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얼음골, 최악 폭염에도 얼어 있었다
에어컨처럼 찬바람 부는 냉장고 피서지
8월 하순까지 바위틈 얼음 관측 가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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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얼음골은 재약산(1189m) 북쪽 600m 지점에 있는 계곡으로 한여름에도 에어컨처럼 시원한 바람을 쐴 수 있다. 산비탈을 따라 3만㎡ 정도 널찍한 너덜겅이 펼쳐지는데, 바위틈으로 냉기가 새어 나오는 신비한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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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했던 밀양시 문화해설사 최해화(59)씨는 “아직 감탄하기 이르다”며 산 중턱에 다다르면 등골이 서늘할 정도로 추운 바람을 쐴 수 있다고 말했다. 천천히 골짜기를 오르는데, 산책로 옆 계곡에 물이 콸콸 흘렀다. 수많은 피서객이 계곡 옆 널찍한 바위에 돗자리를 펴고 산바람을 즐기고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계곡에서 첨벙첨벙 수영하는 사람도, 심지어 발을 담그는 사람도 없었다. 얼음골 계곡을 오르며 계곡물에 살짝 손을 대보고 이유를 알았다. 얼음장 같이 차가운 물에 손을 1분도 담그고 있기 어려웠다. 발을 댔다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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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빙지에서 조사하던 얼음골관리사무소 박재흥 소장이 짐승 아가리처럼 입을 벌리고 있는 바위틈을 가리켰다. 너비 40㎝, 깊이 10㎝ 정도의 얼음이 뚜렷하게 보였다. 온도계는 0도까지 떨어졌다. 사상 최악의 폭염에도 녹지 않고 남아있는 얼음이 신비로웠다. 덕분에 결빙지 주변에는 15도 정도의 ‘얼음 바람’이 불었다. 눈으로 보고도, 몸으로 느끼고도 믿어지지 않았다.
박재흥 소장은 “역설적이게도 가장 더운 여름으로 기록될 올해, 얼음골의 얼음이 가장 오래도록 살아남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1993년부터 얼음골 결빙지 해빙일을 기록하고 있는데, 평년에는 6월 말에서 7월 초 얼음이 모두 녹아 없어졌다는 것이다. 2007년에는 6월 1일 얼음이 모두 소실됐고, 지난해는 7월 3일까지 얼음을 관측할 수 있었다. 얼음이 가장 오래 남았던 해는 2010년으로, 그 해 8월 14일 얼음이 사라졌다. 박 소장은 “얼음골 얼음은 한겨울이 아니라 3~4월에 얼기 시작해 기온이 올라갈수록 조금씩 녹다가 장마철이 지나면 없어진다. 올해는 장마다운 큰비가 없었기 때문에 8월 말까지 얼음 관측이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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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보라 기자 bo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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