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 박스 아기 씻기는 착한 손, 알고보니 경찰관
11년간 아기 기다린 임정일 경감
늦둥이 낳고 생명 소중함 깨달아
7년째 쌀·분유 후원, 빨래봉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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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깎은 머리카락과 두툼하고 커다란 손. 그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그려지는 전형적인 ‘형사’의 모습이었다. 29년 차 베테랑 강력계 형사인 서울 동작경찰서 임정일(53·사진) 경감은 7년째 서울 관악구 ‘베이비 박스’의 후원자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 관악구 난곡동 주사랑공동체교회에 있는 베이비 박스는 도저히 아이를 키울 수 없는 부모가 아이를 두고 갈 수 있도록 마련된 상자다. 베이비 박스에는 지난 한해 219명의 아기가 놓였다. 지난 12월 29일에도 2명이 들어왔다. 이렇게 들어온 아기들은 경찰에 알린 뒤 서울시 아동복지센터로 보내질 때까지 이곳에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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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경감은 한 달에 한 번 아내와 딸과 함께 베이비 박스의 아기들을 찾는다. 아기들을 씻기고, 청소와 빨래를 돕는다. 투박하고 큰 손 때문에 혹시 아기가 다칠까 봐 목욕 시간이 가장 긴장되는 시간이다. 임 경감은 “따뜻한 물에 아기를 씻기다 보면 어느새 제 목덜미도 땀 범벅이 된다”며 아기 돌보기의 어려움을 표현했다. 올해 초등학교 2학년이 되는 딸도 아기들을 만나고 오면 “엄마, 아빠와 같이 지낼 수 있어 좋다”고 고마움을 전한다.
임 경감은 “후원도 후원이지만 실제 아기들을 돌볼 수 있는 사람이 부족하다”며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강남·서초·송파 경찰서 등 강력계에서 일해온 베테랑 형사다. 2010년 1월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 경부선 터미널 앞, 까만 오토바이를 탄 괴한이 현금 수송 업체 직원이 들고 있던 돈 가방을 빼앗아 달아났다. 현금 1억원이 든 가방이었다. 강력팀장이었던 임 경감은 직접 오토바이를 타고 잠복 수사를 벌인 끝에 10개월 만에 용산 전자상가에서 날치기 범행에 나선 용의자를 붙잡았다. 이 공로를 인정받아 특진도 했다.
임 경감은 베이비 박스 후원 외에도 위례 지역 독거노인을 위한 반찬 봉사, 해외 선교 봉사 등을 하고 있다. 그는 “2019년에는 아너소사이어티(고액기부자 클럽)에 도전해 보고 싶다”며 새해 다짐을 전했다.
글·사진=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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