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도 구찌도 "홍보해줘"···해외 명품, 한국 스타에 러브콜 왜
콧대 높은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이 최근 앞다퉈 한국 셀럽(celepity·유명인)들에게 브랜드 홍보대사(앰배서더)를 맡겨 눈길을 끈다. 과거 미국이나 유럽 등 서구 연예인 혹은 모델들을 전면에 내세우고, 아시아 모델이라면 일본 스타 정도를 세웠던 것과 전혀 다른 행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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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 영상 속 15인 중 셋이 한국 모델
지난 9일 공개된 프랑스 브랜드 ‘샤넬’의 2021 가을·겨울 기성복 쇼. 쇼에 앞서 15인의 셀럽들이 쇼를 기다리는 모습을 촬영한 영상이 먼저 공개됐는데, 친숙한 한국의 스타들이 등장해 화제가 됐다. 그룹 ‘빅뱅’의 지드래곤(권지용), 그룹 ‘블랙핑크’의 제니, 모델 수주가 그 주인공이다. 특히 영상이 올라간 샤넬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채널에서는 제니와 지드래곤에 대한 뜨거운 반응이 댓글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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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브랜드 ‘구찌’ 역시 그룹 ‘엑소’ 멤버 카이와 협업한 ‘카이X구찌’ 캡슐 컬렉션을 공개했다. 구찌 브랜드 설립 100주년을 맞아 성사된 프로젝트로 한국 아티스트의 이름으로 컬렉션을 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카이는 올해로 4년째 구찌 앰배서더로 활동 중이다. 카이는 이번 컬렉션 공개를 앞두고 광고 캠페인까지 촬영, 한국 셀럽으로는 처음으로 구찌의 광고 모델로도 활약했다. 한 패션 업계 관계자는 “구찌에서 이름을 내건 컬렉션 출시에 광고 모델로도 한국 셀럽을 활용한다는 것은 한국 셀럽들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진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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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난달 15일에는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펜디’가 배우 송혜교를 공식 앰배서더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한국 배우가 펜디의 공식 앰배서더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프랑스 브랜드 ‘디올’도 지난 8일 그룹 블랙핑크의 멤버 지수를 글로벌 앰배서더로 선정했다. 프랑스의 ‘지방시’도 지난달 10일 걸그룹 ‘에스파’를 브랜드 앰배서더로 삼았다.
디올은 블랙핑크의 지수를 글로벌 앰배서더로 선정했다. 디올에서 한국 셀럽이 글로벌 앰배서더가 된 것이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 디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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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보다 영향력 중요한 ‘앰배서더’
앰배서더는 모델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개념이다. 계약을 맺고 브랜드를 홍보한다는 면에서는 비슷하지만, 수동적 관계가 아닌 ‘파트너쉽(협력 관계)’을 강조한다. 한 패션 브랜드 관계자는 “해당 브랜드의 이미지를 잘 보여줄 수 있으면서도 그 자체로 영향력이 있어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 인물을 앰배서더로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펜디도 브랜드 최초로 한국 배우를 공식 앰배서더로 선정했다. 사진 펜디 |
이들의 활동은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샤넬의 티저 광고는 샤넬 공식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계정에 공개됐고, 디올과 펜디, 지방시 등도 앰배서더 선정과 그들의 활약을 공식 계정을 통해 전 세계로 발신하고 있다. 한 명품 브랜드 관계자는 “아시아 셀럽으로 이들을 따로 분류하는 것이 이제는 낡아 보일 정도로 한 명의 영향력 있는 아티스트로 인정받고 있다”며 “본사에서도 한국 셀럽 담당자들의 의견을 중요하게 취합하는 등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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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 다양성 드러내는 전략
한국 셀럽의 활약 배경으론 달라진 K-팝의 위상이 꼽힌다. 이경언 에스팀 엔터테인먼트 디렉터는 “BTS·블랙핑크 등 전 세계적 인기를 끄는 K-팝 스타들이 등장하면서 과거 중국 등 아시아 지역에만 한정됐던 한국 스타들의 영향력이 전 세계로 확장됐다”며 “패션계에서 한국은 시장 규모로 보나 영향력으로 보나 이제 무시할 수 없는 지역”이라고 했다. 이들이 특히 SNS에서 커다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도 해외 브랜드들이 주목하는 이유다. 22일 기준 인스타그램에서 제니의 팔로워는 4161만 명, 지드래곤은 1958만 명, 카이는 1157만 명에 달한다. 이들이 브랜드와 관련된 게시물을 하나만 올려도 전 세계 수천만 명의 사람들에게 곧바로 노출된다.
지방시의 글로벌 앰배서더 에스파. 사진 지방시 |
물론 명품 시장에서 아시아 시장의 구매력이 향상된 것도 중요한 배경이다. 아시아 시장이 중요해졌기에 이곳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한국 스타들을 모델로 기용하는 것이 당연한 추세라는 얘기다. 여기에 더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지표가 주목받는 등 ‘다양성’이 화두가 된 것도 한몫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아시아계 모델 기용으로) 문화적 다양성을 드러내 진보적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명품 기업들의 전략과 구매력이 커진 아시아 소비자들의 요구가 맞물리면서 한국 등 아시아 모델 선호 현상은 앞으로도 지속할 것”으로 봤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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