는다. 개인이 주치의(홈닥터)를 통해 정부기관(CIS)에 신청하면 등급을 판정한다."
Q : 적자가 나지 않나.
A : "다른 너싱홈과 비슷하게 지출한다."
호흐벡에는 와상환자도 거주한다. 아메롱헨은 "특별한 기구나 휠체어를 이용하면 거동할 수 있다. 죽는 순간에만 침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자원봉사자인 듯한 사람이 담요를 둘러싼 중증 노인의 휠체어를 밀면서 산책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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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흐벡의 힘은 자원봉사자에게서 나온다. 부부 봉사자 잉흐리트 드 흐르트(63)는 "이벤트 팀에서 거주자를 데리고 외부 나들이를 하거나 기획한다"며 "거주자들이 자유롭게 움직이고, 클럽활동을 하는 모습을 볼 때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는 "집이 근처라서 봉사에 나섰다"고 덧붙였다.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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