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물 보냐" 말에 학생 극단선택…망신 준 '도덕쌤' 징역형
지난해 3월 경북 포항의 한 중학교서
자습시간, 라이트노벨 소설 본 학생
도덕 교사에게 얼차려와 꾸지람 들어
학생, 다음 수업 참석하지 않고 투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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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습 시간 중 '야한 책'을 본다며 꾸짖고 체벌을 가해 학생에게 수치심을 줘 투신 사망에 이르게 한 중학교 교사가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교사의 행위를 정서적 학대에 해당한다고 봤다.
대구지법 포항지원 형사1단독 신진우 판사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경북 포항 모 중학교 교사 A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고 27일 밝혔다. 또 40시간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아동 관련 기관 5년간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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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노벨’ 소설 봤는데, 교사 “야한 만화”
사건은 지난해 3월 25일 발생했다. 포항 북구의 한 중학교 3학년생인 B군은 이날 오전 2교시 도덕 시간 A교사에게 “선정적인 만화책을 봤다”며 꾸지람을 들었다. 교사가 감기에 걸려 자습을 하던 중이었다. B군은 “성인물이 아니라 여자의 모습이 그려진 삽화가 든 서브컬처(비주류문화) 소설책”이라고 맞섰다. 이에 A교사는 “수영복을 입은 여자 사진은 뭐냐”고 했고, 주변 학생들이 웃었다. A교사는 B군에게 벌로 20분 정도 얼차려를 하도록 했다.
이후 B군은 다음 시간인 3교시 체육시간 수업에 참석하지 않고 혼자 교실에 남았다. 해당 학교 폐쇄회로TV(CCTV)에 따르면 30분가량 교실에서 머무르던 B군은 갑자기 5층으로 향했다. B군은 5층 복도 창밖으로 체육수업 중이던 친구들을 10분 정도 바라봤다. 수업이 끝날 시간이 되자 B군은 4층 교실로 향했으나, 친구들이 올라오는 것을 보고 다시 5층으로 갔다. 이후 극단적인 선택을 해 사망했다.
경찰·재판부에 따르면 실제 B군이 본 책은 중·고교생이 흔히 접하는 이른바 ‘라이트노벨’이라고 부르는 대중소설이었다. 라이트노벨은 주로 청소년 독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가벼운 대중 소설로, 일본 애니메이션풍의 삽화가 다수 그려진 판타지·연애 등 장르 소설이다. 숨진 B군의 도덕책에는 “(교사가) 책 내용은 확인도 안 하고. 무시받았다. 살기 싫다”, “내게 책 빌려준 친구는 혼내지 마시라”는 등 유서 형태의 글이 적혀 있었다. A교사는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됐다.
유족은 교사의 배려심이 부족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B군 빈소에서 만난 아버지는 “교사가 표지라도 봤으면 아들에게 ‘성인물을 봤다’며 나무라지 못했을 것”이라며 “물론 자습시간에 소설책을 본 건 아이의 잘못이지만, 교사의 배려가 있었다면 아이가 극단적인 선택까지 했을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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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꾼 ‘학대’ 두고 갑론을박…재판부 “정서적 학대”
당시 해당사건을 다룬 기사에는 댓글이 3000개가 넘게 달렸다. 누리꾼은 교사의 행위가 학대냐, 아니냐로 의견이 분분했다. “아이의 나약함이 문제”라는 댓글이 달리자, 한 교직원은 “단순히 나약함으로 보기는 어려운 문제”라고 반박 의견을 댓글로 냈다. 그는 “세대를 공감하지 못한 교사의 실수”라며 “요즘 아이들은 온갖 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성향을 형성하는 과정이 빨라 성격이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교사의 체벌 행위가 정서적 학대에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실형을 선고하면서 “교사가 정서적 학대행위를 해 학생이 투신 사망에 이른 사건으로 죄질이 무겁고 유족이 엄벌을 탄원하는 점을 고려해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며 “사실관계를 인정하는 점과 형사처벌전력이 없는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포항=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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