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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 크리에이터들이 좋아하는 걸 보면 화장품 시장의 성공 키워드가 보여요"

남다름으로 판 바꾼 게임체인저

<19> 뷰티 전문 MCN사 '레페리' 최인석 대표


최근 화장품 업계에선 영상을 통해 자신의 화장법과 매력을 어필하는 ‘뷰티 크리에이터’(인플루언서)의 힘이 막강하다. 뷰티 크리에이터가 화장품 하나로 드라마틱하게 변신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저것만 있으면 예뻐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기 마련이고, 패션·리빙용품 대비 가격이 싸 접근성이 좋은 화장품 특성상 이는 곧 구매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최인석 대표는 일찍이 이런 시장 특성을 읽고 2013년 뷰티 MCN(다중채널 네트워크)이라는 특화된 뷰티 인플루언서 기획&디지털 마케팅 회사 '레페리'를 설립했다. 올해로 8년 차에 접어든 레페리는 ‘뷰티’ 한 분야에 꾸준히 집중했고 현재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추산 기업가치만 600억원. 소속 뷰티 크리에이터 수 280여 명에 유치한 투자액만 145억이 넘는다. 최근엔 인플루언서의 제품을 함께 개발·판매하며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 과연 그는 어떻게 이런 시장을 봤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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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고 있는 자산이라고는 대학 시절 친하게 지낸 뷰티 블로거 친구들이 전부였다. 그들이 나에게 '뷰티'라는 산업과 시장을 보게 했고, 기회를 줬다."


레페리의 시작을 묻자 최 대표가 한 대답이다. 글쓰기를 좋아했던 그는 성균관대 독어독문과에 재학 시절 자기 계발에 관한 글을 써 블로그에 올렸고, 1년에 방문자만 100만명에 달하는 파워블로거로 활동했다. 군대 제대 후 대학 졸업 대신 창업을 선택한 최 대표는 당시 동료였던 뷰티 블로거들을 통해 많은 한국 여성이 화장품에 관심이 많고 소비하고 있다는 화장품 시장의 흐름을 감지하고 있었다. 이를 기반으로 막연하게나마 좋은 브랜드를 조금만 싸게 팔 수 있다면 누구나 고객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 해외 유명 브랜드들의 제품을 30~40% 할인한 가격에 판매하는 온라인 커머스를 기획했다. 제품을 줄 수 있는 화장품 회사들을 쫓아다녔지만 결과는 실패. 제품을 주겠다는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Q : 온라인커머스에서 MCN으로 사업 모델이 완전히 바뀌었다


A : "당시 유명 화장품 브랜드들이 우리 기획안을 보고 관심을 가진 건 딱 하나였는데, 맨 뒷장에 붙인 '뷰티 블로거들의 제품 리뷰'였다. 제품을 주는 브랜드들에 제공하는 서비스 정도로 생각하고 넣은 기획이었는데, 브랜드 담당자들이 그것에만 집중하는 걸 보고 사업 방향을 전면적으로 수정했다."


Q : 블로그가 아닌 유튜브 영상으로 승부를 걸었다.


A : "브랜드 담당자들 의 반응을 보고 영상에 미래가 있다고 봤다. 뷰티 블로거들에게도 이 상황을 설명하고, 사진+글로 구성된 콘텐트에서 영상으로 옮기자는 설득을 했다. 지금도 함께 하는 다또아, 미아 등 20명으로 팀을 꾸려 크리에이터 교육을 시작했다."


Q : 초기 유튜브(구글)의 지원도 있었다고 들었다.


A : "당시 우연한 기회에 유튜브의 MCN 친목 행사에 초대받았는데, 그 자리에서 뭐라도 해봐야겠단 생각에 기획안을 들고 뛰어갔다. 하늘이 도왔는지 정말 담당자를 만날 수 있었고, 당시 유튜브 내에서 한국 크리에이터를 육성하라는 미션이 있었던 때라 기회를 얻었다. 그래서 내가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조언하고 싶은 게 '도움을 청하는 걸 두려워하지 말라'는 거다. 아무 연고가 없어도 관련 단체나 전문가에게 도움 청하기를 포기하면 안 된다. 안 될 것 같지만 도움을 10건 청하면 적어도 한 두 명은 응답해준다."


