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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과외 알바는 내 경험담, 사우나 있던 고급빌라였다"

한국영화 첫 황금종려상 '기생충'

개봉 나흘만에 관객 300만 돌파

'극한직업' 보다 빠른 흥행 속도

해외선 '#봉하이브' 팬덤 SNS 뭉쳐

칸 수상 이어 아카데미 후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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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풍자 영화 ‘기생충’(5월 30일 개봉)으로 지난달 칸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차지한 봉준호(50) 감독의 말이다. 개봉 전 서울에서 만난 그는 “황금종려상은 워낙 쟁쟁한 거장이 많아서 꿈도 못 꿨다”면서도 “무슨 상이든 수상에 대한 욕심은 있었다. 한 번도 받아본 적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처음 받는데 좀 심하게 받았어요. 앞으로가 걱정이죠.” 들뜬 눈빛에서 설렘과 두려움이 동시에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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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각본까지 쓴 이번 영화는 전원 백수 기택(송강호)네 가족이 IT기업 CEO 박사장(이선균)네 가족과 뒤얽히며 벌어지는 블랙코미디. 오늘날의 빈부 양극화를 반지하와 대저택 등 수직적 공간에 명징하게 새겨냈다. 할리우드 스타들과 영어로 찍은 SF 판타지 ‘설국열차’(2013) ‘옥자’(2017)에 이어 10년 만에 그가 한국 무대로 돌아온 복귀작이다.

국내 흥행도 뜨겁다. 개봉과 동시에 박스오피스 1위에 올라 나흘 만에 300만 관객을 넘어섰다. 올해 초 개봉해 역대 흥행 2위가 된 영화 '극한직업'보다 하루 빠르고, 역대 흥행 3위 '신과함께-인과 연'(2018)보다는 하루 느린 속도, 봉 감독의 영화 중에는 935만 관객을 모은 '설국열차'와 비슷한 속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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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장르 법칙을 독특하게 비틀어 동시대를 풍자해온 그의 연출 스타일이 어느 때보다 뚜렷이 발현된 영화다. 칸에선 “봉준호가 곧 장르”란 평가도 나왔다.

그는 “이번 영화에 대한 최초의 스파크는 잘 생각나지 않지만, ‘설국열차’를 하던 2013년 부자와 가난한 가족이 서로 침투하고 스며드는 얘기를 떠올렸다. 기생충이고 싶었던 사람은 없다. 자본주의 세상에 살면서 고통받는 우리 삶 자체를 담으려 했다”고 강조했다.




Q : 스스로 생각하는 ‘봉준호표 장르’의 특성은.



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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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두 가족 사이의 사건은 예측불허다. 결말을 미리 생각하고 써나갔나.



A :


Q : 기택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박사장 집에 고액과외 면접을 보러 가는 일화는 실제 경험담에서 따왔다고.



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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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이층집에 대비되는 지하 공간은 단편 ‘지리멸렬’(1994) ‘플란다스의 개’(2000)부터 즐겨 썼는데.



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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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극중 인간 관계에 동원되는 소재들이 수석‧모스부호‧인디언 등 생경하다.



A :

이번 영화에는 시각적 묘사가 힘든 요소까지 동원했다. 기택의 반지하에서 나는 ‘냄새’가 한 예다. 온도도 있다. 클라이맥스 장면에서 송강호가 불그죽죽한 낯빛으로 감정을 폭발시킬 수 있었던 건 한여름 40도 불볕더위와 강렬한 자연광 덕분. 송강호는 “약간이라도 구름이 끼거나 광량이 떨어지면 찍지 않았다”면서 “봉 감독과 홍경표 촬영감독, 스태프들이 한 쇼트, 한 쇼트 이뤄낸 성과”라고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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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테일에 대한 경탄의 의미가 깃든 ‘봉테일’이란 별명에 봉 감독은 “정교한 건 좋지만, 영화가 정교하려고만 찍는 것은 아니다. 저를 지나치게 ‘컨트롤 악마’로 보는 시선이 부담스럽다”고 털어놨다.

그런 그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꼽은 장면은 이것이다. “눈이 막 오면서 산에 올라가는 장면을 되게 오래 기다렸다 찍었어요. 계절이 확 바뀌는 이질적인 이미지에 제가 집착했죠. 9월에 촬영을 대부분 마쳐놓고 내내 후반작업 하면서 기다렸는데 와도 금방 녹더라고요. 하도 지쳐서 2월 15일에 무조건 찍는다, 정 안되면 특수효과‧CG(컴퓨터그래픽) 준비하자고 산에 딱 갔는데 기적적으로 눈이 왔어요. 극도의 괴로움 끝에 짜릿함. 그래 이런 게 영화지, 싶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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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매체 인디 와이어는 지난 1일 ‘기생충’이 오는 10월 미국에 개봉한다고 보도하며 이렇게 운을 뗐다. ‘봉하이브’는 봉감독을 지지하는 해외 팬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미국에서는 10월 무렵이 이듬해 초 아카데미시상식을 앞두고 후보 선정을 노린 작품들이 개봉하는 시즌. ‘기생충’이 한국영화 최초로 아카데미시상식 최종 후보에 오를 가능성에 힘이 실린다.

봉 감독도 배우 송강호, 임권택 감독 등과 함께 이 시상식을 주관하는 미국 아카데미협회 회원이다. 그는 “저도 매년 투표를 하는데 외국어영화상 쪽은 선정과정이 좀 복잡하다”면서 “한국영화가 최종 후보에 오르면 기쁘지만 우리가 집착해야 할 일은 아니”라고 소탈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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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장편데뷔작 '플란다스의 개'를 촬영했던 1999년을 기준으로 “올해로 연출 데뷔 20주년”이라며 “지금으로부터 20년 더하면 일흔 정도다. 감독이 정년이 정해진 건 아니지만, 전작보다 못하다는 소리를 듣는 건 공포스럽다”면서 “축구로 치면 폼은 어느 정도 유지한 상태로 끝내고 싶다”고 했다.

차기작은 미국과 한국 각 한 작품씩 준비하고 있다. 칸영화제 당시 한국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선 올해 개봉 10주년을 맞은 ‘마더’(2009)의 배우 김혜자에게 오래 전 약속한 작품도 있다고 귀띔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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