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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여고 쌍둥이 딸들의 반격 문자 "난 하버드 갈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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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내신 시험문제지 유출 의혹을 받는 전 숙명여고 교무부장 현모씨가 2심에서 딸들이 수년간 나눈 문자와 카카오톡 메시지를 재판부에 전달하기로 했다. 현씨 측 변호인은 재판에서 정답을 미리 알고 있는 학생들이 나눈 대화라고는 추정할 수 없는 내용이라고 주장할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현씨의 변호인에 따르면 쌍둥이 딸들은 지난해 하반기 자신들이 부정하게 내신 성적을 올렸다는 소문이 돌자 서로의 휴대전화로 “우리 반에서는 그런 얘기가 없는데 내가 문과반에 가서 군기 한 번 잡아야겠네”라는 취지의 문자를 주고받았다.


아버지인 교무부장이 문제를 빼돌려 큰 딸인 경우 성적이 1학년 1학기 121등에서 2학년 1학기에 1등으로 급상승했다는 소문은 지난해 말 서울 강남지역 학부모가 주로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했다.


현씨 변호인에 따르면 두 딸은 이런 소문을 듣고도 장난기 가득한 대화를 문자메시지 주고받았다. 이과생인 작은 딸은 “나는 하버드대 갈 사람인데 무슨 못난 소리냐”는 문자를 문과생인 언니한테 전달했다고 한다. 또 내신 시험 정답이 중간에 정정되자 서로 길길이 뛰며 흥분하는 하는 모습이 문자메시지로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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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재판 당시에는 두 딸이 아버지인 현씨에게 “오늘 내일이 시험인데 공부 하나도 못 했네요”, “저 100점이에요”, “오늘 시험 잘 봤당”이라고 보낸 문자메시지가 공개됐지만 두 딸 사이에 오간 메시지는 이번에 처음 알려졌다.


현씨 측 변호인은 “휴대전화에는 소유자의 생활이 모두 들어있다고 봐야 한다”며 “수년 치 문자메시지를 분석했지만 정답을 미리 받아 모의했다는 정황은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1심 선고가 있기 직전에야 검찰로부터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와 카카오톡 내용을 전달받을 수 있었다”며 “2심 재판에서는 해당 증거를 강조해 무죄를 입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쌍둥이 딸에게 시험문제와 정답을 유출한 혐의로 1심에서 3년 6개월을 선고받은 현씨는 현재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현씨의 변호인은 지난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부(부장 이관용) 심리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서 “현씨가 문제지와 정답을 유출했다는 객관적 증거가 없다”며 “무고한 죄를 뒤집어씌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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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에서는 2학년 1학기 화학 시험에서 수소 원자 비율을 구하는 문제에서 오답인 ‘10대 11’을 적었고, 휴대전화 메모장에 영어시험 정답인 ‘are given over to parking lots rather than to trees and birds’라는 어구가 기록돼 있는 점이 주목을 끌었다. 화학시험에서 실제 답은 ‘15대 11’이었는데 학교에서는 처음엔 정답을 ‘10대 11’로 발표했다가 후에 정정했다. 영어시험에서도 주어가 없이 정답만 메모장에 적혀 있고, 기록된 날짜가 시험 3일 전이라 재판부가 유죄 판단을 내리는 데 결정적 근거가 됐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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