이렇게 처음으로 진행한 뷰티 크리에이터 육성 프로젝트에는 1기 20명을 뽑는데 100명이 지원했고, 두 달 만에 2기를 모집했다. 육성한 크리에이터가 모두 레페리 소속으로 남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도 크리에이터 교육은 회사의 중요한 사업 분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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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엔 '슈레피'라는 이름의 인플루언서 커머스 브랜드를 론칭했다. 크리에이터들이 상품을 기획하면, 이를 제품화해 판매·유통하는 사업 모델이다. 상품은 해당 크리에이터의 SNS 계정에서 '소셜 마켓' 형태로 판매한다. 10여 종의 슈레피 상품 중 뷰티 크리에이터 '유나'의 이너뷰티 제품(유나부스터)은 10만 개가 팔려 나갔고, 물을 정화해주는 '스킨케어 워터탭'은 10억원 이상의 판매 성적을 거뒀다.


Q : 크리에이터 제품이 가지는 강점은.


A : "수백 수천 가지의 화장품을 사용해보는 사람이 뷰티 크리에이터다. 이들의 니즈와 시청자들의 요구를 바탕으로 만드는 제품은 인기가 있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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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엔 유튜브 영상 데이터 분석을 통해 'BBPI'라는 지수를 개발하고, 이를 기반으로 인기 화장품 순위를 공개하는 '대한민국 유튜버's 어워즈'를 개최하기 시작했다.


Q : 데이터를 통해 화장품 시장을 읽는다는 컨셉트가 새롭다. 어떤 건가.


A : "회사 내에 '레페리 데이터랩'이라는 데이터 연구소를 운영해왔다. 13명의 연구원이 주요 뷰티 크리에이터가 만드는 모든 콘텐트를 트래킹한다. 예컨대 지난해 1년 동안 영향력 있는 국내 뷰티 유튜버 879명이 광고·협찬 없이 생산한 영상 콘텐트는 1만471개다. 이를 전수 조사해서 여기서 노출된 화장품 종류와 추천 빈도수, 구독자 반응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지표(BBPI)로 만들었다. 이를 통해 매달 혹은 매년 어떤 화장품이 뷰티 크리에이터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가 있었는지를 알 수 있게 된다."


Q : 판매 실적을 근거로 삼는 게 보통의 방식인데, 크리에이터의 반응을 전면에 내세웠다.


A : "화장품은 크리에이터의 소개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실제로 크리에이터들도 자신의 콘텐트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고 풍부하게 만들기 위해 새롭고 좋은 화장품을 발굴하는 데 공을 들인다. 곧 이들이 좋아하면 그만큼 좋은 화장품일 확률이 높다는 의미다."


Q : 데이터를 통해 바라본 앞으로의 뷰티 트렌드는.


A : "한마디로 중소 브랜드의 약진. 중소 브랜드란 대기업·로드샵 브랜드를 제외한 작은 브랜드를 말한다. 유튜브의 뷰티 크리에이터 영상에서 거론되는 중소 브랜드의 노출 비중은 계속 증가해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전체의 45%까지 올라왔다. 크리에이터들이 쓰는 화장품의 절반 가까이가 중소 브랜드 제품이라는 의미다."


Q : 이유가 뭘까.


A : "직업 특성상 크리에이터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걸 알려주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예를 들어 '에뛰드의 뭐가 좋아'를 얘기하는 거는 다른 사람들도 많이 하니, 자기만의 독특한 소개 아이템을 찾는 거다. 새롭고 혁신적인 것, 남들은 모르는 것을 찾다 보면 결국 작은 브랜드로 관심이 가게 된다. 대기업은 하지 않는 톡특한 컨셉트와 신선한 제품명, 좋은 품질은 기본이다."


Q : 인플루언서 마케팅, 하고 싶어도 비용이 비싸거나 방법을 몰라 못하는 곳이 많다.


A : "돈으로 접근하기보다 관계를 맺어가는 게 중요하다. 시작은 우리 같은 회사를 활용해도 되고, 직접 인플루언서를 접촉해도 된다. 다만 이들에게 자신의 제품을 성의있게 알리고 교류하려는 마음이 중요하다. 시작하는 브랜드라면 이들이 어떤 제품을 좋아하는지를 살펴보고 선물을 보내는 등 초기부터 조금씩 관계 맺기를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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