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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단 '키다리 아저씨'의 선물…IT 석·박사 300명 키웠다

류근호 충북대 명예교수 "100달러 없어 학업 중단하는 수단 대학생 돕자"

2016년부터 수단 IT전공 대학생 30명 선발해 장학금 지원

장학금 조성 지속예정…아프리카에 IT 전문대학 설립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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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달러가 없어서 대학을 그만둔다는 얘기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지난달 28일 퇴임한 류근호(66) 충북대 소프트웨어학과 명예교수는 아프리카 수단의 ‘키다리 아저씨’로 불린다. 그는 2016년부터 수단국립대와 수단의 정보통신 특화 대학인 UMST 컴퓨터 전공 학부생 30여 명에게 매년 장학금을 주고 있다. 류 교수는 6일 “수단에서 대학을 가는 학생 중 일부는 부족들이 십시일반 모은 돈으로 등록금을 마련한다고 들었다”며 “등록금이 연간 100달러(11만원) 정도인데, 11만원이 없어 중간에 학업을 포기하는 학생들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장학금 지원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1986년부터 최근까지 충북대 교수로 재직한 류 교수는 20여 년 전부터 월급의 30만원을 적립했다. 후학 양성을 위한 종잣돈을 마련하려는 취지였다. 그는 “컴퓨터 데이터베이스 프로그램이 생소했던 89년 한국학술진흥재단의 지원으로 미국에 가서 공부하고, 매년 연구과제를 받아 논문도 쓰고 프로젝트를 진행했다”며 “그동안 국가에서 받은 도움을 경제 사정이 좋지 않은 수단 학생들에게 베풀고 싶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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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교수가 월급을 쪼개 만든 장학기금은 2016년 7000여만 원이 됐다. 류 교수와 뜻을 같이한 소프트웨어학과 동문도 장학기금 3000만원을 보태 총 1억원을 마련했다. 이들 중에는 수단·몽골·중국·베트남 출신의 교수들도 있다. 류 교수 밑에서 석·박사 과정을 밟은 제자들이다. 이들은 이 장학기금을 ‘RYU's스칼러십’으로 정했다. 장학금은 장학위원회 심사를 거쳐, 수단에서 컴퓨터를 전공하는 성적 우수 학부생들에게 전달한다. 류 교수는 “수단은 이공계와 인문학 계열을 다 합해도 박사가 100명이 채 안 된다”며 “장학금 규모가 우리나라 대학생 한 학기 등록금 수준인 330여만 원 정도지만, 수단의 IT 인재들이 사회 곳곳에 퍼져 많은 이들에게 도움을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류 교수는 컴퓨터 데이터베이스 분야 국내 권위자로 꼽힌다. 자료의 추적관리가 가능한 시간 지원 데이터베이스, GPS처럼 물체의 공간 정보를 활용하는 시공간 데이터베이스 프로그램의 상용화를 연구했다. 90년대 후반부터 단백질 구조 등 인체 정보를 질병 치료에 활용하는 바이오인포메틱스를 꾸준히 연구했다. 지금까지 그의 손을 거쳐 박사 학위를 받은 제자는 109명, 석사는 200여 명 이상을 지도했다. 류 교수와 그의 연구팀이 발표한 데이터베이스 관련 논문은 1000편이 넘는다. 해외에서 온 유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일주일에 한 번씩 개인적인 고민사항을 받아 한국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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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퇴임 후에도 베트남 호찌민의 통덕탕 대학과 충북대 등에서 명예교수로 활동한다.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한 질병 치료 연구를 계속할 예정이다. 매년 300만원씩 장학금 기부도 이어갈 계획이다. 류 교수는 “수단이나 에티오피아 등 아프리카에 IT 전문대학을 설립하는 방안을 동문 교수들과 논의하고 있다”며 “한국의 IT를 세계에 전파하는 전도사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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