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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현의 여기 어디?] 역병 불렀다는 '킹덤'의 생사초, 양재동 꽃시장에 널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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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킹덤’ 시즌 2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이 뜨겁다. 낯선 조선의 풍광과 궁궐의 건축미에 감탄하는 해외 반응도 많다. 캐나다의 영화 매체 ‘더시네마홀릭’은 “역사 마니아에겐 더 재밌다. 조선의 그림 같은 풍경, 정교한 의상, 웅장한 궁궐이 조화를 이뤄 놀라운 비주얼로 탄생했다”고 평했다. “다음 겨울엔 꼭 간다!” “조선 행 비행기 표 끊는 중” 같은 소셜미디어 반응도 보인다. ‘킹덤’ 시즌2를 공간을 중심으로 풀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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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사초’ 어디서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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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를 되살리는 생사초라는 풀이옵니다. 그 풀 때문에 이 역병이 시작되었습니다”


생사초는 허구지만, 촬영에 쓰인 꽃은 생화다. ‘캄파눌라’라는 서양 꽃에 다른 잎을 붙여 생사초로 꾸몄다. 캄파눌라는 화단 식재용이나, 실내 분화용으로도 인기가 높다. 동네 꽃집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킹덤’ 제작진도 서울 양재동 꽃시장에서 꽃을 박스째 공수해가며 촬영했단다. 지난 23일 양재동 꽃시장에서는 바구니 크기에 따라 3000~1만원에 팔고 있었다.


왜 하필 캄파눌라였을까. 이후경 미술감독은 “깊은 골짜기에서 자라는 생사초의 설정상 어둑한 곳에서도 눈에 띄는 꽃을 만들어야 했다. 보랏빛이 선명하면서도 이국적 느낌의 캄파눌라가 제격이었다”고 설명했다.


‘킹덤’에서는 어둡고 습한 땅에서 자라고 있었지만, 실제 캄파눌라는 바람이 잘 드는 양지를 좋아한다. 봄부터 여름까지, 포복하듯 낮은 자세로 땅에 붙어 무더기로 핀다. 향기는 없다. 운이 좋으면 동네 화단에서 만날 수 있을지도.



생사초 자라는 언골은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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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와 이끼가 무성하고, 사계절 얼음이 녹지 않을 만큼 차가워 붙은 이름 ‘언골’. 의녀 서비(배두나)가 생사초를 처음 발견하는 골짜기가 언골이었다. 언골도 상상의 산물인데, 경기도 포천 한탄강의 비둘기낭 폭포에서 촬영했다. 지형이 비둘기 둥지처럼 움푹 들어간 모양이어서 비둘기낭이다. 현무암 침식 협곡으로, 약 27만 년 전 흘러든 용암의 흔적이다. 천연기념물 537호이자, 국가지질공원으로도 지정돼 있다. 주상절리 협곡과 폭포가 어우러진 신비한 분위기 덕분에 사진작가에게도 인기가 높다. TV 드라마 ‘추노’ ‘선덕여왕’ 등에도 나왔었다.



좀비 떼 출몰한 창덕궁 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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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덕궁 후원은 조선 시대 조경의 정수를 만끽할 수 있는 명소다. 왕을 위한 안식처로, 고즈넉한 연못과 단아한 정자가 조화를 이뤄 동양화 같은 절경을 연출한다. ‘킹덤’ 시리즈에서도 빈번히 등장한다. 특히 부채꼴 모양의 연못 관람지는 왕(윤세웅)과 세자 이창(주지훈)의 추억이 서린 장소이자, 영의정 조학주(류승룡)의 지시로 수많은 시체를 숨긴 곳으로 등장한다. 원래는 해설사가 동행해야 관람할 수 있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2월부터 자유 관람이 가능해졌다.


생존 무리와 생사역(좀비) 떼가 최후의 전쟁을 치르는 현장도 창덕궁 후원이다. 이 장면만은 강원도 고성에 마련한 세트에서 촬영했다. 이후경 미술감독은 “액션신이고, 좀비가 300명 가까이 투입되는 몹신(Mob Scene·군중장면)이라 실제보다 큰 무대를 만들었다. 세트를 제작해 정자를 맘껏 불태우며 촬영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중전 침소에 웬 십장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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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덤’ 시즌 2는 문경새재 오픈세트장, 부안 전라좌수영세트장, 용인 드라미아, 파주 영상테마파크, 평창 동막골 세트장 등 국내 대표 사극 세트장을 돌아가며 촬영했다. 세트만 찍은 건 아니다. 창덕궁 후원 말고도 창덕궁의 인정전과 대조전, 종묘 정전, 창경궁 통명전 등 실제 역사 현장도 무대로 삼았다.


중전 계비 조씨(김혜준)의 거처가 교태전이다. 내부는 세트고, 외부는 창경궁 통명전을 빌려 촬영했다. 교태전은 경복궁에 실재하는 궁궐이다. 왕비의 침전으로, 여러 번 불타고 재건되길 반복하다 1995년 복원됐다. ‘킹덤’에서 중전이 등장할 때마다 화면에 잡히던 화려한 색감의 벽지도 근거가 있다. 본래 교태전 내부에는 장수를 상징하는 십장생도가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데, 이를 고스란히 세트에 재현했다.



문경새재는 난공불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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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덤’ 속 역병은 조선 남쪽 끝 동래에서 창궐해 북쪽으로 삽시간에 퍼진다. 영의정 조학주는 어영청‧수어청의 중앙군을 문경새재로 급파한다. 경상도를 봉쇄해 수도 한양을 지키려는 속셈이다.


문경새재가 난공불락의 요새라는 ‘킹덤’의 설정은 설득력이 있다. 문경새재는 조선 시대 한양과 동래를 잇는 가장 빠른 길인 동시에 험준한 고갯길이었다. 조령(鳥嶺)이란 이름이 ‘새도 날아서 넘지 못하는 고개’라는 뜻이다. 군사적으로도 긴요한 요새였다. 주요 길목에 성곽과 관문이 자리해 있는데, 그 가운데 제2관문인 조곡관과 문경새재 인근 고모산성에서 ‘킹덤’ 시즌 2를 촬영했다. 가파른 비탈을 따라 이어진 문경새재의 거대한 성곽 장면은 고모산성의 성곽을 담은 것이다.



죽은 자는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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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될 수 있습니다!


‘킹덤’은 속도감 넘치는 좀비 액션물이다. 두말할 것 없이 수많이 이들이 죽어 나간다. 슬퍼하거나 눈물 흘릴 겨를도 없이 생사역이 되어 산 자를 쫓는다. 그나마 주요 배역인 K와 J(스포일러 방지 차원에서 이니셜 표기)의 최후는 그윽한 풍광과 어우러져 쓸쓸한 여운을 남긴다.


K가 최후를 맞던 눈 덮인 숲은 강원도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 숲이다. 장대처럼 키 큰 자작나무가 빼곡해 북유럽에 온 듯한 착각을 들게 하는 명소다. 산불 방지 차원에서 4월 30일까지 출입을 통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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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가 죽은 뒤 상여가 나가는 장면은 전북 새만금 간척지에서 찍었다. 부안과 군산을 잇는 새만금방조제를 건설하면서 탄생한 막대한 땅이다. 백합과 바지락이 자라던 갯벌은 간척 사업 후 갈대 무성한 초원으로 거듭났다. K팝 팬이라면 이 갈대밭이 낯설지 않을 터이다. BTS 뮤직비디오 ‘세이브 미’와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 앨범 사진의 촬영지다.


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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