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와 베트남, 기적의 5년 동행 마무리…내년 1월 감독직 사임
박항서 감독이 지난 2017년 이후 5년 간 들었던 베트남 축구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기로 했다. . 우상조 기자 |
박항서(65)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 부임 후 5년 만에 지휘봉을 내려놓는다.
베트남축구협회(VFF)는 17일 “박항서 감독과 계약이 만료되는 2023년 1월31일 이후 계약기간을 연장하지 않기로 상호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박 감독은 오는 12월에 열리는 2022 동남아시아축구협회(AFF) 챔피언십(미츠비시컵)을 마지막으로 베트남 사령탑에서 내려온다.
박 감독은 지난 2017년 10월 축구대표팀 지휘봉을 잡으며 베트남과 인연을 시작했다. 5년의 세월 동안 베트남 축구는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 2018년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준우승을 시작으로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강, AFF 챔피언십 우승, 2019년과 2021년 동남아시안(SEA) 게임 남자축구 2연패 등의 업적을 이뤘다. 이 모든 게 베트남 축구 역사를 통틀어 각 대회별 최고 성적이다.
박항서 감독은 재임 기간 중 베트남 축구의 역사를 새로쓰며 베트남을 동남아시아축구 최강자의 지위에 올려놓았다. 지난해 SEA게임 남자 축구 우승을 확정한 베트남 선수들이 박항서 감독을 헹가래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무대에 진출해 경쟁했는데, 이 또한 베트남의 월드컵 도전사를 통틀어 처음 경험한 쾌거였다. 최종예선에서 중국을 꺾고 기념비적인 첫 승을 거두기도 했다. 박 감독과 함께 하는 동안 베트남은 태국을 넘어 명실상부한 동남아시아축구 최강자로 발돋움했다.
박 감독 자신도 베트남에서 국민 영웅의 지위를 누렸다. 선수들을 먼저 생각하고 따뜻하게 감싸는 박 감독 특유의 파파 리더십이 화제가 됐다.
한국조폐공사가 베트남 축구 매직 리더십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박항서 감독 기념메달’. 사진 조폐공사 |
꾸준히 밀월 관계를 유지하던 박 감독과 베트남축구협회는 한층 발전하기 위한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견해 차이로 각자의 길을 걷게 됐다. 박 감독은 “베트남 축구와 나눈 지난 5년 간의 추억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면서 “23세 이하 대표팀과 A대표팀 감독으로서 모든 대회에서 늘 최선을 다 했다”고 지난 5년을 되짚었다.
이어 “결과와 상관없이 선수와 협회 스태프, 베트남 국민들까지 모두의 성원에 힘입어 모든 소임을 다 할 수 있었다”면서 “지난 5년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즐거운 여행이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제 나는 조만간 이 자리를 떠나지만, 가까운 미래에 여러분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한 헌신을 계속할 것”이라 언급한 박 감독은 “베트남 국민들의 애정과 성원에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를 표한다. 앞으로도 한국과 베트남의 가교 역할을 계속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박항서 감독은 2002월드컵 당시 거스 히딩크 감독에게 배운 노하우를 십분 활용해 베트남 축구의 신기원을 이끌어냈다. 중앙포토 |
VFF도 따스함 가득한 논평으로 박 감독에게 화답했다. “지난 5년간 박 감독의 탁월한 노력과 헌신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면서 “박 감독이 A대표팀과 23세 이하 대표팀을 이끌며 남긴 업적은 모두가 베트남 축구의 역사를 장식했다”고 짚었다.
이어 “2022년 미츠비시컵이 박항서 감독과의 마지막 동행이 된다”면서 “VFF는 박 감독이 베트남과 한국 두 나라의 우정을 유지하고 더욱 활발히 교류하는데 중요한 가교 역할을 해줄 것으로 믿고 있다”고 덧붙였다.
송지훈 기자 song.jiho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