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만 마리 물고기 휘감는다, 고래상어도 등장…다이빙의 성지
태국 코타오 여행 ①스쿠버다이빙
코타오로 가려면 배를 타야 한다. 이웃 섬인 '코사무이'에서 코타오로 가는 배를 타기 위해 관광객이 줄 지어 선 모습. 코사무이에서 1시간 40분이 걸린다. |
펜데믹 기간, 제일 좀이 쑤셨을 사람은 다이버일 테다. 한국에서는 물이 차가워 다이빙을 즐길 수 있는 시기가 한정적이고 해양 생물도 다채롭지 않은 게 사실이어서다. 하여 해외여행 재개와 함께 태국, 필리핀, 사이판 등지로 다이버가 몰려가고 있다. 태국에서는 코타오(Koh tao)가 단연 인기다. 멀긴 해도 '월드 클래스' 다이빙 여행지다운 매력이 그득하다. 이달 9~12일 코타오를 다녀왔다. 섬은 코로나 사태 이전보다 깔끔했고, 바닷속은 여전히 화려했다.
스쿠버다이빙 교육의 본산
코타오에는 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가 많다.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자격증을 발급하는 곳이 코타오라 한다. 반스다이빙 리조트 수영장에서 강습을 진행 중이다. |
코타오는 태국 남부 수랏타니 주에 속한 작은 섬이다. 이웃 섬인 코사무이, 코팡안보다 훨씬 작다. 서울시 종로구 면적과 비슷하다(21㎢). 한데 이 섬을 두른 바다는 이웃 섬을 압도한다. 공식 '다이브 사이트'만 26개에 달한다. 코사무이와 코팡안을 방문한 사람도 다이빙하러 굳이 배 타고 코타오로 건너온다. 26개 다이브 사이트는 수심 10~40m로, 초보자와 숙련자 모두에게 적합하다. 푸른바다거북이나 고래상어 같은 해양생물과 화려한 산호를 볼 수 있어 '월드 클래스' 다이빙 여행지라 불린다.
코타오는 다이브 사이트도 많지만 스노클링이나 해수욕을 즐기기 좋은 바다도 많다. |
코타오 방문객은 2018년 60만 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코로나 사태 첫 해인 2021년엔 6만 명으로 추락했는데 이마저도 대부분 태국인이었다. 올해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1월과 2월 각 4만 명 이상 방문했다.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다이빙 자격증을 발급하는 다이빙 업체 '반스다이빙'의 루엑 사장은 "코로나 사태 이전에는 중국인이 압도적으로 많았는데 지금은 독일, 영국 등 유럽인이 주를 이룬다"며 "체류 기간이 부쩍 늘었고 다이빙을 안 하는 관광객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따뜻한 남쪽 나라 여행을 참았던 유럽인도 '보복 소비'에 열심인가 보다.
코타오 부속 섬인 코낭유안은 섬 3개가 모래사장으로 이어진 희귀한 섬이다. 코낭유안 앞바다에서도 스쿠버다이빙을 즐긴다. |
천혜의 자연 속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망중한을 즐기는 사람도 있지만, 방문객의 80%는 깊은 바다에 몸을 담근다. 새로 다이빙에 입문하거나 자격증을 승급하는 사람이 특히 많다. 기자는 2019년 7월 이후 4년 가까이 스쿠버다이빙을 쉬었다. 이렇게 긴 공백은 위험한 듯싶어 서울 잠실 실내수영장에서 '리뷰 교육'을 받고 코타오로 날아갔다.
꽃동산처럼 화려한 바닷속
춤폰 피너클 바다에서 잠수하자마자 전갱이 떼를 만났다. |
3월 10일 오전 7시 섬 남쪽 '타토 해변'에서 다이빙 보트에 승선했다. 첫 번째 다이빙 목적지는 '춤폰 피너클'. 섬 북서쪽으로 약 40분 이동했다. 워낙 오랜만에 나서는 다이빙이어서 긴장했는데 다행히 바다가 잔잔했고 날씨는 쾌청했다. 배에서 만난 스페인 출신의 수중사진가 '에스페'는 "춤폰 피너클은 코타오 최고의 다이빙 사이트"라며 "얼마 전 고래상어를 봤는데 오늘도 기대해보자"고 말했다.
춤폰 피너클에서 만난 고래상어. 지구에서 가장 큰 물고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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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뛰어들었다. 부력조절기의 공기를 빼며 천천히 잠수했다. 수심 20m쯤 내려갔을까. 손바닥만 한 전갱이가 떼 지어 이동하는 모습이 보였다. 함께 잠수한 일행 사이로 전갱이 수천, 수만 마리가 토네이도처럼 휘감았다. 물속이었지만 탄성이 나왔다. 잠시 후 강사가 위를 보라며 손을 뻗었다. 머리 위로 고래상어가 지나갔다. 공생관계인 빨판상어 수십 마리를 거느리고 유영하는 모습이 어뢰를 장착한 잠수함 같았다. 탄성이 안 나왔다. 어리둥절했다. 30초나 됐을까. 짧았지만 절대 아쉽지 않았다. 저렇게 큰 해양생물을 이렇게 넓은 바다에서 만났으니 기적이 다름없었다. 고래상어는 지구에서 가장 큰 물고기다. 이날 만난 상어는 길이가 10m는 돼 보였다.
'화이트 록' 바다에는 알록달록한 '크리스마스트리 웜'이 많이 산다. 얼핏 보면 해초나 산호 같지만 갯지렁이과 생물이다. |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
다음 사이트는 '화이트 록'. 반스다이빙 조희숙 강사는 "서쪽 해변에서 가장 화려한 산호와 컬러풀한 어류를 볼 수 있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니모를 찾아서'의 주인공인 흰동가리부터 청줄돔, 매가오리 등 온갖 화려한 열대어가 노니는 모습이 보였다. 코타오의 상징 '크리스마스트리 웜'도 많았다. 생긴 건 산호나 해초 같지만 사실은 갯지렁이과 생물이다. 억지로 만들기도 어색할 정도로 진한 노랑·파랑·분홍색을 띠고 있었다. 산호와 열대어, 크리스마스트리 웜이 어우러진 바다는 봄날의 꽃동산을 옮겨 놓은 듯 눈부셨다. 수온은 28도, 수중 시야는 18m. 정말 봄처럼 따스하고 환한 수중 세상이었다.
■ 여행정보
태국 코타오를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방콕에서 코사무이까지 '방콕에어'를 타고 간 뒤 페리를 타거나 춤폰, 수랏타니에서 페리를 이용해야 한다. 춤폰, 수랏타니까지는 방콕에서 야간버스로 이동하거나 국내선을 타야 한다. 이번에는 인천에서 방콕을 거쳐 코사무이까지 항공 이동 후 '롬프라야' 페리를 탔다. 코사무이~코타오 페리는 1시간 40분 소요. 스쿠버다이빙 요금은 업체마다 다르다. '반스다이빙'은 펀 다이빙 1회 1000밧(약 3만8000원). 다이빙 입문자를 위한 '오픈 워터' 강습은 1만1000밧(약 42만원). 자세한 정보는 태국관광청 홈페이지 참고.
글·사진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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