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시대도 새롭다 … 드라마로 뜬 격동의 대한제국
‘미스터 션샤인’ 이유 있는 흥행
중반 접어들며 시청률 상승곡선
사극 선호 4050 세대 끌어들여
김태리·김민정 동지적 설정 눈길
양반·상민 신분사회 붕괴도 다뤄
액션과 유머의 적절한 배합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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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초반의 논란과 다소 느렸던 전개를 넘어선 결과란 점에서도 주목된다. 극 중 로맨스 관계인 주연배우 김태리·이병헌의 스무 살 나이 차는 방송 전부터 도마에 올랐고, 방송 초에는 역사 인식에 문제가 있단 비판이 일었다. 이 때문에 극 중 유연석이 이끄는 일본인 무인 집단의 이름은 실존했던 우익 단체 ‘흑룡회’에서 가상 단체 ‘무신회’로 바뀌었다.
게다가 대한제국 시기가 주된 배경인 이 드라마는 주연급 인물만도 5명. 양반집 ‘애기씨’ 고애신(김태리 분), 노비 출신으로 미국 군인이 되어 돌아온 유진 초이(이병헌 분), 일본인 무인 집단을 이끄는 구동매(유연석 분), 고애신의 정혼자 김희성(변요한 분), 호텔 글로리 사장 쿠도 히나(김민정 분)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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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로맨스가 아니라 역사적 상황과 얽히고 설키는 시대극이란 점은 이 드라마의 특징이다. 2030 젊은층보다는 주로 4050 중장년층에서, 또 김은숙 작가의 로맨스물에 익숙한 여성만 아니라 남성 시청자 사이에서도 이 드라마가 주목을 받는 이유로 꼽힌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KBS 대하사극에서 보듯, 전통적으로 시대극이나 사극에 남성들이 관심있는 게 사실”이라며 “멜로 구도와 함께 남성·여성 시청층을 동시에 이끌어내고 있다”고 평했다. 19일 방송의 성별·연령별 시청률을 살펴보면 여성 40대(19.2%)에 이어 남성 40대(13.6%)가 가장 높았고 그 다음이 여성 50대(12.5%)-여성 30대(11.1%)-남성 50대(10.8%) 순이다. 반면 20대 시청률은 여성(5.1%)과 남성(3.5%) 모두 이를 크게 밑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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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이나 시대극에서 잘 다뤄지지 않았던 개화기에 도전한 점은 여러모로 호평을 받고 있다. 영화평론가 강유정 강남대 교수는 “평민인 포수(최무성 분)가 양반 고애신의 스승이 되어 총포술을 가르치는 장면, (천민 노비의 자식인) 유진 초이가 직접 고종을 알현하는 장면” 등을 예로 들며 “신분의 격동기라는 점을 여러 가지로 활용하는 것이 이 드라마의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라고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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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화기라는 배경은 국내 시장만으로 회수가 쉽지 않은 430억원의 큰 제작비를 들인 드라마란 점과도 맞물린다. 정덕현 평론가는 “개화기만큼 다양한 나라의 문화가 들어온 시기도 드물다”며 “한국 드라마가 글로벌 콘텐트를 지향한다면 다양한 문화의 접목은 더욱 중요한 지점”이라고 짚었다. 이 드라마는 넷플릭스에 판매돼 미국·일본·유럽·남미 등에도 공개되고 있다.
사극은 PPL이 안 된단 통념과 달리 신문물이 들어온 시기라는 점을 활용, 요즘 제과점이나 커피점 브랜드를 극 중에 녹여낸 것도 화제다. 가배(커피)를 즐기는 장면은 물론 일명 ‘불란서 제빵소’는 카스테라 등 개별 제품까지 구체적으로 대사에 언급된다. “풍속 위주로 역사를 경량화시킨다”(강유정 교수)는 비판도 나온다. 공희정 대중문화평론가는 “쉽게 말해 시대극 PPL의 신기원”이라며 “드라마 제작비가 한 단계 상승하는 것만 아니라 다양한 마케팅으로 사전에 이를 뒷받침한다는 점에서도 이 드라마는 주목할 사례”라고 했다.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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