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속에 야자수 놨더니 참치가 잡혔다…다이빙 섬의 기적
태국 코타오 여행 ② 지속 가능 관광
태국 남부의 작은 섬 코타오는 세계적인 스쿠버다이빙 명소다. 한 해 50만~60만 명이 찾던 다이빙 명소는 친환경 섬으로 거듭나기 위해 최근 다양한 활동을 벌이는 중이다. 해양 생태계 복원뿐 아니라 플라스틱 줄이기, 자연 자원을 활용한 체험 활동을 계속 선보이고 있다. |
세계적인 스쿠버다이빙 명소인 태국 코타오가 펜데믹을 거치며 친환경 섬으로 거듭나고 있다. 해양 생태계 보호를 위해 다이버와 어부가 힘을 합치고,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제로 푸드 웨이스트 운동'도 활발히 벌이는 중이다. 코코넛 껍질을 활용한 티셔츠 만들기, 해변에 버려진 유리 조각으로 액세서리 만들기 등 재미난 체험도 부쩍 늘었다. 다이빙하러 갔다가 섬의 변신에 더 큰 인상을 받고 왔다.
헌 옷 재활용하고 바다 살리기 체험
코타오 바다에는 인공 어초가 많다. 산호와 해초 증식과 이를 통해 어류 개체 증가를 꾀하는 동시에 다이버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
코로나 사태 이전까지 코타오는 한 해 50~60만 명이 방문했다. 관광객의 약 80%가 다이버였다. 이들이 멀고 먼 코타오까지 찾아오는 건 화려한 수중세계를 보기 위해서다. 그러나 과잉 관광과 기후 위기까지 겹쳐 해양 생태계가 위협받았다. 코타오 바다를 지켜야 하는 건 섬의 경제를 떠받치는 관광업뿐 아니라 어업을 생계로 하는 어민 입장에서도 절실한 문제였다. 어민과 다이버가 손을 잡고 상생 방안을 마련한 건 그래서다.
코타오 어부들은 요즘 '어류유집장치'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야자수 잎을 바다에 담가 어류를 유인하는 장치다. 꾸준한 노력의 결과 최근에는 대형 참치도 잡히고 있단다. 어부들이 바다에 야자수 잎을 설치하는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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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민들은 최근 어류유집장치(FAD)를 도입했다. 시멘트로 만든 무거운 추 위에 끈을 연결하고 대나무나 야자수 잎을 엮어 물고기가 모이도록 하는 장치다. 코타오의 26개 다이브 사이트와 겹치지 않는 구역에 이 장치를 설치했더니 변화가 나타났다. 코타오 어민 숙폰은 "처음엔 작은 물고기가 장치 주변으로 모여들더니 코타오에서 볼 수 없었던 대형 참치까지 잡혔다"며 "먼 바다로 나가 어업활동을 할 필요가 없어져 보트 연료 절감 효과도 얻었다"고 말했다. 코타오관광협회는 관광객이 어민의 배를 타고 FAD 설치 활동을 체험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다이빙 업체와 함께 인공 어초 설치, 부러진 산호 살리기 같은 활동도 벌인다.
친환경 체험으로 인기인 염색 체험. 입던 옷을 가져가면 코코넛 껍질 우린 물로 멋진 무늬를 새길 수 있다. |
펜데믹 기간 선보인 ‘지속 가능한 관광’ 상품도 부쩍 늘었다. '코코 타이 다이(Coco tie dye)' 업체의 친환경 염색 체험이 대표적이다. 버려진 코코넛 껍질을 활용해 티셔츠에 염색 체험을 하는 프로그램으로 티셔츠를 가져가면 다양한 무늬를 옷에 새겨볼 수 있다. 내의로 입던 하얀 티셔츠를 가져갔는데 옷을 이리저리 접고 코코넛 우린 물에 담갔더니 자연스러운 갈색 무늬 티셔츠로 재탄생했다. 체험비는 950밧(약 3만5000원). 코코 타이 다이의 자이 사장은 "원래 여행사와 상점을 운영했는데 펜데믹을 겪으며 섬에 이로운 활동을 하고 싶어 새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식재료는 직접 재배, 음식물 쓰레기는 퇴비로
반 탈라이 리조트에서는 해변에 떠내려온 유리 조각을 액세서리로 만드는 체험을 할 수 있다. |
코타오에서 체험할 수 있는 친환경 체험 프로그램은 다채롭다. 섬 동쪽에 자리한 숙소 겸 카페 '반 탈라이(Baan talay)'에서는 해변에 버려진 어구나 유리 조각을 활용해 팔찌나 목걸이 같은 액세서리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다. 반 탈라이는 '루엑 만' 전망이 빼어난 데다 요가 프로그램도 운영하는 '가성비 숙소'로 인기였는데, 지역 예술가와 함께하는 체험 프로그램으로 환경에 관심 많은 관광객의 이목을 끌고 있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활용해 컵, 컵받침 등을 만들어 파는 상점 '플라스 타오'. 바로 옆에 있는 가게 '메이앤코'에서도 다양한 친환경 제품을 판다. |
코타오 시내 주요 카페, 레스토랑도 환경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플라스틱 컵 사용을 최소화하고 스테인리스나 종이 빨대를 활용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6년 전 방문했을 때보다 해변이 훨씬 깨끗해 보였다. 버려진 플라스틱을 재활용해 컵이나 컵 받침 등으로 만들어 파는 가게도 눈에 띄었다.
포세이돈 식당에서 맛본 고등어 커리와 튀김, 파파야누들 볶음 모두 맛이 좋았다. |
코타오에는 ‘제로 푸드 웨이스트’ 운동도 확산하는 중이다. 음식물 쓰레기를 최소화할 뿐 아니라 직접 기른 식재료를 사용하는 식당이 부쩍 늘고 있다. '타노테 만'에 자리한 리조트 식당 '포세이돈'을 가봤다. 이날 주메뉴는 고등어였는데 생선 하나로 무척 다양한 맛을 경험했다. 고등어 커리부터 고등어참나물 튀김, 고등어 똠얌까지, 하나같이 감탄스러운 맛이었다. 포세이돈의 메이 사장은 "어시장이 아니라 어부가 잡아 온 생선을 바로 사와서 쓴다"며 "내가 집에서 먹던 그대로 손님에게 음식을 내주고 있다"고 말했다.
반스다이빙 '루엑' 사장이 직접 재배한 유기농 채소를 들고 있는 모습. 그녀는 유기농 농장과 자연보호교육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
코타오 최대 규모 다이빙 업체인 '반스다이빙'은 16만㎡ 면적의 농장에서 직접 기른 채소를 식재료로 쓴다. 손님이 남긴 음식은 퇴비로 활용한다. 1993년 다이빙 숍을 열어 큰 성공을 거둔 루엑 사장은 약 10년 전 자연보호교육센터도 열었다. 쓰레기를 재활용하고 수질 개선, 해양 보호 활동에 대해 지역 주민과 여행객에게 알리기 위해서였다. 루엑 사장은 관광객이 조금 줄어든 지금 수준이 좋단다. 섬이 감당할 수 없는 과잉 관광을 우려해서다. 루엑 사장의 말이다.
"전체 관광객 숫자가 늘어나는 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하이엔드 고객'이 많아져야죠. 돈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지역 주민과 환경을 존중하는 여행객을 말합니다. 우리가 어떤 노력을 벌이고 있는지 계속 보여주는 까닭입니다."
글·사진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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